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의 가장 큰 장점이자 단점은 결과만을 중시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정상적인 과정을 통해서는 도저히 얻을 수 없는 결과를 만들어 냈고 이제 대한민국은 세계역사상 처음으로 제 3세계에서 1세계로 진입한 드문 기적의 모델이 됐다. 그러나 이렇게 커버린 한국은 높은 경제력이나 국제적 위상에 걸맞는 '과정과 절차'를 세워 놓지 못한 바람에 사방에서 과정부실의 비용을 부담하느라 죽어나고 있다. 계속되는 대형사고도 따지고 보면 다 그런 이유다. 한국 경제의 크기답게 엄청나게 늘어난 수송량에 비해 이를 관리하고 안전을 감독하는 시스템이 허술하다 보니 세월호 조사도 시작되기 전에 다른 비슷한 사고들이 줄을 잇는다. 
 
최근 야당의 행태도 마찬가지다. 자기 파벌에 불리한 결과가 나온다며 자신들도 동의했던 모든 결정 룰을 무시한 채 '과정 중단'을 요구한다. 그것도 한국 정치의 무책임함을 자주 지적하던 안철수 같은 사람한테서 그런 요구가 나오는 것을 보면 '과정을 무시하는 문화'가 한국 사회에 깊이 뿌리박혀 있다는 것이 잘 드러난다. 
 
물론 안 의원 주장대로 아무리 과정이 좋아도 결과도 나쁘면 무슨 소용이 있냐는 반문이 나올 수 있다. 그러나 때로는 아무리 결과가 나빠도 과정을 자리잡게 하는 게 필요한 때가 있다. 그렇지 않고서는 결과가 마음에 안 들 때마다 과정을 뒤집게 될 것이고 결국 반대편도 승복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식의 싸움으로는 한국사회처럼 복잡한 이해가 얽혀있는 곳에서 '답'을 낼 수가 없다. 누가 맡아도 마찬가지다. 세월호 사태가 보여준 것처럼 평소에 과정을 잘 관리하지 않으면 필요한 때 결과를 쓸 수가 없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점에서 우리 모두가 '과정'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인식하며 인내심을 가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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