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완전한 존재인 인간은 상대와 비교 평가하면서 불화를 만들고 우울한 나날을 보낸다. 석학들은 사람이 생각보다 그리 똑똑하지 않고 어리석은 존재라고 말한다. 이것을 고칠 수 있는 것은 충실한 신앙생활과 가끔씩 힘들었던 과거 추억을 회상하는 것, 그리고 남을 위한 진정한 봉사와 배려라고 한다.
 
올해는 시드니한인회장 선거가 있다. 임기를 3년으로 하자는 분도 많고 나 역시 주장한 적이 있다. 세계 각국 한인회 정관을 살펴본 적이 있는데 대부분 2년 연임제였다. 사실상 4년 연임 기회 제공을 위한 2년 임기 후 중간 평가라고 해석할 수 있다. 공평하고 올바른 조항이라 수정없이 지금껏 유지되고 있다.
 
올 한인회장 선거 후보자 모두에게 한인회를 위해 봉사하고자 출마한데 대해 교민의 한사람으로서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한인회장은 한인사회 대표자로서 공익을 위해 자기소신을 멋있게 펼칠 선출직이다. 호주에 거주하는 한인사회 구성원이라면 한번쯤 도전해볼만한 직책이다. 하지만 냉정하게도 선거에는 2등이 없다. 선거는 또한 나 자신과의 싸움이다. 이는 나 자신과 싸워 이겨야 하고 져도 말없이 승복해야 할 이유다.
 
사자가 토끼 한마리를 잡기 위해 온힘을 경주하듯이 최선을 다해야 승자의 기쁨을 맛볼 수 있다. 후보자의 자세와 유권자들의 후보자 선택은 병법에도 활용되는 품(品, 물건), 세(勢, 형세), 절(切, 단절)을 통해 엿볼 수 있다.
품(品). 올바른 생각과 확고한 국가관, 역사관, 사회관이 확립되어야 하며 사익이 아닌 공익을 위해 일할 자세 즉 틀이 좋아야 한다. 신의가 있어야 인심을 얻듯이 주변 운동원 역시 곧은 자세가 되어야 조직이 품위와 품격이 있고 신뢰를 받을 수 있다. 공약 역시 추상적이거나 거창한 빈(空) 공약 보다는 간결하게 실천가능하고 교민과 교감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의 미래 비전이나 청사진을 제시하는 것도 좋다.
 
세(勢). 품위와 품격있는 후보에게는 강이 모여 바다를 이루듯 세가 자연스럽게 모인다. 관자(管子)의 형세해(形勢解) 편에 나오는 해불양수(海不讓水)란 사자성어가 있다. 바다는 어떠한 물도 마다하지 않고 받아들여 거대한 대양을 이룬다는 뜻이다. 모든 사람을 차별않고 포용해야 하고 모든 의견을 취합할 능력을 키우기 위해 소통해야 한다. 물이 얕으면 배가 지나가지 못하지만 누구하고도 소통하면 세는 더욱 불어나고. 세(勢)가 따라온다.
 
절(切). 세가 많이 모이면 갖가지 요구와 상충되는 의견으로 충돌할 수 있다. 하나의 거대한 세력이 만들어지기 위한 하나의 진통은 승기의 징후이다. 리더로서 지혜를 발휘해 정확한 해법을 제시하고 유혹받기 쉬운 꼼수와 술수, 음해는 베어버리고 원칙과 정석 그리고 신뢰의 한수로 결단하고 실천해야 한다.
 
건강한 한인회를 만들기 위해 유권자 역시 품, 세, 절을 잘 살펴보아야 한다. 영국 속담에 공연용 원숭이를 살 때 돈으로 땅콩을 사서 똑똑한 원숭이를 고른다고 한다. 땅콩을 버리는 놈, 껍질째 그냥 먹는 놈, 까서 먹는 놈, 어느 원숭이를 살 것인가?
보통 선거기간에는 별도 달도 따줄 것처럼 말하다가 당선 후 이런저런 이유로 허송세월 하는 사람이 있을 때 우리의 손실은 크다. 그래서 한표는 귀한 것이고 꼭 투표해야 한다.
 
이젠 우리 한인사회도 오랜 이민 역사에 충분한 선별능력과 지혜가 숙성되어 있다. 한인들의 협조와 참여, 관심을 끌어낼 수 있는 제도나 방안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불경에 ‘생선 싼 종이는 생선 냄새가 나고 향 싼 종이는 향 냄새가 난다’고 했다. 전략과 속마음은 숨길 수 있어도 냄새는 숨길 수가 없다.
 
한인회는 많은 재정이 요구되고 있다. 옛날 시골에 가면 손으로 젓는 펌프가 있다. 우물 안에 물이 있어도 펌프 안에 공기를 제거하기 위해 한 바가지 물을 넣는다. 그것이 마중물이라고 한다. 먼저 실이 가고 나중에 바늘이 갈수 없듯이 최소한 마중물은 만들 수 있는 능력이 후보자에게 요구된다.
끝으로 양 후보가 펼칠 신명나는 지략과 열전을 기대하며 그간 "열정과 도약" 구호와 함께 수고하신 한인회장에게 심심한 감사의 뜻을 전한다. 또 선관위와 유권자 및 후보자들의 정정당당하고 공정한 선거풍토 확립으로 축제 한마당이 만들어질 것을 당부한다.
 
(김태홍 한국자유총연맹 대양주연합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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