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복지단체 임원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지방 정부와 한인 기업 등에서 후원을 하고 싶어도 법적 장치나 정비가 제대로 되지 않아 기회를 놓쳤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흔히 말하는 대로 느낌이 그런 것이 아니라, 지방 정부의 복지관련 직원과 한인 기업의 홍보 담당자로부터 직접 들은 이야기라고 한다. 여기서 문제가 된 것은 주로 헌금에 대한 ‘세금혜택’여부와 정부에 제출할 수 있는 제대로 된 과거 재정지출과 활동 보고서 같은 것을 말한다. 그나마 이곳에서 오랫동안 자리를 잡고 인지도가 높은 단체인데도 이런 상황이라면 다른 단체들의 상황은 훨씬 더 녹록치 않을 것이다.
 
한인사회의 연륜도 중년을 넘어가면서 자원이 필요한 복지수요도 점점 늘고 있다. 이것은 그 동안 자주 거론되어 온 노인문제, 불법 체류자문제, 워킹홀리데이 학생문제 뿐 아니라 도박문제, 가정문제, 가정폭력문제, 빈곤문제까지 수도 없이 많다. 다시 말해 호주 주류사회에서나 문제가 되어왔다고 생각된 이슈들이 이제 한인사회에도 점차 중심 이슈가 되어가고 있다는 뜻이다. 이뿐 아니라 ‘문화 수요’ 역시 점점 커지고 있다. 한인사회의 경제적 여력도 높아지고, 직접적인 문화 활동뿐 아니라 교민들의 문화에 대한 욕구도 커지는 상황에서 기존 호주사회가 제공하는 기회와 지원들을 우리는 제대로 활용하고 있는 입장이 아니다.
 
물론 한인사회는 호주 전체에서 보면 여전히 절대수가 적은 소수민족이고, 호주에 진출한 한국기업이나 상공인들도 이러한 문제에 깊이 공감하는 상황은 아니기에 당장 많은 지원을 기대하기는 시기상조일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충분히 확보할 수 있는 정부나 기업의 지원도 우리 자신의 준비 미비로 제대로 챙기지 못한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며 이점에서 한인사회의 복지와 문화 역량의 확충을 위해서는 내부 정비가 간절히 필요하다.
 
특히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서 한인회, 한인복지회 등의 기존 단체들이 나서야 한다. 기존의 일들만 처리하기에도 힘에 부칠 수 있겠지만, 그나마 이런 단체들은 비교적 더 체계화된 노하우와 경험을 가지고 조직을 운영해 왔다. 특히 이들 단체들의 상근 직원들은 다른 단체들이 누리지 못하는 큰 장점이다. 한인회와 한인복지회는 자신들의 이러한 장점을 바탕으로 새로운 단체나 아직 미쳐 정비되지 않은 단체들을 지원, 필요한 조직화 및 법적 정비 등을 위해 나서야 한다. 동시에 이를 통해 기존 단체와 신규 단체들 간의 협력과 신뢰도 더 쌓이게 되면 향후 더 나은 연대가 가능해 질 것이다. 이를 통해 협동이 힘들다는 한인사회의 징크스를 깰 절호의 기반이 마련될 수 있다.
 
한인사회의 활성화는 보다 다양하고 많은 복지 문화 단체들의 활성화가 전제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한인사회의 복지, 문화 필요를 채우는 문제뿐 아니라 한인들이 뭉쳐서 호주사회를 설득하고 이익을 확보하는 전쟁에서도 제대로 싸울 수가 없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대사관 담당자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정부 지원은 항상 이전 기록이나 보고가 기반이 되어야 하는데, 막상 어렵게 지원을 해줘도 그런 기록이나 관리가 안되니 한번으로 끝날 때가 많습니다. 비록 처음에는 액수가 적어도 그런 자질구레한 재정 관리나 기록에 신경을 쓰지 않으면 지원을 계속 이어나가거나 늘리기가 거의 불가능합니다’
 
저작권자 © 한호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