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가 이념 때문에 깊은 갈등으로 위기를 겪고 있다는 것은 모르는 사람은 없다. 특히 한국사회를 지배하는 부족주의적 사고방식과 대화 문화의 부재는 이러한 갈등을 악화시키는 주범이다. 다시 말해 내편이면 무슨 짓이든 해도 상관없고 무조건 보호하고, 반대편이면 아무리 잘 해도 시비하고 공격하는 태도 말이다.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지면 적으로 삼고 마치 다시는 안 볼 사람처럼 무례하고 공격적으로 대함으로서 이후 타협이나 공존의 가능성을 더 어렵게 하는 것이 바로 그런 문제다. 한국사회 안에서 이러한 문제가 적용되지 않는 분야는 거의 없지만 특히 정치계는 더 심하다.
 
이 점에서 최근 있었던 야당 최고의원의 막말파문은 그런 현실을 극적으로 부각시키는 역할을 했다. 아마도 당사자는 많이 억울할 수도 있다. 그런 소리를 할 만한 정황도 있을 것이고, 정치계 뿐 아니라 다른 데서는 더한 짓도 수없이 일어나는 데 왜 자신에게만 그러냐고 답답해 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한국사회가 보다 교양과 양식을 갖추고 서로를 존중하는 대화 문화를 회복하지 않으면 더 큰 위기에 빠질 것이라는 점을 경고하는 면에서 충분히 거론될 만하다.
 
이 점에서 이 문제에 대한 야당의 대응과 상관없이 우리 모두가 다시 한번 서로를 존중하고 다른 입장에 대한 이해를 위해 한번 더 귀를 기울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자신이 속한 입장을 보다 객관적으로 보고 평가할 수 있는 그런 시각의 회복도 간절히 필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은 한국에만 적용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왜냐하면 한국 환경이 팍팍해서 생기는 문제라기 보다는 한국인이 사는 곳이면 어디나 발견되는 문화적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점에서 호주에 사는 우리 역시 이런 반성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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