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마약 운반책으로 인도네시아에서 체포되어 사형을 선고받은 두 호주인이 인도네시아 정부에 의해 총살되었다. 이와 같이 사형에 처해진 외국인 중에는 브라질과 프랑스인도 있어서, 호주를 포함한 이 세나라 모두 인도네시아 정부와 관계가 상당히 험악하게 되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이번 일로 대 인도네시아 관계가 갑자기 나빠질 것이라고 예상하지 않는다. 프랑스는 당장 수십억 달러 짜리 공군비행기 납품건이 걸려있고, 호주정부는 인도네시아와의 우호적인 관계가 없이는 자주 국방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가장 멀리 있는 브라질 정부의 목소리가 가장 큰 것도 다 이유가 있어 보인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지켜보며 호주정부의 이중성을 확인하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하다. 이들이 처음 붙잡힌 것도 호주연방경찰의 제보로 이뤄진 일이고, 인도네시아의 강력한 마약단속 정책과 처벌은 갑자기 나온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10년전 이들에게 법원이 사형을 선고했을 때만 하더라도 별로 반응하지 않던 호주 정부가 지금에서야 호들갑을 떠는 것은 정말 생명을 구할 의도가 있었는지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이들이 유럽계가 아니어서 그런지, 전에 샤펠 코비 사건을 다루던 태도와는 사뭇 비교된다.
 
이번 사건이 더 큰 주목을 받게 된 것은 이들이 인도네시아 내부사정으로 사형집행이 연기된 기간에 극적인 재활 사례가 보도되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 중 한 사람은 회심하여 기독교 목사가 되었다고 주장하면서 구명운동에 종교적 이유까지 더해졌다. 이들의 진심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사회가 죄인을 향해 재활의 가능성을 접어버리는 것이 합당한지 자문해 봐야 한다. 변화나 회심의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그 기회를 위해 적어도 감방 안에서라도 삶의 기회를 주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어쨌든 호주정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자국민의 인권보호를 위해 좀 더 적극적으로 움직이기 기대한다. 동시에 여전히 사형제를 유지하고 있는 한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들도 사형제 폐지에 대해 더 깊이 고민해 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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