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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안 개인에게 나쁜 영향” 1993년 이래 가장 높은 69%
5% “예산안 개인에 유익”, 53% “국가에 해롭다”, 63% “불공정”
 
약 20년만에 가장 가혹하고 인기없는 예산안을 발표한 토니 애봇 연방정부가 혹독한 민심의 심판에 직면했다.
13일 연방 예산 발표 후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 국민들은 예산안에 낙제점을 주며 자유국민연립 정권에 대한 반감을 고조시켰다.
 
유권자들은 이번 예산안에 대한 자유국민연립 정권의 선거공약 파기를 꼬집으며 국가를 위해 공정하지도, 이롭지도 못하다고 혹평했다.
 
하지만 토니 애봇 연방총리는 “초긴축 예산은 호주의 장기적인 미래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정부가 정치적인 고통의 세계(a world of political pain)에 빠졌다”고 강변했다.
 
● 자유국민연립, 일차지지도에서 노동당에 역전패 = 뉴스폴이 16-18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자유국민연립은 줄곧 우위를 지켜온 당별 일차지지도에서 노동당에 역전당했다. 총리 선호도에서도 애봇 총리는 노동당의 빌 쇼튼 대표에게 역전당하는 위기를 맞았다.
 
당별 일차지지도에서 자유국민연립은 직전 5월 2-4일 여론조사 결과(38%) 보다 2%포인트 떨어진 36%에 그쳤다. 반면 노동당은 34%에서 38%로 4%포인트 급등하며 오랜만에 자유국민연립에 앞섰다. 녹색당은 14%에서 11%로 하락했고, 군소정당과 무소속을 포함한 기타는 14%에서 15%로 소폭 상승했다.
 
자유국민연립의 36% 지지도는 애봇 총리가 자유국민연립 대표직에 오른 2009년 12월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선호도를 반영한 양당지지도에선 노동당이 상승폭을 넓히며 자유국민연립과의 격차를 확대했다. 노동당은 지난번(53%) 대비 2%포인트 증가한 55%를 나타내며 자유국민연립(45%)과의 격차를 10%로 늘렸다. 이는 자유국민연립이 22개 연방 하원의석을 상실하는 것과 맞먹는 수치다.
 
애봇 총리의 인기도 바닥 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 애봇 총리의 업무수행 만족도에서 만족은 35%에서 30%로 5%포인트 급락했고, 불만족은 56%에서 60%로 악화됐다. 만족에서 불만족을 뺀 순만족도는 마이너스 30%를 나타냈다. 연방총리에 대한 60% 불만족은 2012년 9월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반면 쇼튼 대표는 만족이 35%에서 42%로 7%포인트 폭등했으며, 불만족은 41%에서 39%로 2%포인트 개선됐다.
총리선호도에서도 애봇 대표는 40%에서 34%로 6%포인트 급락하며 38%에서 44%로 급증한 쇼튼 대표에게 10%포인트 격차로 뒤졌다. 쇼튼 대표가 총리선호도에서 애봇 총리를 앞선 것은 처음이다.
응답자의 39%만이 예산안이 국가에 이롭다고 답변했다. 예산안이 개인에게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답변은 1993년 이래 가장 높은 69%를 나타냈다. 개인에게 유익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답변은 5%에 불과해 역대 자유국민연립 정부 예산 가운데 최악의 평가를 받았다.
 
● 양당 지지도 노동당 56%, 자유국민연립 44% = 이에 앞서 닐슨이 이달 15-17일 전국의 1400명 유권자를 대상으로 전화 조사한 월례 여론조사 결과도 닐슨의 결과와 비슷했다.
 
당별 일차지지도에서 4월 10-12일 조사 결과 34% 대 40%로 뒤졌던 노동당은 자유국민연립에 40% 대 35%로 앞서는 역전 드라마를 썼다. 노동당은 6%포인트 급등한 반면, 자유국민연립은 5%포인트 급락했다. 녹색당은 17%에서 14%로 하락했으며, 파머연합당은 4%에서 6%로, 기타는 5%에서 6%로 각각 상승했다.
 
양당 지지도에서 노동당은 지난달(52%) 대비 4%포인트 상승한 56%를 얻어 자유국민연립(44%) 보다 12%포인트나 앞섰다. 
 
노동당의 지지율은 2010년 8월 줄리아 길라드 전 총리 집권시 이후 최고의 상승세인 반면, 자유국민연립은 존 하워드 전 총리 집권 막바지인 2007년 3월 이후 최하의 하락세다.
 
애봇 총리는 업무수행 만족도에서 만족이 21%포인트 폭락하면서 순만족도는 마이너스 28%로 내려앉았다. 반면에 쇼튼 대표의 순만족도는 플러스 8%로 개선됐다. 쇼튼 대표는 총리 선호도에서 애봇 총리를 처음으로 앞섰다. 쇼튼 대표는 7포인트 급증한 51%를 얻어 5%포인트 급락한 애봇 총리(40%)를 11%포인트 격차로 앞섰다.
 
유권자들의 53%는 이번 예산이 국가에 이롭지 못하다고 답변했다. ‘예산안이 호주에 유익한지 해로운지’ 여부의 질문에 53%는 ‘해롭다’, 42%는 ‘이롭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1996년 이래 닐슨이 이 질문을 던진 8번의 예산안 가운데 해롭다는 비중이 가장 높았으며, 해롭다는 답변도 처음으로 이롭다보다 많았다.
 
‘예산의 공정성’ 질문에선 63%가 ‘불공정하다’고 답해, ‘공정하다’는 답변(33%)보다 2배가량 높았다. 불공정하다는 답변이 공정하다는 답변보다 많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예산이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질문엔 74%가 ‘불리하다’고 답해, ‘유리하다’는 답변(8%)보다 9배 이상 높았다. ‘예산에 대한 만족도’ 질문엔 불만족이 65%, 만족이 33%로 나타났다.
 
● 애봇 “노동당의 낭비 통제 위해 예산안 고수” = 갤럭시폴의 조사 결과도 75%의 유권자들은 이번 예산이 자신들의 생활을 악화시킬 것이라고 대답했다.
 
예산안에 대한 민심의 혹평과 정권에 대한 거센 후폭풍에도 불구하고 애봇 총리는 예산안을 고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애봇 총리는 18-19일 연이은 TV와 라디오 인터뷰에서 전임 노동당 정부의 예산 낭비를 지적하며 자유국민연립의 선거공약 파기 지적에 반박했다.
 
그는 “우리는 노동당의 과도한 예산 낭비를 계속해서 지적해왔다. 유지불가능한 지출을 억제해야 함은 명백하다”면서 “노동당은 빌린 돈을 물쓰듯 했다. 이제 자유국민연립이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그는 이어 “정부가 ‘우리는 바꿀 필요가 없다’면서 국민들을 계속 오도할 수도 있지만 이는 솔직히 말하면 호주가 빌린 돈으로 계속 살아갈 수 있다고 허세를 부리는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애봇 총리는 암울한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서 “최종적인 저의 직무는 인기대회에서 반드시 이기는 것이 아니다”면서 “노동당이 만들어 놓은 국가의 부채와 적자 재난을 통제할 대안이 없기 때문에” 예산 정책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권상진 기자 jin@hanho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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