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토니 애봇 정부 내부에서 논란이 되어왔던 ‘이민부 장관 직권으로 테러에 가담하는 이중국적자에 대한 호주시민권 박탈’ 문제는 장관 직권을 빼고 자동적으로 박탈되는 쪽으로 정리되고 있다. 이민부 장관의 재량으로 호주시민권을 박탈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심각한 오용의 소지가 있다는 점에서 정부의 입장변화는 한층 개선된 내용이다. 
 
그러나 여전히 문제는 ‘시민권을 박탈’하는 자격을 정부가 가지는 것이 과연 말이 되는가 하는 점이다. 호주국민을 그 사람이 마음에 안든다고 해서 시민의 자격을 박탈한다는 사고방식은, 여전히 호주시민자격을 정부가 강요할 수 있다는 기존 사고방식을 충실히 반영한다.
 
문제는 마음에 안드는 것의 기준이 어떻게 정해지는가 하는 것이다. 이슬람국가(IS)에 참여한 테러혐의자의 경우는 덜 복잡한 문제다. 대개 여기에 나오는 사람들이 상투적인 호주인 이미지와는 다른 아랍계 얼굴을 하고 있기 때문에라도 쉽게 수긍하는 편이다. 그러나 이들이 만일 영국국적을 함께 소지한 백인이고, 특정 정부에 정책, 예를 들어 팔레스타인에 대한 이스라엘의 억압적 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라면 과연 이런 식으로 처리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길까? 아마도 사상의 자유부터 거론되고, 혹시 과격한 테러라도 적용되면 국내형법으로 처벌하는 것으로 마무리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길 것 같다. 이 사람에게 호주국적을 취소하라는 이야기가 당연히 나올 수 있을까? 특히 이 사람의 결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끌려다녔던 가족과 자녀들은 어떻게 될 것인가?
 
이번 정부의 결정은 호주시민권이 특정 집단의 기준과 윤리를 강요하는 도구로 변질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위험하다. 정부는 일단 호주시민이 된 사람은, 그들 각자를 그 자체로 인정해서 호주란 사회를 만들어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노력을 포기하는 순간, 특히 백인중심주의 문화와 사회로 회귀하려는 시도는 더 힘을 발휘하게 될 것이다. 이점에서 우리는 정부의 이러한 조치를 우려의 눈으로 보며, 소수민족과 인권단체들이 더 긴장하며 정부의 오용가능성에 신경 쓸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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