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딸과 아들 하버드대 옥스포드대 런던정경대 케임브리지대 진학
“대화와 신뢰로 자녀 좌절 기간 단축시켜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
 
“이민자들이 주류사회에 끼어들기 위해선 자녀 교육에 집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과에만 집착하지 말고 과정에 집착해야 합니다. 결과에만 집착하는 것 보다는 무관심이 나을 수 있습니다. 과정에 집착한다면 결과에는 관대해질 수 있을 것 입니다.”
 
3명의 자녀를 영국과 미국의 명문대에 진학시킨 김영신 김정아 씨 부부는 자녀 교육에 대해 이렇게 조언했다. 이 부부가 자녀 교육에 얼마나 애정과 관심을 쏟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1980년대 후반 호주로 온 이들 부부의 자녀 교육은 올해 막내 아들 형우(영어명 케빈)을 영국 케임브리지대 법학과에 입학시키면서 일차적인 목표를 성취했다.
 
첫째 딸 유경(애나)이는 하버드대를 나와 옥스포드대 법학과를 졸업했고 둘째 딸 재경(클로이)이는 런던정경대(LSE) 법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이다. 맏사위 다니엘 니비어스도 하버드대 학사와 케임브리지대 우주항공공학과 석사 출신이다.
 
핌블레이디스칼리지(PLC) 여고를 전면 장학생으로 졸업한 유경이는 11학년 때 하버드대학에 조기 입학하면서 시드니 한인사회에 화제가 됐다. 재경이도 PLC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다. 형우는 녹스그래마스쿨 5학년부터 12학년까지 피츠시몬스오픈장학생(FitzSimons Open Scholarship) 이었다.
 
5월 1일 고든에서 김 씨 부부를 만나 자녀 교육에 대한 철학과 소신을 들어봤다.
 
● “어릴 때부터 아이들과 함께 꿈꾸고 노력해야” = 부인인 김정아 씨는 자녀 교육 원칙을 묻자 “무엇이든 선택한 것은 최선을 다하라고 가르쳤다. 결과 보다는 과정에 최선을 다하도록 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항상 아이들과 많은 대화를 했다. 무엇이 잘 안됐을 때도 아이들이 우리에게 모든 문제점을 털어놓을 정도로 신뢰가 깊었다”고 덧붙였다.
 
남편인 김영신 씨는 “누구나 좌절은 한다. 실패를 통해 배운다. 하지만 좌절의 시기가 길어질수록 아이들에게 나쁜 영향을 준다. 그 시기를 단축시키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라며 “이제 우리가 없더라도 아이들끼리 현안을 논의하는 모습 보니까 해외에서 공부시킨 보람이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부모가 자녀 공부에 신경쓰는 시기는 빠를수록 좋다. 부인은 “빠를수록 좋은 것 같다. 어릴 때부터 아이들과 꿈을 같이 꾸면서 꾸준히 노력하면 기초가 탄탄해지는 것 같다. 유치원 다닐 때부터 함께 책 읽고, 함께 퍼즐 풀고, 숙제도 같이 했다.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이 제일 행복했던 것 같다”고 회고했다.
 
자녀 공부에 아빠의 역할도 중요하다. 부인은 “아빠 역할은 굉장히 중요한 것 같다. 엄마 이상으로 중요한 것이 아빠인 것 같다. 호주에서 엄마 아빠의 역할 구분은 안된다. 자녀 교육에 서로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 부부에게 호주생활은 자녀교육이 거의 전부였다. 남편은 “큰 욕심없이 아이들 교육시킨다고 조용히 앞만 보고 달려왔다. 셋이 나름대로 성취할 때까지 힘들었다. 하지만 일단 목표했던 한 단계를 성취했으니까 자부심이 느껴진다. 성실하게 해준 아이들에게 감사하다”고 밝혔다.
 
해외 유학길은 사실상 애나가 열었다. 애나가 해외로 눈을 돌리면서 동생들도 따라가게 된 것이다. “애나가 미국으로 가길 원했다. 더 넓은 곳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싶어했다. 애나가 길을 열었고 동생들도 뒤따라간 것이다. 큰 꿈과 목표를 갖고 해외 가서 공부해 보니까 호주에서 보지 못한 면을 많이 보고 더 많은 기회가 있는 것 같았다.”
 
부부는 3명의 자녀를 해외에 입학시키면서 호주 고등학교가 해외 유학 정보를 거의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고등학교로부터는 추천만 받았으며 다른 모든 유학 준비는 스스로 물어가면서 해야만 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해외에서 직접 경험하며 성장한 자녀들은 가장 정확한 정보통이자 조언자가 됐다.
 
● 미국 대학과 영국 대학의 확연한 차이점 = 영국과 미국 대학은 신입생 선발 기준은 물론 학제도 확연히 차이가 난다. 영국 대학은 3년제 전공학과에 바로 입학해서 공부하지만, 미국 대학은 4년제 학부과정을 마친 후 법학 경영학 의학 등 전문대학원에 진학한다.
 
“전공 학문을 바로 공부하는 영국이 훨씬 더 학문적 깊이가 깊다. 영국에 비해 미국 대학은 다양한 분야를 폭넓게 공부하는 편이다. 애나는 옥스포드대학에서 1주일 공부한 분량이 하버드대에서 1년 공부한 분량과 비슷하다고 비교했다.”
 
학생 선발 기준과 방법도 많이 다르다. “미국은 지원서나 스펙(specification) 위주이고 지원자의 잠재력을 중시한다. 인터뷰도 가족관계, 학교생활 등 일반적인 정보와 인성에 대해 질문한다. 반면에 영국은 전공 학문에 대한 지식과 능력을 철저히 검증한다. 전공 필기 시험은 물론 면접도 전공 지식을 확인하는데 중점을 둔다.”
 
영미 명문대에 입학하려면 공부는 기본이다. “기본적으로 10% 내에 들어가야 한다. 영국은 호주대입순위 점수(ATAR)가 99점 이상은 돼야 한다. 미국 대입시험 SAT는 될수록 잘 받아야 한다. 미국을 조금이라도 염두에 두고 있다면 7학년때부터 준비하는 것이 좋다. 11-12학년 때 시작하면 너무 늦을 수 있다.”
 
특히 미국 대학은 자기만의 특출한 능력을 요구한다. “스포츠 예능 등의 과외 활동이나 경시대회, 리더십 활동 등 자기만의 색깔이나 특성을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 본인이 좋아하는 것을 꾸준히 해왔음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누구보다도 확실히 더 잘할 수 있는 것을 하나 이상 보여줘야 한다. 고등학교 때 열심히 생활했던 학생들이 합격하는 것 같다.”
 
“톱 수준의 공부를 유지하면서도 끊임없이 자기 개발을 하는 학생들이 성공하는 것 같다. 학교에서 주는 과제만 해선 안된다. 기회가 되면 해외 경험을 쌓는 것도 중요한 것 같다. 본인이 실제 경험하고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
 
이들은 미국대학이 재정 지원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반면 영국 대학은 그런 기회가 거의 없다는 점도 지적했다.
 
“미국 대학들은 재정지원(financial aid) 제도가 비교적 잘 돼 있다. 부모의 재정 형편을 따져서 재정지원을 한다. 하버드대, 프린스턴대, 예일대 등 명문대 유학생들의 90%정도는 재정지원을 받는다. 등록금, 기숙사비, 의료보험료, 여행비, 도서구입비 등이 지원된다. 실력만 되면 돈 때문에 미국 유학 못가는 일은 없을 것이다. 꿈이 있으면 겁먹지 말고 도전해라. 반면에 영국은 재정지원제도가 사실상 거의 없다. 그래서 등록금과 생활비 전액을 자부담해야 한다.”
 
● “교육 정보 공유해서 함께 성공하면 좋을 것” = 이들은 한인사회 부모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직접 찾아보고 자녀교육에 동참할 것을 당부했다.
 
부인은 “남에게 쉽게 얘기만 들으려 하지 말고 부모들이 직접 인터넷에 접속해서 정확한 정보 찾아보고 부모가 아이들과 함께 동참하는 게 중요하다. 떠돌아 다니는 소문에 의존하지 말고 정확한 정보를 갖고 자녀와 함께 이뤄나가려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남편은 “바쁘고 영어 잘 안되더라도 자녀 학교에 가서 선생님도 만나보고 행사에도 참석하는 등 적극적으로 행동해야 한다. 부모가 학교에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자식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한인 부모들이 유익한 교육정보를 공유해달라는 부탁도 나왔다. “같은 정보를 갖고도 결과는 달라진다. 누가 정보를 먼저 알고 늦게 아는 차이일 뿐, 결국은 다 알게 된다. 좋은 정보를 공유해서 함께 성공해 나갔으면 좋겠다. 다른 집 자녀들 결과만 갖고 시기하지 말고 고생한 과정까지 이해하는 아량도 필요하다.”
 
● 자녀교육 성공 노하우로 학원 경영 = 이들 부부는 애나가 하버드대에 합격하던 2006년 11월부터 시드니 최초의 토론(debating) 전문 학원 ‘싱크테이블’(Think Table)을 개업했다. 애나가 학교 토론팀에서 활동하면서 얻는 많은 장점을 한인사회 자녀들과 공유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재경이와 형우도 학교에서 토론팀의 대표로 활동했다.
 
“애나가 7학년 때부터 토론을 시작했다. 토론의 장점이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많았다. 애나가 토론을 통해 많은 도움을 받는 것을 보면서 한인 자녀들에게 꼭 필요한 공부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토론의 이점과 세 자녀에 대한 입소문이 퍼지면서 싱크테이블은 이제 영미 명문대학 유학 전문 학원으로 성장하고 있다. 처음엔 토론, 웅변(public speaking), 영어, 미술 과목만 개설했던 학원이 이제 수학 역사 경제 등의 과목까지 강의한다. 명문대 입학 시험 지도와 지원서 작성법은 물론 학생 개개인의 진학 목표를 설정 관리해주는 교육컨설팅도 제공한다.
 
이들은 “공부는 혼자 해야 된다. 스스로 공부를 잘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자녀를 막연하게 학원에 보내는 것은 반대한다. 학원만 보내놓으면 모든 것이 다 해결된다는 생각을 해선 안된다. 학생도 학원에만 의존해선 안된다. 20점 만점에 18점까지는 혼자서 열심히 하면 된다. 마지막 1-2점을 올리기 위해 학원이나 과외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권상진 기자 jin@hanho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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