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봇 정부의 두 번째 예산안인 2015-2016년도 예산안은 지난해 예산안으로 인해 초래된 안팎의 정치적 위기를 반면교사로 삼은 것 같다.
 
지출을 줄이는 데에만 집중했던 지난해 예산안과는 달리, 복지와 산업, 사회간접자본 투자에도 상당한 비중을 두었다. 덕분에 보수정부의 트레이드마크인 감세와 재정 건전성 부분은 상당한 후퇴를 감수했다. 이와 함께 전세계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다국적 기업들의 조세도피처 사용문제와 말이 많았던 노인연금 수혜자의 재산에 따른 차등지급 문제에도 상당히 진전된 해결 방안을 제시했다. 다시 말해 보수정부의 기반인 기업이나 은퇴자에게까지 개혁의 칼을 들이댄 용기가 발견된다. 전반적으로 저임금 가정에 대한 복지예산과 특히 해외구호 부분에서 크게 예산이 줄어든 것은 안타까운 부분이지만, 보수정부가 강조하는 ‘균형예산’ 철학에서 보면 어느 정도는 예상했던 부분이다. 좀 더 자세한 분석이 필요하겠지만 전반적으로 지난 해보다 한결 나아진 예산이라고 할 만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예산안에서 특히 한가지 부분은 걱정의 눈으로 볼 수 밖에 없게 만든다. 바로 워킹홀리데이 비자 소지자들의 노동 수입에 대한 과세기준 개정안이다. 과거에는 일정 액수까지 면세가 가능했지만 올해 하반기부터는 모든 수입이 전액 과세대상으로 바뀌었다. 이것은 호주국세청이 이들의 세법상 자격을 ‘거주자’에서 ‘비거주자’로 바꾸도록 함으로써 이뤄진 조치다.
 
이것은 한마디로 호주에 기여를 하지만 선거권이 없다는 이유로 약자들을 괴롭히는 짓이다. 이들의 경제활동이 호주 안에서 이뤄짐에도 불구하고 호주 사회가 저임금자들을 돕기 위해 만든 최소한의 보호 장치조차 적용하지 않겠다는 것은 말이 안되는 차별이다. 더구나 최근 언론에 보도된 워킹홀리데이 비자 소지자에 대한 착취와 인권유린 문제 해결을 더 어렵게 만든다는 면에서 매우 건강하지 않은 정책이다. 이런 식이라면 약간의 세금을 피하기 위해서 불법적인 관행이나 제도를 악용하는 채널을 울며 겨자 먹기로 이용하는 일이 더 많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호주정부는 당장 필요한 세수증대와 저임금 노동자를 확보해서 좋아할 순 있어도 결국 호주 전체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들이 경험한 호주에 대한 부정적인 인상은 호주의 국제적 명성이나 신뢰도, 혹은 국제 활동에 도움이 될 리 없다. 더구나 이들에 대한 착취나 불법행위들이 더 많아질수록 호주사회의 합리적 법치체계도 더 많이 위협을 당하게 될 것이다. 이점에서 정부의 워킹홀리데이 비자 소지자 과세조정안은 이민사회가 같이 강하게 반대 목소리를 내야 한다. 우리가 워홀러들의 대우에 문제가 많다고 생각한다면 도리어 정부가 이들에 대한 면세범위를 확대할 수 있도록 같이 나서야 한다. 그러지 않고서는 이민사회나 총영사관이 펼치고 있는 워홀러 지원사업들은 밑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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