년 초, 교민사회의 한 문학단체 행사에 다녀왔다. 모든 내용이 좋았다. 마지막 순서로 행사 주관의 대표가 광고하는 시간이었다. 참석한 인사 중에 여러 단체의 회장님들을 소개하는 것이다. 내 뒤에 3명이 앉아있었는데 그중에 한명도 회장인 모양이다.  양쪽의 두 사람이 추켜세워 한참 걸려서야 앞으로 나왔다. 한명, 한명 소개 할 때 마다 박수를 보냈다.  7명이 소개되었다. 전체를 둘러보니 4~50여명 되는 것 같았다. 그중엔 작년 말에 문학상을 수상한 작가도 있었는데 그 작가는 소개되지 않았다.  
 
우리 모임에서 갑자기 인문학 강연이 열리게 되었다. 준비하는 4명중의 한명인 나에게 몇 가지 일이 주어졌는데 그중엔 마지막 광고도 포함되었다. 광고 할 때에 나도 모르게 헛소리가 나올까봐 원고를 작성하여 준비했다.
 
알찬 강연이 호주 동아일보 사옥에서 잘 진행되었다. 끝으로 광고 시간이 되어 나는 작성한 광고 내용을 천천히 읽어 내려갔다. 
  
“안녕하십니까? 광고 말씀 드리겠습니다.
먼저 바쁜 일정가운데 시간을 내시어 ‘이 시대에 왜 인문학이 필요할까?’라는 주제로 우리 호주 시드니 교민들께 알찬 강연을 해주신 장석주 시인님께 감사한 마음 드립니다.
 
또한 이 강좌를 위해 장석주 시인님의 모든 일정을 안내하고 계시는 수필동인의 윤희경 선생님 내외분과 이 강좌의 모든 준비를 빠짐없이 잘해주신 우리 수필동인과 시동인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이번 기회에 교민사회 문인 여러분께 인사드리겠습니다. 간단하게 그 자리에서 잠깐 일어나시기 바랍니다.
 
우리 이민사회에서 오늘 같은 토요일은 매우 바쁜 날 입니다. 그럼에도 이렇게 함께 좋은 시간을 나눈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오늘 강좌에 참석하신 모든 분들은 앞에 준비된 방명록에 모두 연락처를 기록해 주시기 바랍니다. 우리 이민사회에서 오늘 같은 알찬 모임들이 계속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앞으로도 좋은 모임이 계획되면 모두 연락드리기로 하겠습니다. 아울러 다른 모임에서도, 모이는 장소가 다르고 추구하는 목적과 목표가 다르다 할지라도 좋은 모임은 서로 광고하여 함께 모이는 자리가 오늘 인문학 강연을 계기로 우리 시드니 교민 사회에 확장되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제 광고가 끝나면 장석주 시인님의 사인회가 이어지겠습니다. 소장하신 작품들은 모두 사인받으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세 가지 자랑거리가 있어 교민 사회에 광고 드리겠습니다.
 
첫째로 지난해 <2013년 재외동포 문학상>에 뉴카슬에 거주하시는 이귀순 선생님께서 ‘소설 대상’을 받았습니다. 호주 지역에서 소설대상은 우리 이귀순 선생님이 처음입니다. 세 시간 거리의 뉴카슬에서 오늘 참석하셨습니다. 늦었지만 축하드립니다. 잠깐 일어나시기 바랍니다. 
 
두 번째로 <시 동인 캥거루>의 김오 시인님의 작품이 고국에서 ‘2014년 좋은시’에 선정되어 서울 을지로 3가 2호선과 동대문 4호선에 1년간 전시됩니다. 제목은 <옹달샘>입니다. 지난 5월, 잠깐 고국에 갔었을 때 을지로 3가에서 <옹달샘>을 만나니 얼마나 반갑고, 고마운지 눈물이 나왔었습니다. 고국을 떠난 지 30여년이 흘렀는데도 저런 좋은 시를 쓰다니요…….여러분 중에 서울 가시면 을지로3가나 동대문에 가셔서 우리 김오 시인님의<옹달샘>을 꼭 만나고 오시기 바랍니다. 늦었지만 축하드립니다. 잠깐 일어나시기 바랍니다.
 
마지막 세 번째는 지난달에 2014년 재외동포문학상 수상자가 발표되었는데 <수필동인 캥거루>의 유금란 선생님께서 수필 우수상 수상자로 발표되었습니다. 상패와 상금은 아직 도착되지 않았지만 이 자리를 빌어 축하드립니다. 잠깐 일어나시기 바랍니다.
 
우리 이민 사회의 삶속에서 이렇게 반가운 소식들이 있어 여러 동인들 앞에 자랑 겸, 보고 드립니다.
이상으로 모든 광고 마칩니다. 고맙습니다. 2014년 8월2일“
 
모든 일정이 끝나고 준비된 떡과 다과를 나누며 서로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다. 나도 이곳저곳 다니며 인사를 나누고  커피를 마셨다. 모두84명이 참석했다고 한 회원이 알려준다. 누군가의 볼멘소리가 들린다. 이런 교민 행사 때에는 참석한 인사 중에 회장님들은 소개하고 인사말도 하도록 마이크를 주어야한다고 한다. 나는 그냥 웃기만 했다. “회장님들을 모두 소개하면 나중에 이런 모임에 또 회장님들만 참석하고 작품 잘 쓰는 문인들을 소개하면 나중에 이런 모임이 있을 때, 또 좋은 작품들을 쓰는 문인들이 오게 됩니다.”조용히 그렇게 말하곤 나는 또 웃었다. 
 
장석재
충남 예산 출생
1996년 계간 <창작수필> 신인상 수상으로 수필 등단.
2012 재외동포 문학상 수필 대상 수상
현재 <수필 동인 캥거루> 회장
저작권자 © 한호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