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 온 이민자 부모들은 맹자 어머니에 버금가는 사람이 많다.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가족이 떨어져 사는 고통을 감수한 기러기족들도 있지만, 자신이 익숙한 문화와 환경을 뒤로 하고 자녀에게 줄 글로벌 기회를 위해 함께 온 가족들도 보통 결단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이들에게 주어진 환경은 생각보다 간단하지 않다. 먹고 살기에 빡빡한 환경 속에서 전인적인 교육을 꿈꾸었던 처음 기대는 산산조각 난다. 더구나 호주의 삶 전체가 각박해 지면서 같은 한국 아이들과의 경쟁뿐 아니라 중국과 인도 아이들과의 경쟁도 치열해 지면서, 학원에 보낼 돈만 점점 더 늘어난다. 덕분에 좀처럼 애들 볼 시간이 없던 부모의 일정표에는 파트타임이라도 더 해서 구멍난 재정을 메꿔야 할 필요만 커져간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줄 유산이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고등 학력자라면 이렇게 하는 것만으로도 부모의 역할을 어느정도 하는 것이리라. 그러나 이러한 조건으로 행복을 누리기엔 삶이 그리 간단하지 않다. 어쩌면 우리가 아이들에게 제공하려는 더 나은 학력성취의 기회를 위해 행복에 더 중요한 것들을 잃어버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인간에게 행복이란 상대적이라는 철학자들의 지적을 음미할 필요가 있다. 이 말은 모든 행복은 남들과의 관계에서 자신을 돌아보는 능력을 의미한다. 남들의 평가와 이목에 너무 휘둘리지 않고 자족할 줄 아는 능력, 이런 능력은 자신이 이미 가진 것에 대한 깊은 자신감에서 나온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정서적 안정이라는 것이 바로 이것을 의미한다.
 
공부에 쫓겨 부모와 제대로 관계할 수 없는 아이일수록, 환경과 평가에 민감해지는 불안한 인생을 살게 된다. 실제로 이런 사람이 일도 잘하고 더 성공하는 편이지만, 그런 성공과 성취는 당사자에겐 그다지 행복의 조건이 되지 못한다. 자신이 행복하지 않은 삶은 남도 행복하게 할 수 없다. 이에 반대되는 안정을 원한다면 부모는 아이들이 어릴수록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관계하고, 사랑해 주어야 한다. 그것 외에는 자족의 힘, 자신을 보는 자신감이 커질 곳이 별로 많지 않은 것이 인생이기 때문이다.
 
이점에서 점점 더 커지는 호주사회 내 경쟁의 분위기에서 우리 모두의 고민이 필요할 때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주려는 미래가 어떤 것인지? 엄청난 자격과 수입에도 불구하고 불안하고 행복하지 않은 삶을 준비시키는 것은 아닌지 물어봐야 할 때다. 특히 아이들을 학원에 보낼 돈을 마련하기 위해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큰 축복인 자녀들과의 시간을 너무 많이 희생시키고 있는지도 냉철하게 따져 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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