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한인회가 출범을 눈앞에 두고 있다. 백승국 회장, 방현걸 부회장 조가 무투표 당선되어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이번 30대 한인회 출범은 시드니 한인회의 주도권이 이민 1세대에서 이민 1.5세대로 넘겨졌다는 의미가 있다. 명실상부하게 좀 더 호주사회를 잘 아는 세대가 시드니 한인회를 이끌게 되었다는 의미이다.
 
한가지 아쉬움은 최근 10여년 사이의 시드니 한인회장 선거에서 벌써 두번이나 무투표 당선이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그만큼 한인들 사이에 시드니 한인회에 대한 무관심이 많다는 반증이라 볼 수 있다. 한인회장을 해봐야 실익이 없다는 계산이 섰기 때문이다. 돈은 돈대로 쓰고, 일부 반대파는 사사건건 한인회장의 행보에 시비를 걸어대니 그럴 수 있다. 한인회장을 잘하면 되지 않느냐고 반론을 펼 수 있지만 모든 한인들을 만족시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이제 새롭게 출범할 1.5세대 백승국 회장단에 거는 기대가 있다. 금번 회장단은 숙명적으로 풀어야 할 과제들이 있기 때문이다. 다행인 것은 한인회 회장선거에 늘 있어 왔던 이전투구로 인한 선거 후유증이 없으니 극렬한 반대파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그러기에 30대 한인회 회장단은 시드니 한인사회를 위한 일에만 전념할 수 있는 분위기는 마련되었다고 분석할 수 있다.
 
30대 회장단의 첫번째 과제는 1세대 회장단이 이루어 내지 못한 세대교체를 이루어 내는 것이다. 1세대는 지난 50여년 이민역사에서 해야 할 역할들을 충실히 해냈다. 치명적인 언어적 한계를 가지고 있었지만, 특유의 불굴의 돌파력으로 지금의 시드니 한인회를 일구어 냈다. 평가는 분분할 수 있지만 지금의 한인회관도 이민 1세대의 의지와 헌신이 없었다면 쉽게 마련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호주사회에서 한인커뮤니티가 좀 더 높은 위상을 확보하려면 1.5세대는 물론 2세대의 참여가 높아져야 한다.
 
시드니 한인회가 한인사회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한 본연의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선 호주사회의 일원으로 호주정부, 호주 정치인, 호주단체들과의 협상력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영어에 능통하고 좀 더 호주화된 1.5세 및 2세 한인들이 전면에 서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30대 한인회는 그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두번째 과제는 한인사회 전체를 보고 큰 그림을 그리는 비전메이커가 되고, 그 비전을 구현하는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50년 이민역사를 가진 시드니 한인회는 이제까지 한인사회 전체를 바라보며 호주 내 한인사회의 위상, 역할 등 비전을 제시하는 역할이 부족했다. 큰 그림을 그리지 못하다 보니 한인사회 모든 개별 단체들이 열심히 맡은 바 역할들에 충실했지만, 단체간 시너지 효과를 내지는 못한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물론 지난 50년간은 정착하고 치열하게 살아 오기에 바빴던 시기였기에 이해될 수 있다. 그러나 이제는 한인사회의 위상을 높이고 한인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30대 회장단은 좀더 중장기적인 큰 그림을 그리고 제시해 한인사회에 공감을 이끌어 내야 한다. 그 그림으로 모든 단체들이 한 방향을 향해 뛸 수 있고,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시드니 한인회는 여타 단체들과 경쟁하는 관계가 아니라 한인사회 전체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할 수 있게 된다.
 
세번째 과제는 30대 회장단은 1.5세대 회장단답게 행정 처리능력도 좀 더 전문화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민 1세대는 불굴의 의지와 투지가 생명이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해 내어야 했기에, 수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던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한번에 풀 수 있는 일을 두번 세번 도전하고 풀었어야 했을 수도 있다. 호주식 일 처리 방식을 몰랐을 수 있기에 한국식으로 막무가내, 주먹구구 식으로 풀어서 일을 성취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젠 좀더 전문화 효율화 체계화할 시기가 됐다. 호주정부 등을 상대로 얻어내야 할 것들도 규모나 단위가 커졌다. 전문가적인 접근과 고도의 정치적 수완을 발휘하지 않으면 결코 일을 성사시키기 어려운 복잡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다른 소수민족들과의 경쟁도 더 치열해 졌기에 더욱 그렇다.
 
최근 한인사회에 좋은 성공사례가 있다. 이스트우드한인상공인연합회가 추진하고 있는 주차장 건설이 그것이다. 이스트우드 지역 한인상권에 꼭 필요한 주차장 건설을 위해 역량을 결집한 결과가 이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는 단계이다. 그 과정에 이스트우드 상공인연합회 임원진들의 전략적이고 치밀한 일처리를 눈여겨 보아야 한다. 철저한 문서화를 통한 요구사항의 전달, 카운슬 재정만으론 어렵기에 지역 연방이나 주 의원에 대한 설득, 주정부 교통부 장관과의 면담 및 실현 가능한 방안 제시 등 모든 것 하나하나가 톱니바퀴처럼 굴러갔기에 이룩해 낸 쾌거라 할 수 있다.
 
이제 한인사회는 인구 15만을 자랑하는 호주 정치인도 무시할 수 없는 공동체가 되었다. 똘똘 뭉치면 지역 국회의원 당락을 결정할 수 있는 유권자 파워도 행사할 수 있다. 30대 회장단은 이점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한인사회의 강점을 극대화하고 약점을 최소화하도록 역량을 모으고 발휘해야 한다.
 
차기 회장단에 대한 기대도 크지만, 우려의 시선도 존재한다. 1.5세대 회장단이 뚜렷한 자기 색깔을 보여주지 않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이민 1세대의 영향력 아래 있는 것 아니냐, 아버지 세대가 뒤에서 수렴청정 하는 것 아니냐는 설왕설래가 나오는 것이다. 이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자기 정체성을 명확히 하고 차별적인 태도와 행보를 보여주어야 한다. 1.5세대 회장단이 풀어내야 할 숙명적인 과제도 해결해야 한다. 그럴 때 시드니 한인회와 30대 회장단에 대한 애정과 신뢰가 높아지고, 시드니 한인사회도 밝고 희망찬 미래가 기약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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