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문단의 인기 작가 신경숙 씨가 결국 표절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엄밀하게 말해서는 표절을 했다는 인정이라기 보다는 표절 가능성을 인정했다고 말하는 편이 맞지만, 어쨌든 창조적인 글로 밥을 먹고 사는 직업에서 이런 시비가 벌어졌다는 자체가 한심한 일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이 별로 놀랍지 않은 이유는 한국사회 전체에 깊이 뿌리내린 ‘남의 아이디어’를 베껴다 쓰는 관행 때문이다. 한국 사회의 지성계가 주로 미국에서 모든 것을 베껴와 움직여 왔기 때문인지, 한국사회는 남의 지적 재산을 가져다 쓰는 것을 특별히 문제시한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실제로 20여년 전까지만해도 ‘지적재산권’의 황무지였던 한국은, 이제는 중국 등에서 우리의 지적 재산권을 지켜야 할 입장으로 180도 바뀌었다. 그러나 여전히 외국에서 베껴다 쓰는 것이 더 많은 우리 상황을 반영하는지, 여전히 전반적인 지적재산권 인식수준은 매우 한심한 수준이다. 수많은 장관과 국회의원들에게 따라다니는 엉터리 학위 논란도 여기서 나온다. 그러나 사람들의 눈이 높아진 까닭에 ‘남의 것을 베껴’ 자신의 욕구를 충족하고 싶은 유혹도 큰 것이 현실이다. 여기에 너무 몇몇 독점적 기업들의 과도한 ‘지적재산권 횡포’로 인한 지적 재산권에 대한 비판도 없지 않아서 문제는 그리 단순치만은 않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누군가가 고민하며 씨름해서 만든 것에 대해 존중하는 태도가 없는 것은 건강하지 않다. 특히 이것이 강자가 약자의 불리한 입장을 착취하고 이용하는 수단이 되면 단순한 지적재산권 문제가 아닌 사회악이다. 신경숙씨 문제는 이보다는 훨씬 덜 심각한 문제고, 이점에서 검찰의 수사까지 동원되기 보다는 문단내부의 반성으로 충분하다는 일부 주장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한국사회에 뿌리깊은 표절문제를 도려내기 위해서도 좀더 강한 ‘처벌’이 필요한 때다. 
저작권자 © 한호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