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지출처] lindsayamber.com
코스탈 워크(Coastal Walk)는 사전적 의미로 해안 산책로를 뜻합니다. 호주 멜번에 세계적인 해안 도로라 불리는 그레이트 오션로드(Great Ocean Road)가 있다면 시드니는 본다이 비치(Bondi Beach) 주변 산책로가 코스탈 워크 최적 코스로 손꼽힌답니다.
 
장대한 243km 길이의 그레이트 오션로드는 자동차 드라이브로 즐긴다면 본다이 비치의 길은 도보로 기본 왕복 1-2시간의 비교적 짧은 거리이므로 온전한 산책코스로 환영받는 곳이지요. 그럼 걷고자 하는 마음만 있다면 누구나 도전할 수 있는 본다이 비치의 코스탈 워크로의 발걸음을 시작해보겠습니다.
 
▲ 본다이 비치에서 브론테 비치까지 이어진 코스탈 워크는 3.5km 거리다
3.5km에 담긴 황홀한 풍경
본다이 비치 코스탈 워크 정식 코스는 3.5km 거리의 노스 본다이(North Bondi)부터 브론테 비치(Bronte Beach)까지로 이어집니다. 체력과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쿠지 비치(Coogee Beach)까지 더 갈 수도 있지만 저는 저질체력이거니와 코스탈  워크를 처음 도전하는 것이기에 기본 코스인 본다이에서 브론테로 가기로 했답니다.
 
무엇보다 이곳의 장점은 아름다운 해안풍경입니다. 본다이 비치는 시드니를 상징하는 초특급 관광명소로 이에 관련된 일화는 수없이 많습니다. 그중 하나가 1997년 세계적인 컴퓨터 소프트웨어 기업 애플사의 직원이 본다이 비치의 아름다움에 특별한 감흥을 받아 ‘본다이 블루’라는 세상에 없던 컬러를 자사 제품 소재로 만든 일화입니다. 바라보고 있노라면 검은 제 눈동자가 혹시나 블루빛으로 잠시라도 물들지 않을까 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눈이 시리도록 푸른 본다이 비치 바다를 바라보며 코스탈 워크를 시작합니다.
 
해변 산책은 다리가 아니라 눈과 마음으로 걷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특히 본다이 비치는 글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매혹적인 곳이기에 다리로 걷지만 설레는 마음에 두둥실 기분이 좋아져 발걸음이 둥둥 떠다니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산책을 하다 보니 저처럼 느린 걸음으로 걷는 이도 있고 파워워킹을 하는 사람, 조깅을 하는 러너, 걸음을 멈춰 기념사진을 찍기 분주한 관광객 등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되어 외롭지 않습니다. 
 
▲ 산책로 중간에 있는 언덕에서 바라보는 탁 트인 전망이 일품이다
세 군데 비치를 만나는 코스
본다이 비치에서 브론테 비치까지 이어지는 코스탈 워크는 중간에 작고 아담한 타마라마 비치(Tamarama Beach)가 있습니다. 즉 세 군데 비치를 동시에 만날 수 있죠. 산책로 중간마다 Coastal Walk 표지판이 친절하게 세워져 있어서 현재 내 위치를 알 수 있답니다. 
 
타마라마 비치는 본다이 비치와는 또 다른 매력을 주는데 이곳에는 신비로운 장소가 숨겨져 있다고 합니다. 맥킨지스 베이(Mackenzies Bay) 라는 곳으로 바위가 많이 있는 베이랍니다. 특이한 점이 평상시에는 바위와 돌들만 있는 곳인데 해류의 변화가 일어나면 순식간에 바닷물이 빠진다고 합니다. 그리고 거대한 모래언덕을 밀고 들어와 비치로 마법처럼 변신 하는 신기한 명소죠. 2007년 5월에 그런 변화가 처음 일어났는데 그해 11월 모래언덕이 다시 사라져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고 합니다. 그 후에는 1, 2년에 한 번씩 갑자기 그런 일이 발생한다고 하네요. 운이 좋으면 코스탈 워크에 간 날 맥킨지스 베이가 비치가 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고 하는데 제가 간 날은 아쉽게도 보지 못했답니다. 
 
▲ 밀물 때 바닷물이 들어오는 진풍경을 연출하는 본다이비치의 명물 아이스버그(Icebergs)의 풀장
마음 속 힐링버튼 전원이 켜지는 곳
저는 운동에는 정말 소질이 없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본다이 비치 코스탈 워크는 무리 없이 소화할 정도로 편안한 코스입니다. 무엇보다 스쳐 지나가는 풍경이 훌륭하다 보니 구경하는 재미에 빠져 어느새 도착지점에 당도하더군요.
 
코스탈 워크 주변은 전망이 워낙 좋으므로 호주의 부유층들이 많이 거주한다고 합니다. 겉에서 봐도 호화로운 집들의 특집은 모두 창이 커다랗다는 것이었습니다. 높은 곳에 있을수록 더 넓더군요. 아마도 바다의 멋진 모습을 집에서 더 많이 보기 위한 노력이겠죠.
 
그런 모습들을 보니 인간이 갈망하는 것은 돈이나 명예보다는 자연에서의 휴식이 아닐까 싶더군요. 마음이 답답하다면 숲과 해변을 산책하라는 어느 철학자의 말처럼 본다이 비치의 해안 산책로는 많은 이들에게 값없이 평안과 휴식을 주는 공간이 아닐까 싶습니다. 바다, 야생화, 하늘, 바위, 파도..나열할수록 마음이 저절로 여유로워지는 요소들이 본다이 비치 코스탈 워크에는 모두 다 있습니다. 
 
바다처럼 넓은 관용, 야생화처럼 소박한 겸손, 하늘처럼 높은 희망, 바위처럼 단단한 믿음, 파도처럼 지치지 않는 도전이 혹시 필요하신가요? 그렇다면 그 모든 것을 산책으로 채워줄 본다이 비치 해안길을 살포시 추천합니다. 그곳에서 발걸음이 시작되는 순간 공기정화기 버튼을 누른 것처럼 마음 속 힐링이라 쓰인 버튼에도 반짝이는 불이 들어올 것입니다.
 
주소: 1 Notts Ave, Bondi Beach NSW 2
홈페이지: http://bonditocoogeewalk.com.au
 
김서희 기자 sophie@hojudinga.com / 사진 남현재
 
본다이 비치 코스탈 워크 즐기기 TIP
해안 산책로이긴 하지만 두 다리로 산책만 하기에는 본다이 비치에서 브론테 비치까지 이어진 거리에는 볼거리, 할 거리가 즐비하다. 코스탈 워크를 좀 더 적극적으로 즐길 방법들을 정리해 보았다.
 
▲ [이미지출처] 40pools.wordpress.com
1. 오픈워터로 즐기는 물놀이
해안 산책로라는 이름답게 가장 많이 눈에 띄는 사람은 바다에서 수영과 서핑에 흠뻑 빠져있는 이들이다. 바다 수영에는 익숙하지 않고 서핑도 할 줄 모른다면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며 걷는 도리밖에 없다. 하지만 낙담하지는 말자. 바로 브론테 비치에 있는 오픈워터가 있기 때문이다.
 
그곳에는 저절로 생긴 바닷물 웅덩이가 많이 있는데 마치 작은 수영장처럼 생겼다. 수심이 낮아 아이들을 비롯하여 수영 실력이 부족한 어른도 맘 놓고 물놀이를 할 수 있다. 이곳의 100% 바닷물로 만든 오픈워터 혹은 락풀(Rockpool)도 아담한 규모에 수심이 깊지 않아 좋다. 오픈워터 주변에는 샤워시설도 잘 갖추어져 있어 해안 길을 산책 도중에 간단하게 수영을 즐기기에도 편리하다.
 
▲ [이미지출처] hg2sydney.com
2. 자연과 하나 되는 조깅
코스탈 워크를 하다 보면 수시로 마주치는 이들이 조깅의 초보 러너다. 직선으로 쭉 뻗은 쉬운 기본 길부터 계단, 구불구불한 코너, 등산하는 것 같은 언덕 등 다양한 코스로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이곳은 조깅 초보자들부터 고수들까지 다양한 러너들이 환호하는 장소다. 조깅을 즐기는 인구가 워낙 많은 호주지만 여기에 와보면 인구 대부분이 러너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많다. 그만큼 조깅을 하기에는 완벽하리만큼 안성맞춤이라는 뜻이다. 맑은 공기와 가슴 속까지 시원하게 해 줄 만큼 탁 트인 바다 옆 조깅장소인 코스탈 워크의 복장으로는 뛰기 좋은 가벼운 런닝화를 권한다.
 
▲ [이미지출처] ics2016.org
3. 안구 정화되는 호주의 야생화
본다이 비치부터 브론테 비치로 이어지는 코스탈 워크 양옆으로는 한편엔 바다가 다른 편에는 나무와 꽃이 우거져 있다. 특히 바닷바람에 맞서 씩씩하게 피어난 아름다운 호주의 야생화들이 눈에 띈다. 연중 시기별로 호주 각처에서는 색색의 토종 야생화들이 만개한 모습을 볼 수 있는데, 5월에는 꽃이 펼쳐지면 꽃 모양이 캥거루를 닮아 캥거루 포(Kangaroo paw)라 불리는 야생화가 만개하고, 6월부터 11월까지는 수백 종의 난초가 뒤덮이고 여름이 절정에 달하는 12월부터는 다양한 야생화들이 눈을 황홀하게 만든다.
 
비록 정확한 이름은 모르지만 바다 바위 틈 사이로 피어난 야생화들을 찬찬히 구경하며 코스탈 워크를 즐기는 것도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다.
 
▲ [이미지출처] restaurant.australia.com
4. 해변카페에서 누리는 여유
워낙 유명한 관광지인 이곳에는 유명한 레스토랑과 카페도 많다. 그중 본다이 비치에 있는 아이스버그(Icebergs)라는 레스토랑은 맛있는 피쉬앤칩스를 파는 곳으로 알려졌다. 아이스버그는 지금은 일반인에게 오픈된 공간이지만 그전에는 호주의 부유층들만 입장이 가능했던 비밀스러운 사교클럽이었다. 1880년대에 지어져 본다이비치의 역사와 함께한 오래된 건축물로도 가볼 만한 가치가 있다. 좀 더 캐주얼한 공간을 원한다면 타라마라 비치 모래사장 바로 위에 붙어있는 야외카페를 권한다. 모래사장위에 있어서 해변분위기를 생생하게 경험할 수 있고 아이스버그보다는 젊고 트렌디한 분위기다. 
 
코스탈 워크 중간에 맘에 드는 해변카페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맛난 음식과 음료를 마시면 마치 리조트에 온 것과 같은 느낌을 만끽할 수 있다.
 
▲ [이미지출처] bondi38.com.au
5. 호주인의 놀라운 운동 퍼레이드
본다이 비치 코스탈 워크는 관광객 뿐 아니라 호주 현지인도 매우 많이 방문하는 곳이다. 그래서 주변엔 야외 운동기구들도 잘 갖추어져 있는데, 코스탈 워크를 하다 보면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대단한 호주 몸짱들을 흔하게 볼 수 있다.
 
거의 묘기에 가까울 정도로 일반 운동 기구를 이용해 고난도 운동 동작을 선보이는 호주인을 옆에서 보다 보면 자연과 건강을 중요시하는 호주인의 마인드를 새삼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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