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스타운에서 시작된 와카타푸(Wakatipu)호수는 뉴질랜드 남섬에서 두 번째로 큰 호수다. 
 
평균 수심은 300m정도이고 길이는 84km에 달한다고 한다.
 
찰랑찰랑 고향 냇가가 생각나는 얕은 호숫가에는 하얀 조약돌이 반짝이고, 투명하게 맑은 물은 한 움큼 손에 쥐고 마시고 싶은 충동을 일으킨다.
 
그레노키 마을은 와카티푸 호수의 서쪽 맨 끝자락에 위치한 아름답고 작은 마을이었다.
이 마을에서 바라본 마운트 은슬로(Enslow)라 불리는 높은 산 위에는 1년 내내 눈이 내려 은빛 가득한 산봉우리가 우리를 압도한다. 
 
날씨변화가 심한 곳인데, 우리를 환영하는 듯 날씨가 어찌나 화창하고 맑은지 구름위에 산이 솟아있기도 하고 산위에 구름이 걸려있기도 하다.
 
파란 호수 물과 어울려 가히 신비롭고 환상적이다.
 
그곳 마을은 영국 스코틀랜드지역 거리의 이름 그대로 지어졌다고 한다.
 
마을 우체국, 도서관 등 그 동네에 필요한 공공건물은, 아담하게 지은 작은 건물로 그 동네의 인구와 소박함을 말해주고 있다.
 
특이한 것은 유모차와 어린이를 데리고 다니는 작은 길이 조성되어 있다는 점이다.
 
마을 모든 사람들이 어린이를 귀하게 사랑하는 마음이 없다면 저런 길은 결코 만들지 않았으리라.
 
또한, 소, 양과 더불어 말을 특히 많이 키우기 때문에 세계 각국으로 경주마를 수출하는데, 한국 과천 경마장에도 몇 마리 보냈다고 우리에게 자랑한다.
 
그래서인지 걸음만 걸을 줄 알면 말 타는 것을 가르쳐주어, 10살 정도가 되면 말안장이 없어도 누구나 능숙하게 잘 탄다고 한다,
 
1년에 한 번씩 말 경주대회가 열리는 날은, 온 동네 사람들이 시합을 통해서 이웃 간에 정을 돈독히 나누는 마을 축제의 날이다.
 
경치가 좋아 영화 ‘반지의 제왕’을 촬영했다는 곳도 여러곳 있었다.
 
늪지대 위에 조그만 나무다리를 따라 걸으면 하얀 호수 위로 검은 흑조 가족이 유유히 떠다니고, 시간이 멈춰진 듯 나는 영화 속으로 빠르게 빨려 들어간다. 
 
암흑의 제왕 사우론과 맞서 마지막 반지를 지키려는 마을 사람들의 비장한 모습. 엄청난 희생을 감수하고라도 반지를 지키는 것이 세상을 구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곳에 하얀 백조는 없고 검은 흑조만 사는것일까... 어미 흑조를 나란히 따라다니는 새끼 흑조들의 모습이 앙증맞다.
 
바람 부는 와카티푸 호수 가에 있는 나무들은 곧게 뻗은 나무는 보이지 않는다. 
 
바람이 부는 대로 누워져 있는 것도 있고 쌍둥이나무처럼 뿌리가 이어져 서로 붙잡고 의지하며 바라보는 나무도 있고, 자연에 순응하며 끈질기게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는 모습을 볼 때 인간의 삶과 다름이 없음을 느꼈다.
 
맑은 물가에서 세퍼트 한마리가 나뭇가지를 던져주면 받아서 다시 물고 나오면서 신나게 호수에서 놀고 있었다. 
 
한참 후, 주인이 어디 갔는지 보이지 않자, 그 개는 내 곁을 맴돌며 놀아주기를 원하는 눈치다. 
 
내가 작은 가지를 몇 번 던져주니 잘도 받아서 가져온다. 작은 나뭇가지가 없어서 꽤 큰 나무를 던져주다 보니 어깨가 아파서 그냥 있었더니, 개가 그 큰 가지를 입으로 뜯기 시작하여 들기 좋게 작게 만들어 내게 가져왔다. 개도 사람과 교감이 이루어진다는 것을 직접 경험하니 놀라웠다
 
말 못하는 짐승이지만 생각이 있고 상황 판단을 잘 하는 모습이 감동을 준다.
 
이름도 모르는 그 개의 주인은 그 동네에 사는 나이가 많으신 할머니의 개라 한다.
 
할머니가 같이 놀아주지 못하니, 날만 밝으면 호숫가를 나와 그 동네를 찾아오는 관광객들과 놀며 시간을 보내다 어둠이 내리면 집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알프스 산자락 같은 동화 속 풍경에, 동물들도 사람들도 모두 한결같이 평화롭고 아름다운 그레노키!
 
감동이 많았던 그곳은 천국이 있다면 그곳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싶다.
 
말로만 듣고 벼르던 이번 여행은 일행 중 한분이 여행사를 통하지 않고 퀸스타운에 사는 선교사님을 소개받아 가이드를 해주셨다.
 
여행하는 스케쥴이 여행사에 비해서 몇 군데 되지 않아 처음에는 불만이 있었지만, 우리 신체조건에 맞는 편안한 맞춤여행이어서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그리고 아주 작은 카페에서 먹은 생선과 감자튀김의 맛, 그 맛을 또한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싱싱한 청대구(Agency Cod), 유난히 고소하고 맛있게 튀긴 감자 칩스, 
지금껏 먹어본 중에 가장 맛있는 또 먹고 싶고 또 가고 싶은 그레노키의 소박하고 아름다운 풍경이 나는 벌써 그립다.
 
김희자(글무늬문학사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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