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부에서 지워진 지 오래, 방치의 비명을 삼키며 작은 섬으로 자라는 중
싸늘한 눈총을 삭이며 무시로 부는 모래바람을 한밤중에도 맞아드린다
 
해빙기가 지나자 리아스식 해안의 침수가 시작되고, 푸른 풀밭들이 사라진다
 
핏발서는 두려움을 모래무덤에 묻는다
 
삭은 갈비뼈 사이에 좀보리사초 갯완두꽃을 들여놓고 
후미엔 편마암 대문도 세워 육지와 한통속이 되어간다
 
이 타향과 좀 더 멋지게 어우러지려면 
도드라졌던 그의 처음을 다 없애야 한다
 
물길을 달리던 기억은 모래무덤에 밀어 넣고
추억의 촉수를 건드리는 잔물결 황금 빛 편린들에게도 마음을 빼앗겨서는 안 된다
 
수평선에 드리운 붉은 노을에 담금질을 하는 단단한 육신 만들기…
  
누구든 와서 기대도 되는 튼실한 등을 만들고 있다, 그런데도
아직 희끗희끗 솟아있는 부분들은 옛 주인의 아물지 않은 통점들이다
 
그것들이 최대의 문제이지만 그조차 습기에 맡기기로 하는 폐선,
드디어, 그는 지구의 배꼽인 양 바다와 육지를 연결한다
 
김은(호주한인문인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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