땟국물 흐르는 머리들이 땅 아래로 간다
일그러진 양푼의 이력이
납작 엎드려 찌든 동전들을 세고 있다
로봇의 영혼도 DNA로 해체 된다고 믿는 세상에서도
행인의 발목을 잡으려면 가슴을 땅바닥에 붙여야만 한다
예수처럼 낮아져야만 한다
벌벌 흔들리는 형광등 불빛이 과거를 핥아가고
감겨진 망막에 걸려 있는 빈집이 아득하다
몸뚱이들이 활자 가득한 신문지를 켜켜로 덮느라 바쁘다
천천히 목숨 한줄 한줄 잠 재우는 통로
들숨과 날숨이 아직 살아 있음을 알려준다
제 몸을 찌르기 위해 가시를 키우는 선인장들
아들노릇 , 애비노릇 , 남편노릇 못한 죄로
화석 같은 심장 하나씩 껴안고 
등을 구부린다 뒤튼다
저도 모르게 샅 사이 끼워 넣은 손이 기도를 한다
누군가 급하게 지하도를 빠져 나간 것 같다
 
장정윤(호주한인문인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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