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원내대표가 대통령의 눈밖에 나서 쫓겨나는 최근 사건을 보면, 아직 대한민국의 정치 수준이 민주주의와는 거리와 먼 것 같다. 이번 사건에 대한 다양한 비판과 분석이 나왔듯이, 이 사건의 뿌리는 과거에 통했던 ‘효율 중심’의 권위주의다. 집권자 중심의 일사분란한 모습만이 최선이라는 사고방식 말이다. 이러한 방식은 사회가 비교적 단순한 과거에는 나름대로 통하고 도움이 되었을 지 모르지만, 지금의 대한민국은 그런 식으로 문제를 풀 만큼 단순하지 않다. 정권을 같이 창출하고 집행을 위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때가 많아야 할 여당-정부 관계라 할지라도, 때로는 다른 의견도 제시되고 견제하고, 그것이 발목을 잡는 것처럼 보여도 한번 더 걸러서 결정하는 신중함이 필요한 시대에 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당과 원내대표가 약간 다른 주장을 했다고 공식적인 사과에도 불구하고 기어코 쳐내고, 이를 위해 정상적인 의사결정과정이 아니라 간접적인 압력이나 힘겨루기를 사용하는 식의 작금 상황은, 현 정부여당이 가진 위기 관리능력에 심각한 우려를 갖게 한다. 
 
이미 이러한 증상은 세월호 사태와 메르스 사태 대응에서 보여준 모습에서 ‘현실적인’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그래도 ‘일은 잘하겠다’ 싶어 뽑은 여당-정부치고는 정말 무능하기 짝이 없는 한심한 행정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야당의 발목잡기나 반발세력의 방해를 탓하기 앞서, 이미 우리 사회가 나 혼자서 괜찮아서는 돌아가기가 너무 복잡해 졌다는 사실을 인정해야만 한다. 이점에서 사회 전체적으로 곳곳에 감시와 견제 시스템이 돌아가야 하고, 여기에 따르는 불편함을 감수하고, 설득하는 인내가 반드시 요구된다. 이러한 문화가 없이는 아무리 겉으로 좋은 시스템과 엄청난 재정으로 뒷받침이 되어도, 이 거대한 국가를 운영하는 데 따르는 수많은 문제와 갈등을 해결할 길이 없다.
 
지금 분위기를 봐서는 이러한 변화를 그동안 평생 몸에 배인 것을 버릴 수 없을 박 대통령이나 측근 인사, 복지부동하는 공무원들에게 바라기는 힘들 것 같다. 그러나 지금부터라도 여당이 정신을 차려서 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나서야 한다. 지난번 대통령 선거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이긴 것도, 결국은 여당 내에 그런 견제세력의 존재를 인정받아서 였던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새누리당이 정신 차리지 못하면 아무리 새정치민주연합이 한심하게 굴러가도 지난번 같은 행운을 누리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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