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아지 못하는 사이에
수북이 쌓인 사랑을 밟고 가면서
흔하디흔한 것이 갓길 은행나무
잎 같고
그 사랑 노랗다 못해 누렇게
변해간다 해도
사랑하고 사랑하고 또 사랑합시다
당신도 아지 못하는 사이에
누군가 눈물 떨궈 계절은
을씨년스럽다 해도
천만 년을 되돌려도 끼워 넣지
못할
오늘 하루도 특별히 사랑합시다
우리 아지 못하는 사이에
슬픈 사랑 발에 밟혀 몸살 앓는다
해도
천지간을 채워도 아직 아쉬운 빈
눈물로 봉하도록 사랑합시다
사랑합시다
가을날 뚝뚝 떨어져 모든 발걸음
사라진 뒤에
우리사랑 쓸모없이 뒹굴어도
누군가 정성으로 쓸어 담는
새벽이 오면
사랑은 남모르게 벅찬 노동이
되고 밥이 되고
그의 술이 되어 청춘이 되어
마침내
그의 거친 손끝에서 노랗게 물든
사랑이
저녁 귀갓길 문고리에 묻어나도록
사랑하고 사랑하고 떨어집시다
떨어지고 구르다가 밟히어서
사랑합시다
사랑하다 사랑하다 사라집시다
 
박 철
저작권자 © 한호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