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안보이면 감각이 손끝이 발달하여 점자책을 손끝으로 읽는다. 
영화 서편제에서는 딸이 판소리를 하는데 한이 서리라고 딸아이의 눈을 멀게 하였다. 
나도 처음에 시력을 잃고서 몇 년간 괴로워했다. 그 괴로움은 한으로 쌓여갔다. 
맑은 정신으로는 도저히 살 수가 없어 술을 마시고 술이 깨면 또다시 술을 마셨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이러다간 내가 노모보다 먼저 죽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에게 효도는 못하여도 불효는 하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에 술을 그 날로 딱 끊었다. 
그리고 나서 가슴에 응어리진 한을 씻을 길이 없어 무작정 산길을 걸었다. 
그런데 참으로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그 한이 조금씩 조금씩 승화되어 그 자리에 놀랍게도 사랑도 조금씩 싹 트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비록 눈은 잘 보이지 않게 되었지만 마음의 눈으로 세상을 보게 되었다.
 
한이란 우리 민족만이 갖은 아주 독특한 정서이다. 
오죽하면 서양 사람들이 이 한을 영어로 표현할 수 없어서 옥스포드 사전에 그냥 한이라고 사용했다 했을까.
 
우리나라와 이스라엘은 그 지정학적으로 아주 비슷한 반도 국가다. 
그래서 대륙성격이 융성해지면 대륙으로부터 침략을 받았고 해양세력이 강대해지면 해양세력으로부터 침략을 받았다고 한다.
 
그리고 우리 민족과 이스라엘 민족은 똑같이 그 침략을 극복했다.
그러나 그것을 어떻게 극복했느냐는 점은 무척 다르다.
우리민족은 한을 만들어 냈고, 이스라엘 민족은 희망을 만들어 내었다고 한다.
한도 희망과 마찬가지로 꼭 풀어내야만 하는 명제였던 것이다.
그래서 우리 민족은 끝내 한이 풀리지 않으면 한풀이, 살풀이 등과 같은 민속풍습 같은 행위도 행해졌고, 이스라엘 민족은 위대한 성경을 만들어 내었다고 한다.
이에 앞서 우리 민족은 불교를 받아들여 한국적 토속 불교를 만들었고, 기독교 또한 한국만의 독특한 기독교로 발전하여 왔다. 
 
유태인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민족이 한민족이라고 한다. 
극한에 몰리면 다른 민족들은 ‘너 죽고 나 살자’ 인데 한 민족은 ‘너 죽고 나 죽자’ 하니 제일 무섭다는 것이다. 
 
이런 특징을 가장 잘 나타내는 것의 하나로 서양 아이들은 사탕을 입에 넣어 그 것이 다 녹을 때까지 빨아 먹는데, 우리 아이들은 그것을 와작와작 깨뜨려 먹는다고 한다.
조그마한 나라에 인구는 많고 살아남으려면 그렇게 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이제는 유사 이래 잘 사는 대한민국이 되었으니 이젠 조금씩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요즘 세계적으로 한국하면 케이팝과 한류를 꼽는다. 
 
조상들에게 물려받은 DNA가 몸속에 흘러서 그런 것들을 만들어 냈을 것이다.
그러나 조금 안타까운 것은 너무도 상업적으로 흐르지 않았나 하는 것이다.
 
일식의 스시는 서양 사람들에게는 고급음식, 상류층 음식으로 인식되었지만 한식은 그저 싸고 반찬 많이 주는 음식으로 낙인 되었다. 
 
이것은 일본은 음식을 팔기 전에 그들의 문화를 알렸기에 그렇다고 한다. 
우리도 이제는 우리들이 만들어 낸 문화들을 승화시켜 오래도록 전 세계 사람들에게 사랑 받는 문화를 만들었으면 한다.
 
우리나라는 창세전에 이미 선택 받은 나라이어서, 나라 이름도 조선 (Chosen Country)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그러나 너무도 똑똑하고 잘 났기 때문에 항상 자기를 앞세우려고 하는 경향들이 있다. 
덜 삭은 두엄을 뒤척이면 심한 악취만 날뿐이니 아무리 자기가 잘났다고 하여도 그것을 알아줄 사람이 있어야 하는 법이다.
 
안으로, 안으로 푹 익고 영글때까지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가 이처럼 잘 살 수 있는 나라가 된 것은 우리의 부모님들이 가난한 시절에 먹지 않고 배를 채우지 못하면서도 자식들은 먹이고 가르쳐서 그 덕분에 이처럼 빠르게 발전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재는 그와 같은 윗대의 희생정신은 간데없고 오로지 자기와 자기 가족만 잘 먹고 잘 살면 된다는 극도의 개인주의, 이기주의가 팽배해있다.
 
과연 그런 정신으로 먼 먼, 후대까지 잘 살 수 있을까? 
 
임보형(글무늬 문학사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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