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정치의 독특한 역동성은 '같은 당'에서 총리를 갈아치우는 과정에서 잘 나타난다. 호주는 기본적으로 '정당'에게 투표를 하도록 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당 내부의 결정으로 당수가 바뀌면 당수가 맡는 총리도 바뀐다. 이번 주 토니 애봇을 대신해 갑자기 총리가 된 말콤 턴불의 등장도 바로 이런 상황에서 나타난 현상이다. 이전에 자신도 자의반 타의반으로 밀려난 적이 있는 말콤 턴불 총리 입장에서는 별로 '미안할 일'도 아니겠지만 어쨌든 불쌍하게 쫓겨난 토니 애봇은 자기선거구에 보궐선거의 여지를 주지 않겠다는 명목으로 사퇴보다는 그냥 평의원으로 남아있기로 한 모양이다. 그리고 며칠 전 한호 정경포럼에 참석했던 말콤 의원 옆에 앉았던 한국 분들은 총리와 겸상을 한 특권을 누린 셈이다. 
 
물론 이러한 상황이 최근 들어 흔해진 것은 호주의 정치 상황이 많이 변했음을 보여준다. 한 총리가 보통 10여년씩 집권해 온 그간 호주정치사를 돌아볼 때 지난 노동당정부 때부터 정권 내 리더 교체가 너무 빈번해지고 있다. 이것은 정부 리더십이 점점 더 '사람'보다는 '기능' 중심으로 가고 있는 증거이기도 하다. 이것은 어떤 리더가 나서면 그 사람에게 의지하고 인내심을 가지고 맡기기보다 그 사람이 행하는 '기능'을 바로 바로 평가해 변덕스럽게 반응하는 삭막한 현실을 맞게 되었다는 뜻이다. 이점에서 애봇 전 총리 지지자들의 우려처럼 이번 '총리직 변경'은 호주 정치구조가 더 불안해지고 있다는 증거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현상을 부정적으로만 볼 수 없는 것은 지난 두 해에 걸쳐 보여준 애봇의 '독단적' 리더십때문이다. 
 
'캡틴의 선택'이라고 불리는 총리의 직권 결정이 많아지고 이것이 세태의 흐름이나 당 내부의 의견수렴조차 거치지 않고 이뤄지는 일들이 늘어나면서 불만이 쌓여갔다. 몇 달 전 '여왕의 부마'를 올해의 호주인으로 선택하면서 불거진 당 내부의 불만을 수습하기 위해 애봇은 자신의 리더십 스타일을 바꾸겠다고 약속했지만 특히 '동성애 결혼합법화' 논의 과정에서 동료들을 안심시키기엔 실패한 듯 하다.
 
이점에서 이번 사태는 우리 시대가 한두사람의 똑똑한 결정만으로는 답을 찾기 어려운 '복잡한 사회'이며 이런 사회에서 필요한 리더십은 '대화와 소통'의 리더십임을 재확인시켜준다. 다시 말해 자신의 의견 말고도 다른 의견에도 귀를 기울이고 충분히 논의를 거치는 소통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점을 일깨워준다. 호주 정치구조에 있어서는 별로 건강한 변화가 아닐지 몰라도 소통을 위한 결단으로는 칭찬할 만하다. 더 나아가 이러한 리더십이 한국 사회에도, 우리 교민사회에도 들어와 우리 사회가 맞고 있는 수많은 문제들에 더 좋은 답을 찾아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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