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윈항의 99년 임대사업권이 중국 국영기업 랜드브릿지에 매각됐다
다윈항 99년 임대권은 “연방 관할 아니다..?”
 
호주 정부가 해외 투자 승인에서 헷갈리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이번 달 스콧 모리슨 재무장관은 남한보다 약간 큰 규모(10만1400평방 킬로미터)인 세계 최대 목축지인 시드니 키드맨 앤드 컴패니(S. Kidman & Co)의 중국 등 해외 자본 매각에 제동을 걸었다. 
 
그런 반면 노던테리토리 준주 정부는 다윈항(Port of Darwin)의 99년 임대권을 약 5억달러로 중국 국영 기업에게 매각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호주-미국 정상회담에서 이 이슈를 거론했지만 호주 정부는 국방부에서 검토했고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했다고 밝혔다. 
 
다윈항은 미국 해군 군함이 기착하는 아태 지역의 주요 항구 중 하나다. 미국은 이 항구의 99년 임대권을 중국 인민해방군과 연관이 있던 중국 국영기업 랜드브릿지(Landbridge)가 인수한 것에 상당한 우려감을 표명했다. 
 
25일 NSW 주정부는 이번 주 전력공급망(전봇대와 전선)을 관장하는 트랜스그리드(TransGrid)의 49% 임대사업권(99년)을 호주와 캐나다, 중동 투자회사들의 콘소시엄에 약 102억5천만달러로 매각(민영화)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NSW와 노던테리토리 주요 인프라스트럭쳐 민영화에 연방 정부는 주/준주 정부 관할이라며 제동을 걸지 않았지만 민간 기업인 키드맨 앤드 컴패니의 목축지 매각에는 외국인투자심의국(Foreign Investment Review Board)의 불허 건의를 승인했다. 19일 모리슨 재무장관은 다윈항 임대권 매각은 노던테리토리 준주정부의 결정이며 연방 정부 관할이 아님을 강조했다. 재무부 산하 FIRB의 승인이 불필요한 사안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닉 제노폰 연방 상원의원(무소속)은 “모리슨 재무장관이 키드맨 앤드 컴패니의 해외 매각을 불허한 반면 다윈항 임대권 매각에는 아무런 이의를 달지 않은 것은 이중적인 잣대”라고 강력히 비난했다. 그는 “키드맨 앤드 컴패니 목장은 국익 차원에서 호주인 소유로 남아야 하지만 다윈항같은 주요 전략적 자산이 FIRB의 심사 없이 외국 자본이 인수를 한 것은 말이 안 된다”라고 정부를 비난하고 “중요한 인프라스트럭쳐에 대한 매각 결정에 새로운 기준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외국인 투자 법규에 대한 긴급한 논의가 필요하다면서 상원 조사위를 요구했다. 크리스 보윈 야당 재무담당 의원도 다윈항 99년 임대권의 중국  국영기업 인수는 ‘국가적 망신(national embarrassment)’이라고 비난했다. 
 
▲ 세계 최대 면적의 목축지인 키드맨 앤드 컴패니의 애나 크릭 목장
“우메라금지구역 인접해 안 돼” 중국 기업 인수 궁색한 이유 제동
모리슨 재무장관은 홍콩에 기반을 둔 지니어스 링크 애셋매니지먼트(Genius Link Assets Management)와 중국 자본인 상하이 펭쉰(Shanghai Pengxin)의 자회사인 다캉 낙농회사(Dakang Pasture Farming)의 키드맨 앤드 컴패니 인수를 불허한 이유를 남호주 내륙 오지에 있는 우메라 무기 시험장(Woomera weapons testing range)이 키드맨 앤드 컴패니 소유의 세계 최대 단일 목축지인 애나 크릭(Anna Creek) 목장과 인접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승인 불허가 외국인 혐오적(xenophobic)인 결정이란 비난에 대해 턴불 총리는 “차별이 아니다. 단지 우메라 금지구역(Woomera Prohibited Area)에 인접해 있다는 이유가 있다”라고 승인 불허를 옹호했다. 그러나 이런 설명이 설득력이 있을지 의문이란 지적을 받고 있다. 대부분 사막 같은 우메라 지역은 너무 방대한 지역으로 스파이 활동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우메라가 우려된다는 주장은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implausible)는 비난이 나오고 있는 것.  
 
농장주들도 모리슨 장관에게 경고를 했다. 이들은 호주 낙농업이 거대한 아시안 수출 시장로 더욱 진출을 확대하기위해 수십억달러의 외국 자본의 투자가 필요한 상황에서 키드맨 앤드 컴패니의 중국 기업 인수 불허로 인해 외국자본의 호주 투자 정서를 저해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 스콧 모리슨 재무장관이 중국 기업의 키드맨 앤드 컴패니 인수를 국익 이유로 불허했다
전국농부연합회(National Farmers Federation)의 사이몬 탈보트(Simon Talbot) CEO는 “재부무의 불허 결정은 호주와 경쟁적인 입장인 남미의 낙농자산이 상대적으로 싼 값일 때 내려져 우려가 된다. 키드맨 앤드 컴패니로 이런 제한 결정이 국한되어야 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부동산중개회사인 레이 화이트 농지(Ray White Rural)의 브루스 거닝 중개인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호주 정부의 불허 결정으로 남미 등 다른 나라에 관심을 가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유력한 자원투자 자문가인 상하이 호주상공회의소의 피터 아켈(Peter Arkell)은 “키드맨 앤드 컴패니 결정에도 불구하고 중국 자본의 호주 자산 수요가 위축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키드맨 앤드 컴패니 소유의 목축지는 남호주, 서호주, 노던테리토리, 퀸즈랜드에 걸쳐 10개 목장의 전체 면적이 무려 101,411 평방킬로미터에 이른다. 남한보다 크다. 이는 호주 영토의 1.3%(호주 목축지의 2.5%)를 차지하는데 중국 투자 기업들이 3억7천만달러 이상이 최고 가격으로 인수를 제안했다.  
 
키드맨 앤드 컴패니는 재무부의 외국 자본 인수 불허 결정에 따라 분리 매각하거나 외국자본과 국내자본의 콘소시엄이 인수를 하는 방안을 강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자본들은 중국 기업보다 낮은 인수 가격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를 제안한 다른 기업들 중에는 돈링크 그레인 앤드 오일(Donlinks Grain and Oil Company), 닝보 시안펭(Ningbo Xianfeng)이 포함됐다. 닝보 시안펭은 블라인드와 커튼 제조사인 크레스타(Kresta)를 호주에서 자회사로 운영하고 있다.   
 
지난 9월 뉴질랜드 정부는 펭쉰이 13,800 헥타 면적의 목축지 로친버목장(Lochinver Station) 인수 신청을 불허했다. 이 목장은 뉴질랜드에서 가장 중요한 대규모 목장 중 하나다. 
 
지니어스 링크의 창업주인 조엘 창(Joel Chang)은 키드맨 앤드 컴패니의 개별 목장을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호주 정부가 해외자본의 대규모 농지 인수에 제동을 건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호주의 그레인코프(GrainCorp)를 세계 최대 규모 농업기업 중 하나인 미국의 아처 다니엘스 미들랜드(Archer Daniels Midland)가 인수하려는 것을 조 호키 전임 재무장관이 불허한 바 있다. 당시도 ‘중요한 국익(significant national interest)'을 감안해 불가 결정을 내렸다. 국익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물론 없었다. 
 
고직순 기자 editor@hanho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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