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 제 2공항부지로 정한 베저리스크릭 공항에 공공교통 문제로 말이 많다. 그나마 오랫동안 미루던 제 2공항 건설을 시작한 것은 잘했다고 보지만, 이곳까지 기차라인을 연결할 의사가 없다고 표명한 것을 보면 연방과 주정부가 대책도 없고 계획도 없는 ‘지르고 보는’ 문제 청소년같다. 이러한 모습은 지난 10여년간 지역의 개발기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시드니의 경우 주요 역 주변과 파라마타 로드주변, 맥콰리파크 주변에 치솟는 수많은 아파트에도 불구하고 추가 공공교통대책같은 것은 보이지 않는다. 덕분에 이제는 웬만한 길은 항상 막히는 현실 속에서 산다. 시드니에 사는 데도 서울이 낯설지가 않다. 어쩌면 한국의 신도시들보다도 훨씬 못한 지경에 이르렀다.
 
물론 정부가 '사회간접자본'에 투자를 미적거리는 경향은 80대 이후 정부의 적자문제를 통해 얻은 교훈이 큰 영향을 미쳤다. 특히 자유국민연립 정부는 ‘재정건전성’ 다시 말해 들어오는 수입과 나가는 지출의 균형을 맞춰서 국가신용도를 높이고 이를 통해 많은 부채를 끼고 살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이자비용을 줄이려는 노력을 계속해왔다. 복지 지출에 더 강한 노동당 정부들조차 이러한 전반적인 기조를 깰만한 비전이나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지난 케빈 러드 정부에서 국제금융위기를 맞아 벌어진 엄청난 공공투자 정책은 예외적인 상황에 속한다. 지난 선거에서도 양당 모두 재정건전성을 강조하긴 마찬가지였고 여전히 재정건전성은 의회 정치공방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엄청난 부채를 통해 건설된 호주의 주요 ‘사회공공자원’들, 도로나 대중교통 체계 등은 노후되고 주변 환경도 바뀌어서 보다 과감한 ‘재투자’가 필요한 시점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물론 아무도 비용을 치르기 좋아하지 않는다는 현실 때문에 이것은 ‘뜨거운 감자’같은 문제다. 그러나 정치인은 재정적자만을 두려워하기 보다는 사회에 필요한 부분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며 이를 통해 국민들에게 ‘부담’을 감수하도록 설득하는 지도력을 발휘해야 한다. 지금처럼 그냥 손쉽게 건물허가나 남발하는 상황에서는 급증하는 인구 속에서 호주사회의 삶의 질은 급격히 추락할 수밖에 없다. 이미 그 속도는 대부분의 호주인이 매일의 삶에서 직접 체감하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대승적 차원의 변화를 위한 우리의 역할은 아마도 다음 연방총선 때까지 기다려야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도 여전히 할 수 있는 일은 있다. 특히 지역사회, 한인사회 역시 우리가 모여 사는 주요 지역에 대한 과감한 공공투자가 이뤄지도록 더 강하게 압력을 가하고 특히 주정부 의원들에게 의사를 전달해서 문제를 '의식'하게 만들어야 한다. 더욱이 정부재정이 분배되는 과정에는 세력싸움이 일어날 수밖에 없고 더 효과적으로 자기이익을 전달하고 설득하는 데 성공한 집단에게 더 큰 파이가 돌아가기 마련이다. 이점에서 지난번 주선거 이후 비교적 조용해진 지역상공인연합회나 단체들의 ‘목소리’가 좀 더 높아질 필요가 있다. 정치인들에게 월급값을 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우리의 당연한 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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