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14일 한국을 방문했다. 교황은 우리사회에 존재하는 많은 종교 중 하나인 카톨릭교회를 대표하지만 세계와 한국 사회에 큰 도전과 희망을 주고 있다. 특히 전 교황의 조기은퇴를 가져온 원인 중 하나로 회자되어 온 로마 카톨릭 교황청 내 부패 문제에 대해 적극적인 개혁의지를 천명하고 이를 위해 한국을 포함한 제 3세계에서 새로운 추기경을 대거 뽑고, 호주의 노만 펠 추기경을 통해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교황청 은행에 대한 개혁작업을 과감하게 추진 중이다. 
 
이 밖에도 교황청 은행 문제의 또 다른 고리였던 이탈리아 마피아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단호한 절연의사를 밝혀 많은 이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물론 이러한 개혁조치에도 불구하고 카톨릭교회의 가장 큰 숙제인 신부에 의한 아동 성추행 문제에 대해서는 뾰족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지 못하다. 그러나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회는 약자를 돌보고, 자본주의 속에서 매몰되어 가는 인권 문제를 환기시킴으로써 그 동안 카톨릭이 실추한 윤리적 권위를 상당부분 회복하는 데 성공했다.
 
물론 이러한 주장은 카톨릭교회의 구조적 변화에 기인한 것이라기 보다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개인 생활과 태도에서 기인한 면이 많다. 카톨릭교회의 내부개혁 문제도 수백년 이상 기득권으로 누려왔던 뿌리깊은 로마 교황청 관료집단을 구조조정하는 데까지 나가야 제대로 결과를 얻을 수 있기에, 여전히 좀 더 두고 봐야 한다. 
 
특히 아동 성추행 문제의 경우, 외부에서는 카톨릭 교회가 지금과 같은 불투명한 의사결정 과정과 비밀주의적 문화, 그리고 무엇보다도 독신 성직자 제도를 유지하는 것으로는 해결이 되지 않을 상황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지금 세계 카톨릭 교회에서 아동 성추행 문제가 적은 곳이 공공연하게 결혼을 하고 있는 아프리카 성직자들이란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점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전 교황들과 별다른 입장변화를 보이고 있지는 않다. 때문에 일부에서는 교황이 심각한 내부문제를 이미지 정치로 땜질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없지 않다.
 
그러나 요즘처럼 세계 전역의 대형사고와 전쟁, 계속되는 경제 위기로 많은 약자들이 궁핍과 절망으로 몰리는 상황에서 세상은 소망과 위로가 절박하다. 신자유주의적 분위기가 여전히 지배하는 우리 세계는 약자는 날로 좁아지는 삶의 기회와 보호 속에서 알아서 살아남도록 강요받고 있고 사회도 조직도 국가조차도 경제적 이유를 대며 약자에 대한 보호책 축소를 당연히 여긴다. 
 
소외된 개인은 서로에 대한 폭력과 갈등 속에서 더 자신을 소외시키고 최근 윤병장 사건이 보여주듯 지켜주는 이가 아무도 없는 현실을 끔찍한 죽음으로 확인하기도 한다. 어디에서도 소망을 볼 수 없는 시대에 사회를 지탱하는 기둥 중 하나인 교회, 여전히 상당한 영향력을 가진 카톨릭 교회가 외치는 ‘약자 보호’의 메시지는 그 점에서 우리 시대의 희망이다. 
 
특히 최근 한국 상황은 이러한 위로와 도전이 간절히 필요한 때다.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중에 세월호 유가족에 대한 위로나 남북갈등에 대한 화해 호소가 지금만큼 절실할 때가 없기 때문이다. 정부와 정치계가 국가 개조는 커녕 세월호 유족조차도 위로할 만한 대안도 찾지 못하고, 남북대치 상황은 ‘드레스덴 선언’에도 불구하고 조금도 나아질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여기에 일본의 우경화와 중국의 대국화 앞에서 한국은 남북긴장에 갇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방황하며, 우리가 분단으로 인해 얼마나 제약받고 있는지를 재확인해줄 뿐이다. 여기에 경제개발 논리에 치여 날로 소외되어 가는 사회적 약자들의 고통도 위험수위를 넘나들며 수많은 사회적 갈등과 불만으로 표출되는 중이다. 이점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과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한국사회의 소망이 될만한 사건이다. 이러한 도전 앞에서 한국사회의 양심이 조금이라도 반응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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