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서 시리아 난민 보호지원 업무 수행, 각국의 의사 교사 등 모집 교육
 
“이런 참혹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을 한인들도 인식하고 호주에서 생활하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이해하길 바랍니다.”
 
비정부기구(NGO)인 국제구조위원회(IRC)의 요르단 지구에서 일하고 있는 시드니 한인 윤인규 씨(영어명 케빈)는 “저는 시드니에서 성장하면서 자유를 만끽했다. 호주에서 성장한 것을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호주에서 생활하는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좋은 환경에서 생활하고 있다. 호주에서 가장 가난한 사람이더라도 세계 최상위 99% 이상의 생활 수준을 누리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4월 28일 이스트우드에서 만난 윤 씨는 지금 2년째 IRC 요르단 지구의 인력 모집 교육 업무를 수행하고 있으며 주로 레바논에서 생활한다. 요르단 지구는 요르단, 레바논, 터키, 이라크를 관할한다.
 
윤 씨는 약 2011년부터 시작된 시리아 내전을 피해 주변국으로 피난온 시리아 난민들을 위한 인도적 지원보호 단체 IRC의 업무 수행에 필요한 분야별 전문가들을 모집 교육하는 인력 담당자(International Recruiter)이다.
 
“제 역할은 국제 인력 모집 담당이다. 미국, 영국, 호주, 프랑스 등 전세계를 대상으로 인도주의적인 분야에 관심이나 경험있는 의사 교사 기술자 등을 모집해서 교육시키는 업무다. 이들을 모집해서 4개 국가를 위한 프로그램을 수립한다.”
 
한국에서 태어나 5세 때 부모를 따라 호주로 이민와 셀렉티브스쿨 시드니보이즈고교를 거쳐 맥콰리대 언론학과를 졸업한 윤 씨가 IRC에 몸담게 된 것은 2013년 교회 친구들과 레바논으로 떠난 선교활동이 계기가 됐다.
 
많은 시리안들이 땅을 빌리고 텐트를 쳐서 매우 힘들게 생활하는 동부 레바논 지역 백카 계곡(Bekaa Valley) 일대의 잘레(Zahle)에서 어린이들에게 영어와 수학을 가르치고 건물 페인트칠도 했다. 추운 겨울 날씨에 고통스러워 하는 난민들을 돕기 위해 시드니의 친구 가족 교회에 겨울 옷을 보내달라고 요청해서 도와주기도 했다.
 
● “약자 돕는 자부심으로 즐겁게 일한다” = 윤 씨는 갖고 있던 돈이 다 떨어져서 인터넷을 통해 IRC의 현재 일자리를 구했다. 처음에는 3개월만 일하기로 했던 것이 1년 반을 넘기고 있다.
 
IRC의 주요 업무는 부모가 없거나 노동에 시달리는 어린이와 가정 폭력이나 성폭행을 당한 여성들을 돌보고 보호해주는 것이다. 이런 약자들에게 교육이나 법적 조언을 하거나, 유럽이나 미국 등에 난민으로 보내주는 일도 한다.
 
“제가 교육 리더들을 모집하는 역할을 맡게 된 것은 행운이다. 저는 190명 이상의 시리아 교사들을 모집해서 레바논에서 일할 기회를 제공했다. 이들은 5000명 이상 어린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여성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어린이들에게 교육을 제공하는 상승효과를 내고 있다.”
 
IRC를 위해 일하는 2500명 중 호주 출신 한국인은 윤씨 혼자뿐이다. 그는 “제 역할은 매우 작은 것 같지만 이런 어려운 일을 하는데 가장 적합한 사람이라는 자부심과 함께 일을 즐기게 됐다. 일하는 동료들이 모두 열정적이고 일을 즐긴다”고 밝혔다.
 
●  “시리아 사태, 호주에도 영향 미친다” = 레바논의 전체 인구는 4백만명이다. 그런데 120만명의 시리아인들이 레바논으로 넘어와 전국 도시에서 매우 처참한 난민생활을 하고 있다. 요르단 난민촌(refugee camp)인 자타리(Zaatari)는 너무나 규모가 커져서 요르단에서 3번째로 큰 도시가 됐을 정도다. 레바논 120만명, 요르단 100만명 등 400-500만명의 시리아 난민들이 주변각국에 흩어져 생활하고 있단다. 하지만 시리아 내에 갇힌 1200만 명(Internally Displaced Persons)도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엄청난 사람들이 모든 기회를 잃은 삶을 이어가고 있다. 이는 아프리카의 르완다 상황보다 훨씬 비참하다. 매우 복잡하고 상이한 상황이다. 현재 인도적인 지원 외에 뚜렷한 해법이 없는 것 같다.”
 
유럽 미국 등 선진국들이 이들 난민을 지원하기 위해 IRC를 포함한 많은 NGO단체들에게 엄청난 구호금과 구호물품을 전달하고 있다. 하지만 윤 씨는 “돈이 얼마나 많이 지원되더라도 이 문제는 향후 적어도 10년간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정치적인 해법이 없기 때문”이라고 예상했다.
 
30세인 윤 씨는 올해 말까지 일한 후에 호주로 돌아와 맥콰리대학 대학원에 진학해 정책응용사회연구 분야를 공부할 계획이다.
 
윤 씨는 한인들에게 “해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관심을 갖고 깨어있어 달라.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중동에서 고통에 허덕이고 있다. 이런 소식을 읽고 이해하고 판단해달라. 국제화된 현실에서 이는 호주와 호주인들에도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당부했다.
 
권상진 기자 jin@hanho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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