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겨울은 예년보다 성탄절 기분이 별로 들지 않는 것 같다. 아마도 그 이유는 경기 침체와 연관이 큰 것 같다. 호주 정부는 내년 경제성장률을 2.75%에서 2.5%로 하향 조정했다. 시드니 한인들의 체감 경기도 여전히 냉랭하다. 그동안 해외에서 계속 전해진 테러 소식으로 인한 불안감이 소비심리를 더욱 위축시켰다.  
 
연말 세일이 시작되는 26일 복싱데이(Boxing Day) 기간에는 반짝 경기가 되살아날 것이다. NSW에서는 올해부터 복싱데이의 상점 영업 제한이 풀린다. 
 
한 해를 마감하는 12월은 ‘나눔의 계절’로 불린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세상이 아직은 살만한 곳이라고 일깨워주는 크고 작은 베품이 곳곳에서 전해지는 계절이다. 어려운 이웃을 향한 따뜻한 손길만큼 우리의 경직된 마음을 풀리게 하는 확실한 방법은 없다. 말콤 턴불 총리도 국민들에게 보내는 공개 연하장에서 힘든 시기를 보내는 이웃과 함께하자는 점을 당부했다.
 
올해 12월 초 미국에선 억만장자 마크 주커버그의 재산(페이스북 보유 주식 99%) 사회 환원 뉴스가 우리의 마음에 위안을 주었다. 같은 때 호주에서도 ‘통 큰 기부’ 소식이 전해졌다. 다수의 개인 병원을 소유한 폴램지재단(Paul Ramsay Foundation)이 호주에서 자살방지프로그램을 위해 1470만 달러를 쾌척했다. 
 
나눔의 기쁨은 부호들만의 특권이 아니다. 누구나 자신이 있는 자리에서 작은 선행으로도 기쁨을 누릴 수 있다. 자선단체를 통해 노숙자들을 찾아 따뜻한 식사를 대접하는 봉사 활동을 할 수 있고 주말 오후 양로원을 찾아 쓸쓸한 노인들을 위로할 수 있다. 감원당한 동료에게 작은 정성을 표할 수 있고 파산한 친구의 자녀들을 위해 크리스마스 선물을 살 수도 있다.
 
“친절은 모든 사람을 연결해준다”고 한다. 어려움에 막막했을 때 도움 받고 고마워한 사람들이 비슷한 처지의 타인을 돕는 봉사에 앞장서면서 선행이 감사로, 감사가 다시 선행으로 이어지는 아름다운 사이클을 만들어 간다는 의미다.
 
도움을 주고받은 경험은 어려울 때 누군가 나를 보살펴줄 것이라는 위안과 함께 절망을 딛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용기를 갖게 한다. 늘 도울 형편이 안 된다면 1년에 한번만이라도 상관없다. 숨찬 일상에 묻혀 잠자고 있던 ‘선의(善意)’를 깨워내야 할 연말이다. 
 
브리즈번의 그리피스경영대학원(Griffith Business School)에서 45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크리스마스 정신(Christmas spirit)의 5개 특성은 쾌활함(bonhomie), 즐거운 방종 상태(gay abandon), 교회 전례(ritual), 쇼핑, 약간의 우울함(a little bit of dejection)이라고 한다. 
 
미국 미주리대 심리학과에서 117명을 상대로 무엇이 즐거운 크리스마스 만드는 것인지를 설문조사한 결과가 흥미롭다. 다양한 연령층을 상대로 크리스마스 기간 중 만족감, 스트레스, 감정 상태, 돈 사용, 소비형태 등에 대한 질문을 했다. 가족과 함께 그리고 종교적 체험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답변한 사람들이 돈을 쓰거나 선물을 받은 것이 기억에 남는다고 답변한 사람들보다 행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회에서 얻는 혜택 중 신앙심 외 큰 부분이 사회적 접촉과 단체 소속감이라는 점도 밝혀졌다. 
 
개인, 남을 위한 선물, 자선단체 기부 등 지출 대상에 대한 연구(하버드경영대학원)에서는  사회적 지출이 클수록 더 큰 행복과 연관이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런 여러 연구 결과를 토대로 “크리스마스를 받기보다 주는 시기라고 생각을 한다면 우리는 이미 더욱 행복해지는 길로 들어섰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시드니 동포사회에서도 나눔의 기쁨이 확산되는 연말의 아름다운 전통이 이어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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