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의 선거구조정 명령으로 시작된 한국 선거구 재조정 논의가 일단 ‘현재 300명 의원 수 내에서 재조정’으로 가닥을 잡았다. 재조정의 구체적 내용은 선거관리위원회 쪽에 공을 넘기면서, ‘정치권이 자기 밥그릇’ 챙긴다는 비난은 비켜가려고 한 모양이다. 문제는 현재 선거관리위원회가 정치적 독립성을 보여준 적이 별로 없다는 점에서 결국 의회와 정부여당의 눈치를 보며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정치권의 이해가 그대로 반영된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물론 현실적으로 의회의 지원 없이는 재조정이 한발자국도 나갈 수 없기 때문에, 이는 피할 수 없는 결과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런 분위기 속에서 지역구 의석을 지키기 위해 비례대표 의석수를 줄이는 쪽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되면 선관위 제안에 담겨있던 '지역구도 극복'의 기회도 줄어들 것이다. 이는 호주 한인들에게도 영향이 없지 않다. ‘재외국민 대표의 국회진출’ 기회도 더 적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날이 갈수록 복잡해지는 해외교류 현실에서 해외 한인재외공관을 통한 대교민 지원을 더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국회 내 재외국민 비례대표의 존재는 점점 더 필요해지고 있다.
 
이점에서 이번 선거구 재조정이 따로 재외국민 대표자리를 보장해 주진 못해도, 적어도 비례대표 의석을 너무 희생시키지 못하도록 예의주시해야 한다. 재외국민 투표에 적극 참여해 해외 한인사회 유권자의 힘을 과시할 필요성도 증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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