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0 보궐선거가 야당의 참패로 끝났다. 이번 선거의 기본 배경은 세월호 사태로 드러난 박근혜 정부와 기존 국가운영체계의 위기였다. 이런 상황에서는 당연히 ‘대안세력’인 야당이 지지를 받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렇지 못했다. 물론 보궐선거의 낮은 투표율이나 몇몇 선거구에서 간발의 차로 떨어진 결과를 보면 너무 부정적으로 볼 필요도 없지 않은가라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세월호 사태가 가져온 위기감을 제대로 유지하고, 적어도 야당이 위기의 실체를 제대로 국민에서 전하는데 성공했다면 적어도 더 높은 투표율이라는 결과라도 나와야 정상이다. 심각한 것은 현재 상황을 보면 투표율이 높았다 해도 과연 야당이 승리했을지 궁금해지는 증상들이 눈에 띤다. 특히 전남에 입성한 이정현 새누리당 후보의 큰 격차의 승리는 야당에 정서적으로 가까운 그룹들조차도 ‘정치적 혐오감’이 상당하다는 사실을 드러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결과를 ‘합리화’시키려고 해서는 안된다. 특히 야당 내부에서 이번 문제의 원인을 단순히 김한길-안철수 체제의 무능으로 돌리려고 한다면 더 큰 문제에 봉착하게 될 것이다. 현재 새정치민주연합의 상황을 봐서는 다른 누가 지도자가 되어도 별로 다를 것이 없는 구조적 문제에 빠져있다. 특히 야당 중진들 위주의 계속되는 힘겨루기 상황은 누가 지도자가 되어도 공개적인 갈등과 잡음을 피해갈 수 없는 구조다. 한국정치상 갈등과 잡음은 상대편으로 하여금 정치혐오나 무작정 거부감을 부추기는 좋은 거리가 된다는 면에서 야당은 이에 대한 구조적인 해결책을 찾아내야 한다. 갈등과 이견은 어느 정당이나 정치적 결정에서나 따라오는 것이지만, 이것이 표출되고 정리되는 과정이 지금보다 더 정교하고 세련되어지지 못한다면 새정치민주연합은 대안세력의 이미지를 얻는데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적어도 제대로 된 대안세력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여당에게는 좋은 소식일지 모르겠지만 국민에게는 불행한 뉴스다. 여당을 제대로 긴장시키기 위해서라도 건강한 야당, 건강한 대안세력이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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