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어린이들에게 한국 정서 심어주고 즐거움 주는 보람”
“독자 건물에 첨단 시설 구비한 한인사회 만남의 장소 되길”
 
“독자적인 도서관 건물을 건립해 한인들이 언제든지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만남의 장소가 되길 바랍니다.”
 
시드니 린필드한국학교 부설 한글사랑도서관의 김동숙 도서관장은 도서관의 미래를 이렇게 그렸다. 김 관장은 또 “지금까지 한글 도서를 대여해주는 마지막 보루로서 역할을 해왔다”면서 한인들에게 “더 많은 이용과 더 많은 성원”을 당부했다.
 
영화배우 문근영이 기탁한 1억원의 종자돈으로 2009년 5월 15일 개관한 한글사랑도서관이 5주년을 맞았다.
 
개관 당시 약 6000권이었던 소장 도서는 1만 2000권으로 2배 늘어났다. 비디오나 CD, DVD도 대여한다. 어린이나 역사 스페셜, 영어 동요, 한국TV 드라마, 한국 단편 문학 전집 세트 등의 비디오나 DVD가 있다.
 
도서관 방문자는 매주 평균 20명, 연간 1천명을 넘는다. 현재 등록된 전체 가입 회원은 약 300명이다. 외국인과 결혼한 한인들이 자녀 교육을 위해 입회하기도 한다.
 
도서관은 일주일 중 수요일과 토요일 1시부터 4시까지 개방하고 있다 김 관장 외에 3명의 자원봉사자가 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다. 
 
김동숙 관장은 신정희 초대 관장에 이은 2대 관장이다. 호주서 도서관학을 공부하고 전문사서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노스파라마타의 유나이티드 시올로지컬 칼리지(UTC) 도서관의 전문 사서이며, 시드니신학대학 도서관의 문헌정보 처장을 역임하고 있다. 시드니신학대학 주경식 학생처장이 부군이다.
개관 5주년 기념식을 가진 5월 24일 린필드(454 Pacific Highway Lindfield) 소재 세인트데이비스교회에 입주한 한글사랑도서관에서 김 관장을 만났다. 김 관장은 이날 기념식에서 입었던 동화 속 주인공 '메리 포핀스' 복장을 하고 있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 한글사랑도서관 개관 5주년입니다. 소감 부탁드립니다.
“감개무량합니다. 어느새 5년이 흘러갔습니다. 아직 부족함이 있는 도서관이지만 순수한 마음으로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그들이 장래에 성공할 것이라는 희망으로 만족감을 얻고 있습니다.”
 
● 5주년 기념식은 어땠습니까.
“오늘 타라마라고등학교에 있는 린필드한국학교에서 기념식을 열었습니다. 도서관의 주고객인 어린이들이 동화 속의 주인공 복장을 하고 학교에서 퍼레이드를 했습니다. 최고의 복장을 한 어린이에게 베스트 드레서 시상도 했습니다. 또 도서 판매전도 가졌습니다. 참석해준 어린이와 학부모님, 양용선 교장 선생님과 교사들께 감사드립니다”
 
● 한글사랑도서관이 지난 5년간 어떤 역할을 한 것 같습니까.
“척박한 이민사회에서 한글 책 빌려보는 것이 유일한 낙이라는 분들이 있었습니다. 비록 제한된 인원이지만 호주 한인사회에 한국 도서와 한국적인 정서를 접할 기회를 준다는 사명감과 긍지를 갖게 됐습니다.
 
멀리서 찾아와 책을 빌려가시는 분, 한글 도서가 삶의 활력이라는 주재원 가족 등이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또 직접 구입한 도서는 그리 많지 않지만 권장도서, 추천도서 목록에 들어간 양질의 도서를 거의 다 비치하고 있는 것 같아 자부심이 생깁니다.
일부 공립 도서관도 한글 도서를 비치하고 있지만 한글전문도서관으로서 남녀노소 누구나 한글 도서를 대여해가는 마지막 보루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장소를 마련한 것 자체가 큰 의미였습니다.”
 
● 아쉽거나 어려운 점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린필드한국학교 소속으로 학교 도서관과 공공도서관의 기능을 하며 누구나 이용 가능하도록 개방됐지만, 위치가 학교나 한인사회와 떨어져 있는 것이 아쉬웠습니다. 이로 인해 모든 분들이 편리하게 이용하는데 역부족이었던 것 같습니다.
 
또한 2012년 재정 후원자들에게 세금감면 혜택을 주는 세금공제 수혜기관(DGR)으로 승인받고 한인단체나 은퇴하신 분 등 도와주시는 독지가들이 있지만 여전히 빠듯한 예산으로 인해 제대로된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는 점이 안타깝습니다.
 
세인트데이비스교회 건물의 일부를 임대해서 사용하고 있는데 같은 건물을 다른 기관과 함께 이용함으로 인한 불편도 있습니다.
 
일부 한인들 가운데 소장해온 도서를 기증하는 고마운 분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너무 오래된 도서는 보관, 처리 문제가 발생해 2000년 이후 출판 도서만 기증받고 있습니다. 이점 양지해주시기 바랍니다.”
 
 
● 그 동안 도서관을 음양으로 지원해준 인물이나 단체가 있을 것 같습니다.
“적지않은 금액을 기부해주거나 많은 도서를 기증해주신 재호상공회의소나 시드니한국문화원, 린필드한국학교 학부모회 등의 단체에 감사드립니다. 도서관 개관의 주인공인 문근영 씨에게도 당연히 감사드립니다.
 
그 외에 많은 분들이 십시일반의 도움을 주셨습니다. 좋은 아이디어를 주시거나 행사 때마다 격려해주신 분들, 꾸준히 지원해준 자원봉사자들도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도서관을 애용해주시는 회원들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특히 고스포드에서 꾸준히 방문하시는 분, 도서 대여점을 폐점하면서 많은 양서를 기증해주신 분, 한국 여행 갈 때마다 최신 도서를 구입해 읽으신 후 기증해주시는 분 등이 기억에 남습니다.”
 
● 인기 대출 도서를 소개해주십시오.
“신경숙의 소설 ‘엄마를 부탁해’, 허영만의 만화 ‘식객’, 공지영과 최인호 작가의 소설이 인기 있습니다. 이덕일의 한국 역사소설 시리즈도 많이 찾으며, 어린이들은 만화 Why 시리즈를 좋아합니다.”
 
● 도서 대출 외에 어떤 서비스를 제공합니까.
“매달 1번씩 동화구연프로그램을 시행하고, 방학 때마다 어린이나 가족을 위한 한국 영화 상영과 독서교실을 운영합니다. 한인 화가들의 작품 전시를 하거나 개인 북클럽 모임 장소로 이용되기도 합니다.”
 
● 도서관 이용자나 한인들에게 부탁드릴 말씀이 있습니까.
“우선 꾸준히 애용해주시며 격려까지 해주시는 이용자들께 감사드립니다. 이용자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한글사랑도서관을 더 많이 이용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예산 부족으로 도서구입이나 기타 비품 교체에 미흡한 점이 있음을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호주 한인사회의 차세대들에게 한국의 정신과 혼을 전파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도서관을 위해 꾸준한 협조와 지원 당부드립니다.
책에 관심있고 한인사회 위해 헌신하고 싶은 자원 봉사자를 항상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많은 동참 부탁드립니다.”
 
 
● 어떤 한글사랑 도서관이 되길 희망합니까.
“먼저 도서관의 존재를 많이 알려서 이용자가 많아지길 바랍니다.
그리고 자금이 조성되면 독자적인 자체 도서관 건물을 건립, 보유하는 것이 희망사항입니다. 또한 현재 매주 수요일, 토요일 이틀만 개방하는 이용 시간도 매일 개방해 누구나 쉽고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면 좋겠습니다.
 
충분한 공간이 허용되면 현재 없는 도서 반납함도 설치하고 인터넷도 보급하는 등 첨단 시설을 완벽하게 구비해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습니다.
도서관 한쪽에 휴식 공간, 디지털 공간, 만남의 공간도 있어 한인사회가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만남의 장소가 됐으면 합니다.
 
또 현재 자원봉사자들에게 의존하고 있는 도서관 운영도 사서를 채용해 보다 체계화 전문화하면 보다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겁니다.”
 
권상진 기자 jin@hanho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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