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아 밤 삼경(三更)이 지난 이 시간에 그렇게도 애절히 울부짖느냐? 무엇 때문에 그렇게 애달파 하느냐? 너희들도 우리와 같이 지구촌에서 유일하게 분단국의 서러움을 탄식하느냐?
 
우리 모두는 수많은 노래 중에서 ‘통일의 노래’를 늘 부르고 있단다. 우리의 국토는 남과 북이 심한 이념의 차이로 금이 가고 딱 막혀 있단다. 어떤 의사들도 반백년(半白年)이 넘도록 바로잡을 수가 없구나! 이렇게도 밤낮으로 아파서 신음하는 이 모습을 아무도 고쳐주는 신통한 선각자가 없구나! 그래서 이렇게 긴긴 세월 눈물만 흘리고 있을 뿐이란다. 
 
자유로운 새들아 너희들은 아느냐? 한국 민족의 아픈 상처를! 나도 너희와 같이 새가 되어 훨훨 창공을 넘나들며 고향 땅 향기를 마음껏 마시고 통일을 위한 찬가를 부르고 싶단다. 지척에 우리 부모 형제가 살고 있건만 비바람 긴긴 세월 혈육의 정을 나누지도 못하고 본의 아니게 총뿌리 맞대고 호시탐탐 으르렁대고 있으니 이 어찌 기구한 민족의 비극이 아니겠는가? 사랑하고 싶어도 부둥켜안고 만나보고 싶어도 이념의 벽이 이렇게도 무참한 현실로 만들고 있구나!
 
마음 끝 창공을 비상하는 새들아, 일찍이 셰익스피어는 곤경에 빠진 사람에게 가장 좋은 약은 오직 희망이란 약이라고 했단다. 우리도 결코 끝까지 희망을 간직할 것이다. 어릴 때 부모 품에서 진 자리 마른 자리 골라가며 길러주시던 그 사랑받던 때가 그립고 그때 부모님의 품이 새록새록 그리워지는구나. 대동강 물줄기 60여 성상 혈관에 피가 응고되어 숨이 막힐 듯이 애끓는 그리움을 그 뉘라서 알겠는가?
 
저 북녘 땅에 형제자매들 헐벗고 굶주려 끝내는 쓰러진다는 기막힌 인생의 참상의 비통한 소식을 접할 때 어디에 어느 일각에서 살고 계시는지 생지옥의 처참한 삶으로 하루하루를 눈물로 보내시는 부모형제 일가 친척 어른들 잠 못 이루며 피눈물 흘리며 기도하시겠지! 오래오래 사셔서 통일의 그날 얼싸안고 만나 보기를 기도하련다.
 
마음 같아서는 가로질러 놓은 저 철창 무너뜨리고 당장이라도 내 고향 내 부모 형제 만나보고 싶지만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애달픈 현실, 날이면 날마다 통일을 위하여 부르짖으며 해가 뜨는 새벽이면 하나님을 부르며 빌고 또 빌고 기도합니다. 그리움에 지쳐서 눈물 흘리며 꿈에라도 보고파 염원하건만 환상의 세상만 떠오를 뿐 부모님 모습을 찾을 수 없으니 통일을 위하여 오늘도 내일도 힘차게 소리 높여 불러 보련다.
 
창 밖을 내다보면 늦은 봄 햇살이 따사로운데 봄바람 향기롭게 불어오면 어머니 치마 폭에 매달리며 앞동산에 나물 캐러 가던 생각이 아직도 오늘처럼 생각납니다. 뒷동산 아랫마을 개울 건너며 잔대 캐고 버섯 따던 그때 그 생각. 아름다운 계곡에서 흘러나오는 조약돌 깔린 개울에서는 묵고 묵은 찌들은 빨래하는 아낙네들 한 많은 고통을 방망이 휘두르며 무명 옷 힘껏 두들기며 가슴 속에 쌓인 한을 풀고 있는 여인네들의 그 모습이 지금도 선한 것을. 그렇게도 오랜 세월 흘렀건만 그때 엄마 따라 다녔던 어린 시절이 아직도 못 잊은 채 새로워 집니다.
 
어머니 아버지 우리 서로가 있는 힘을 다해 건강하여 통일을 위해 열심히 힘을 다해 저 철의 장막 무너뜨려 그리운 상봉의 날 어서 오기를 기도합니다. 우리들의 눈물겨운 이 모습을 이른 새벽 자유롭게 창공을 비상하는 즐거운 새들과 같이 그 희망을 염원하며 저 북녘 땅에서 신음하는 부모 형제 친척들의 안위를 바라며 머지않아 있을 통일을 외쳐보렵니다.
 
유성자(호주한국문학협회 부회장, 시인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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