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취임 후 4번의 다자 정상회의에 처음으로 공식 참석하고 귀국한 말콤 턴불 총리가 24일 호주의 새로운 테러경보시스템 채택과 함께 공안당국에게 대규모 테러공격에 대응하는 훈련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파리 테러처럼 대량 인명피해를 줄 수 있는 주요 대규모 테러공격에 대응하는 훈련을 하도록 한 것이다. 호주에서도 이런 예비 훈련이 필요한 시기가 됐다는 점이 아쉽지만 더 큰 피해를 줄이기 위해 이런 노력은 불가피할 것이다.
 
연방 외 주정부들도 대응책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25일 빅토리아 주정부는 테러대응 경찰이 자생적 극단주의자들의 폭력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약 5천만불의 예산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는 경찰과 정보, 감식 전문가들 40명을 포함해 88명의 테러대응 전문가들을 고용하는 계획도 포함됐다. 같은 날 캐서린 번 NSW 경찰청 차장은 2GB 라디오와 대담에서 “호주에서 테러 공격을 감행하려는 음모를 꾸민 테러 용의자들이 있다는 정보를 갖고 있다. 의심의 여지없이 이들은 우리를 해치려는 테러용의자들이다. 그러나 그들이 누구인지를 우리가 알고 있는 점은 다행스럽다”라고 말했다. 
 
그동안 호주에서는 파리 테러 같은 참사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호주는 상당 기간 전부터 테러안전지대는 아니었다. 지난 2002년 10월 인도네시아 휴양지 발리의 사리(Sari) 나이트클럽 테러로 88명의 호주인을 포함한 202명이 숨졌다. 중경상자가 209명에 달했다. 
이후 호주에서는 경찰관 등을 겨냥한 무슬림 극단주의에 빠진 테러리스트들인 ‘외로운 늑대들(lone wolves)’의 개별 범행이 멜번과 시드니에서 몇 번 발생했다. 가장 최근 테러는 지난 10월초 파라마타 소재 NSW 경찰청 앞에서 발생한 무슬림계 고교생의 총격 테러였다. 이란 출생의 파라드 자바르(15세)가 퇴근을 하던 경찰청 소속 회계사(민간인)인 커티스 쳉(58)에게 뒤에서 총격을 가해 살해한 뒤 총소리를 듣고 청사 밖으로 나온 경찰들과 총격전을 벌이다 피살됐다. 극단주의에 물든 불과 15살의 고교생이 오후 시간대에 경찰청사 앞에서 이같은 총격 테러를 벌인 것에대해 호주 국민들이 큰 충격을 받았다.
 
호주안보정보국(ASIO)과 호주연방경찰(AFP)은 “파리 테러와 유사한 테러 공격이 현재 호주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있지만 구체적인 증거는 없다”고 밝혔다. 턴불 총리는 “호주에서 테러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보장할 수는 없지만 위험을 낮추려는 노력을 배가할 것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호주도 테러 안전지대가 아님을 인정하는 것이다. 발리, 린트카페, 파라마타 테러 등을 겪으면서 호주도 테러방지법규를 단계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테러 관련 및 지원 혐의자의 이중국적 박탈 등 시민권법 개정안도 다음 주에 의회에 상정할 계획이다. 
 
한국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국무회의에서 "각국은 테러를 방지하기 위한 선제적인 대책들을 세우는 반면 현재 우리나라는 테러관련 입법이 14년간이나 지연되고 있다"며 “테러방지법, 통신비밀보호법, 사이버테러방지법 등 국회에 계류된 테러방지법안들이 이번에 통과돼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우리는 연방과 주정부들의 이같은 테러대응 노력을 당연한 조치라고 판단한다. 또 턴불 총리가 지상군을 파견하지 않고 공습과 이라크 정부군 대전투 능력 강화와 함께 국제적 공조와 외교, 정치적인 해결책 모색에 치중할 것이라는 발표도 현 상황에서 적절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자연재해 등에서 가장 안전한 나라 중 하나인 호주가 무슬림 극단주의에 매혹된 자생 테러리스트들의 테러 공격에서는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 서방 세계 어느 나라도 예외일 수 없다. 그런 참사가 벌어지지 않도록 최대한의 예방 노력을 강화하면서 동시에 극단주의에 빠질 위험성이 큰 커뮤니티를 대상으로 한 계몽과 설득, 호주 사회 정착 지원 등으로 정부가 진정성을 보인다면 IS 퇴치의 날이 멀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호주의 이슬람 커뮤니티의 참여 없이 무슬림 극단주의의 테러를 척결할 수 없다.   
 
테러와의 전쟁은 국가에서 개인에 이르기까지 모두의 협조를 필요로 하는 글로벌 과제다. 다민족 커뮤니티 일원으로서 호주 한인사회도 무슬림사회가 증오나 차별의 표적이 되지 않도록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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