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팔한 자식 잃은 에미, 아이를 찾느라 헤맨다, 밤에 간신히 눈 붙이면 같은 꿈을 반복하여 이젠 꿈에서도 꿈이라는 것을 안다. 어제 밤에도 일 하다가 앞치마를 두른 채로 뛰쳐 나갔다. 사거리에서 이거리 저거리 찾다가 큰길 따라 가다가다 인적도 없는 오솔길에 들어섰는데 밤색 단층집이 있어서 들어갔다.
 
안경을 낀 선생님은 학생에게 책을 넘겨주며 다정히 말씀하고 계셨다. 학생들은 조용히 앉아서 책을 읽고 있는데, 광선이 어두워 얼굴은 보여지지 않았다. 다행이다. 몇 번이나 꿈에서 만나 다시 잃을까봐 두려워 꼭 붙잡고 애 이름 부르며 울다 깼던가. 깨면 잔인한 현실 아파서 견디지 못해 몸부림치니 꿈에서 만나면 안된다.
 
뒤에 세 번째 자리에 아이, 머리형만 봐도 분명히 내 자식이다. 만나면 안된다. 순간 사라진다. 이대로 꿈에 있자고 생각하며 돌아선다.
 
“교감 선생님, 왜 이렇게 어두운 곳에 있습니까?”
“환한 곳에 곧 갑니다. 기다려 다 같이 갑니다.”
 
여러 명 손에 붕대를 감아서 책을 보지 못하고 묵묵히 앉아 있는 학생들이 보였다. 어른으로서 무슨 말을 더 할 수 있을까?  
 
“너희들은 어떤 책을 보고 싶은지 말해봐라.” 들어왔을 때 인사를 나누고 선생님께서 편히 보고 싶은 책을 찾아 보라면서 책장을 가리키는데 책이 많지 않았다. 한 권 펼쳐 봤는데 잘 보이지 않았지만 만화책 같았다. 
 
“아줌마가 작가님들 보고 쓰라고 할테니.” 그들은 세 종류의 책이 보고 싶다고 말한다.
 
다시 한 번 돌아다 본다. 열심히 공부하고 일찍이 철이 들어 사춘기에도 순하게 지내 온 착한 자식. 엄마 사랑해 하는 아직도 동음이 다 사라지지 않은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 했다. 어루만지고 싶어 견딜 수가 없었다. 더 있으며 안되겠다.
 
부랴부랴 일터로 향한다. 길 모퉁이를 돌아서니 웅장한 흰색 건물이 보였는데 그리스 신화에서 나오는 신전보다 더 우람했다. 휘황한 신전은 얼마나 크고 높은지 지붕이 보이지 않았다. 성대한 연회가 곧 시작되는데 손님들은 구름처럼 모여들어 오고 있었다. 모두 눈부시게 아름답고 귀기가 흘렀다. 화사로운 옷차림한 서양 귀빈들은 왜 이렇게 눈에 익은지? 생각났다. 그들은 미술을 좋아 하는 자기 아이가 즐겨보는 그림 중에 주인공들이 아닌가.
 
앞치마를 내려다 보고 빨리 일하러 가야지 하며 주방으로 향하다가 동네에 같이 불행을 당한 두 아주머니가 보였다. 두 분은 각각 천사같은 남녀 쌍둥이를 데리고 있기에 묻는다.
 
"언제 벌써 애를 낳아서 이렇게 컸어요? 하나도 키우기 힘든데 둘씩이나요.”
 
상큼하게 생긴 쌍둥이 여자 아이가 “힘 들어도 같은 아이 둘씩은 키워야지요.”라고 한다.
 
아가가 어른한테 대꾸하는데 말에는 일리가 있었다. 문득 부탁받은 책들이 생각났다. 
 
주방에 들어가 같이 일하는 여자분을 보고 오늘 손님이 많아서 설거지 일이 많겠다고 하니 “걱정마세요, 우리가 다 합니다. 언니는 마음을 놓고 푹 쉬세요. 손님이 늘어서 새 그릇을 더 드렸는데 마음에 드시는지 보셔요” 한다.
 
무늬가 신기하구나. 이런 사기가 다 있구나. 이런 사기가 하다가 온 밤 헤매다 지쳐서 혼수상태에 빠진다.
 
양안전(호주한인문인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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