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사태로 인해 한국 전체가 오는 금요일을 초조한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다. 현재까지 파악된 환자들의 동선으로 볼 때 잠복된 증상도 다 드러날 때라고 예상되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 상황에서 이것으로도 안심하기 힘든 것은, 정부의 초동대응 실패로 보균자로 추정되는 사람들의 동선이 다 파악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정부 탓만을 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 자신이 그런 위험에 노출되었다고 충분히 짐작될만한 사람이나 병원조차 당장의 개인 편의와 경제적 손해를 감수하지 않으려고 비협조로 일관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한국의 최고라고 할 수 있는 일류병원도 포함되어 있다. 많은 언론에서 메르스 사태를 세월호 사태와 비교하지만 바로 이점에서 실제로는 더 심각한 문제다. 세월호가 비교적 사고가 많았고 오랫동안 부패로 얼룩진 해양 수송분야에서 일어난 문제라면, 이번 문제에는 한국 ‘최고의 병원’까지도 포함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세월호 사태가 숨겨져 있었을지언정 오래 묵은 치부가 드러난 문제라면 메르스는 그래도 자부심을 가지고 ‘믿던 곳’까지 허무하게 무너져 버린 까닭이다. 
 
바라기는 한국에 남아있는 우리네 가족과 친지들 때문이라도 이번 주 내에 사태가 진정되길 진심으로 바랄 뿐이다. 그러나 이 사건을 통해 다시 한번 확인되는 것은 한국사회 전반의 ‘인권 의식’이 바뀌어야 할 필요성이다. 이것은 세월호 사태로 한동안 거론되다가 뒤에 이어진 수많은 다른 ‘사건’들에 치여 잊혀져 가는 문제이기도 하다. 한마디로 한 사람의 생명을 그 어떤 것보다 귀하게 여기고, 이것을 때로는 국가의 편의나 기업의 이해까지도 희생시킬 각오를 하며 지켜야 한다는 점을 의미한다. 세월호 사태 때도 수송 분야의 경제적 필요나 해당 공무원, 업계 관계자들의 이해 때문에 벌어진 부적절한 경영, 부주의한 관리와 정책으로 인해 수많은 꿈많은 청소년들이 희생된 어이없는 사태였다. 한마디로 지도층의 무능한 편의주의와 기업의 무지막지한 이윤최고주의를 위해 개인이 희생된 사건이란 뜻이다. 메르스 사태 역시 정부가 계속해서 ‘악성루머 유포자’들을 잡는데 더 신경을 쓰고, 감염의심 대상 병원을 일반에 공개하지 않고, 확진검사 기관을 정부소관만 두려고 하다가 검진속도가 늦어진 것도 다 같은 맥락에서 나온 문제다. 국민개인의 보호에 우선순위를 두기보다는 ‘국가 기강’이나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핑계로 결국 이렇게 미적거리다 문제를 악화시켰기 때문이다.
 
물론 국가가 중요하고 기업도 중요하다. 그러나 여전히 한국사회는 개인을 희생시키면서 국가와 기업의 이해를 지키는 데 너무 익숙한 분위기였고, 이번 메르스 사태가 보여주는 것처럼 개인이 희생되면 결국 국가도 기업도 살아남기 힘들다. 비록 호주를 포함한 서구사회 일부에서 극단적 개인주의로 인한 문제들을 직접 목격하는 우리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개인이 우선되는 인권’가치가 포기될 수는 없다. 바라기는 이번 기회가 정부와 기업을 비롯한 한국사회 전체가 다시 한번 개인 인권의 우선순위를 새롭게 각인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물론 지난 수십년간 해 오던 습관이 한번에 바뀔 리는 없겠지만, 세월호 사태에 이어 메르스 사태가 우리에게 보여주는 교훈은 분명하다. 개인의 인권을 지키기 위해 우순순위를 두지 않으면, 국가도 기업도 결국 다 위험해 진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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