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파라마타에서 벌어진 경찰공무원 살해사건의 여파가 계속되고 있다. 연방정부는 주정부와 경찰력을 통한 무슬림 극단주의 단체들의 동향 파악을 강화하고, 지역 무슬림 지도자들에게도 보다 적극적으로 극단주의적 움직임을 막아주도록 주문했다. 이에 따라 주경찰의 대테러업무 강화뿐 아니라 연방경찰의 역할과 비중도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분위기를 예고하듯 연방경찰은 중국기업이 인수하기로 되어 있는 다윈항이 호주에 '안보위험'이 될 수 있다고 공개 경고를 하고 나섰다. 중국 투자에 목을 매는 호주 입장에서는 묘한 파장이 예상된다. 지역사회가 더 나서서 극단주의 움직임에 대처하라는 정부의 주문은 주로 아랍권 지도자들에게 던져진 경고로 보인다. 지금까지 이들을 정부와 같은 편으로 간주하면서 내던 목소리에 비해서는 상당히 부담이 담긴 주문이다.
 
우리는 이번 극단주의 청소년의 테러 사건을 보며, 경찰력 강화나 무슬림사회 지도자들의 보다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는 점을 공감한다. 그러나 정부가 지금까지 제시한 해결책은 여러가지 면에서 함량부족이다. 경찰력 강화나 지역사회 지도자들에 대한 압력으로 해결하기에는 이번 사태는 보다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그중 하나는 이번 사태가 지금까지의 급진주의 운동이 강한 집단이 아닌 다른 집단에서 나왔다는 점이다. 이점은 종교에 기반한 폭력적 과격주의가 이제 어떤 특정집단의 문제가 아니라, 보다 광범위한 배경의 대상에게도 호소력을 가지기 시작했음을 드러낸다. 이런 현상은 이미 이슬람국가(IS)의 광고에 끌려서 전쟁터로 향했던 호주 청소년들을 통해서도 드러났다. 이점에서 정부는 왜 이러한 메시지에 끌리는지, 보다 심층적인 분석과 대안이 필요하다.
 
특히 무슬림 젊은이들 사이에 더 깊이 퍼져가는 서구 민주주의에 대한 불신이나 냉소, 그리고 불평등으로 인한 사회적 불의에 대한 불만의 깊이를 좀 더 심각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호주의 대외정책도 좀 더 조심스러워져야 한다. 중동의 미국이익 지지 일변도의 정책만으로는 답이 될 수 없음을 좀 더 인정할 때가 아닌가 싶다
 
동시에 이번 사건은 다문화주의 국가 호주가 처한 딜레마를 잘 나타나고 있다. 최근 어번시 의원의 호화 결혼식 에피소드가 보여주는 것처럼, 호주 내 무슬림 인구도 경제적 영향력을 바탕으로 나름대로 호주사회 안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문제 당사자가 언론인터뷰에 나와 '총리'가 되고 싶다고 말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들이 만들 호주를 생각하면 아직은 불안한 마음을 가실 길이 없다. 점점 더 나름 자리를 잡아가는 이질적인 집단이 만들 호주는 사회적 위화감 내지는 더 깊은 갈등을 예고한다. 이점에서 정부는 단순히 '호주적 가치를 거부하는 자는 나가라'는 식의 우격다짐보다는, 다문화사회의 비전을 재정립해 보다 긴밀하게 협력하고 공감할 수 있는 문화적 토대를 만드는 데 신경써야 한다.
 
이점에서 이번 사태는 단순한 테러 문제가 아니라 호주의 외교와 다문화정책에 대한 자성을 촉구하고 있다. 정부의 예산이 아무리 늘어도 티도 안나는 경찰무장이나 실제로 힘도 별로 없는 지역지도자들을 괴롭히는 데만 더 쓰이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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