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아프가니스탄 난민자격 신청자가 호주정부로부터 거부당한 뒤, 며칠 전 아프가니스탄 행 비행기에 태워져 강제 송환 제 1호가 되었다. 이 난민신청자의 이름은 정확히 공개된 적은 없지만, 강제출국을 막기 위해 법원에 상고하는 과정에서 가슴 아픈 호소를 담은 통화 내용이 외부로 공개되면서 언론과 인권운동가들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분위기도 그의 운명을 바꾸기엔 힘이 부쳤던 모양이다.
 
그러나 우리는 호주정부가 여전히 아프가니스탄 난민문제에 대해서는 좀 더 관대한 입장을 보여야 한다고 믿는다. 그것은 이 전쟁에 대한 호주의 책임부분이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동안 아프가니스탄계에 대한 난민인정이 비교적 관대했던 호주정부는 이제 전쟁이 끝나고 치안이 안정되었다는 이유로 난민신청의 문을 좁히고 있다. 문제는 지금 한참 언론의 눈길을 끌고 있는 이라크나 시리아 못지 않게 아프가니스탄의 참혹한 실태도 전혀 개선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외국군에 의해 억지로 세워진 이전 정부는 정통성뿐만 아니라 국가를 재건할 능력도 없음을 드러냈고, 이를 대신할 정부를 뽑는 최근 선거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정부 구성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대안이 보이지 않고 있다. 더구나 전쟁으로 쫓아냈던 탈레반과 공식적인 연대를 다시 언급해야 할 만큼 여전히 아프가니스탄은 불안하다.
 
물론 호주 정부가 미국 주도로 이뤄진 중동 재편 시도와 그의 실패로 따라온 심각한 혼란사태에 모든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호주정부는 아프가니스탄을 ‘잊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선 곤란하며, 이런 자세는 난민문제에도 반영되어야 한다. 우리가 저질러 놓은 문제에 책임을 지려는 자세를 우리 스스로 요구하지 않는다면, 정부는 깊이 고민하지 않고 이익이나 체면을 위해 겁도 없이 타국내정을 간섭하고 전쟁을 벌이는 일을 계속할 것이다. 어쩌면 난민에 대한 우리의 태도도 호주가 더 자비로워져야 한다, 아니다 같은 피상적인 감정문제가 아니라 좀 더 ‘회개’의 차원에서 다뤄져야 한다. 난민들을 보며, 우리의 무관심 속에서 집행된 정책과 전쟁이 얼마나 큰 상처가 될 수 있는지를 깨닫는 일, 그것이 지금 호주사회에 더 필요한 일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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