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석자: 좌측부터 변종윤 동림 사장, 다니엘 오 스시베이그룹 본부장, 황산덕 마키모토 차장, 피터박 파이오니어제너럴서비스 사장, 이병기 더카페페이지 사장

높은 인건비 ‘최대 애로사항’… 상생 방안 모색해야  

한호일보의 창간 기획 ‘한인 주요 업종 간담회’ 중 첫번째인 요식업 사업자 간담회가 지난달 25일(한식·중식)과 2월 1일(일식·스시) 본사 사옥에서 열렸다. 요식업 중 일식·스시업의 경기 동향, 애로 사항, 종업원 고용 문제, 발전 방향 등에 대해 현장의 다양한 목소리를 요약했다. - 편집자 주(註) 

“일식 낮은 진입 장벽은 장점” 스시식당 약 70% 한인 업주 추산

간담회 참석자들은 최근 3-4년간 일식과 스시 식당 경기에 큰 변화를 체감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일식당 동림(이스트우드)의 변종윤 사장은 “수년 간 매출에 큰 기복이 없다”고 말했고 스시베이그룹의 다니엘 오 본부장은 “약간의 등락은 있지만 여러 지점들에 걸쳐 매출이 대체로 일정선 유지되고 있다”고 밝혔다. 

주중보다 주말에 호주인(비한국계) 고객 비율이 증가하는 것은 공통적인 현상이다. 변 사장은 “주중에는 한인 고객이 많지만 주말에는 한인과 호주인 고객 비율이 5:5 정도”라고 설명했다. 마키모토 체인의 황산덕 차장은 “매장이 시드니와 포트맥쿼리 등에 있는데 입지 특성상 호주인 직장인 고객들이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일식·스시 사업은 한인 업주 비율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이 분야의 진입장벽이 낮아 한인들이 진출하기에 용이한 장점이 주요인으로 지적됐다. 오 본부장은 “호주 스시업계에서 한인 업주 비중은 약 70% 정도로 추산된다”며 “한식에 비해 운영이 쉽고 작은 규모로 시작하기에 부담이 덜한 편”이라고 말했다. 변 사장은 “음식 사업을 새롭게 시작하는 사람에게 일식이 한식보다 준비시간이 짧고 사업 노하우를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다”고 동의했다. 

일식당의 강점으로는 ‘고객 접근성’이 언급됐다. 변 사장은 “맵거나 짠 음식이 많은 한식에 비해 일식은 그 맛이 중간 정도로 보편성이 있다”며 “요식업종에서 외국인들이 접근하기 좋은 음식 순서는 중식, 일식, 한식 순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변 사장은 그러나 “일식이 호주에서 대중화됐느냐는 질문에는 ‘아직 아니다’라는 답을 하고 싶다”며 “스시를 즐기는 호주인이 많아지긴 했지만 회 같은 일식이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기에는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호주의 일식·스시 시장 수명이 한국보다 길다는 의견도 나왔다. 오 본부장은 “한국에 비해 이곳 시장은 생명력이 긴 편이다. 회전식 초밥의 경우, 한국에서 반짝 인기를 끌었지만 시드니에서는 어느 정도 꾸준함이 있고 지방에서는 이러한 시스템을 굉장히 신기해 한다”고 말했다. 

 

“종업원 잦은 이직, 높은 인건비 부담 최대 어려움” 

참석자들은 인력관리의 어려움을 공통적으로 지적했다. 변 사장은 “’사람은 많은데 쓸 사람은 없다’는 말이 일식·스시 업계에도 적용된다. 능력 있는 주방장과 좋은 자질의 서비스 인력을 구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요리사나 주방장 등 ‘주력’ 인력은 장기근무 경향이 있는데 반해 홀서빙 직원들의 이직률은 상당히 높다”고 말했다. 

오 본부장은 “식당에서 무선인터넷이 안 된다고 일을 그만둔 사례가 있을 정도”라며 “급여가 시급 1달러라도 많은 곳을 찾아 계속 일터를 옮기고 통보도 없이 갑자기 나오지 않는 직원들로 인한 피해는 업주와 피고용인 모두에게 돌아간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 본부장은 한인 업주들이 직원을 고용할 때 상호 레퍼런스를 체크할 수 있는 시스템 도입을 제안했다. 

마키모토의 황 차장은 “직원들의 잦은 이직에는 급여와 비자 문제, 개인적 사정 등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결국 업주와 피고용인 간 급여에 대한 기대치 차이가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세계 최고 수준인 호주의 높은 인건비가 요식업 성장의 발목을 잡는다는 의견에 참석자들 대부분이 동의했다. 

오 본부장은 “접객서비스분야의 일요특근수당을 토요일 수준으로 낮추자는 움직임도 있지만 노조의 힘이 센 호주에서 시간외 수당 급여가 하락하면 기본급이 올라갈 것은 자명하다”며 “주말영업을 위해 사람을 쓰려면 평소 2배의 인건비가 들어가는 상황에서 영세한 식당들은 계속 가족 중심으로 영업을 하게 되고 고용은 늘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턴 등 인력 공급을 관리하는 회사인 파이오니어제너럴서비스의 피터박 사장은 “호주의 임금 수준은 세계적으로도 높은 편이다. 시급 18-19달러의 최저 임금과 수퍼연금 등 사업주가 부담할 비용이 크기 때문에 고용을 늘려 서비스질을 향상시키기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위생관리 중요성 모두 공감” 

참석자들은 식품안전과 위생관리의 중요성을 하나 같이 강조했다. 변 사장은 “카운슬의 위생검사관(인스펙터)이 한인 사업장들에 대해 유독 까다롭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는 우리 업계가 평소 관리를 잘 하지 못해 편견을 만들어낸 것일 수 있다. 철저한 관리를 통해 한인 업소들에 대한 인식을 바꿔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변 사장은 검사관이 일식당에서 가장 먼저 점검하는 것 중 하나가 온도계 비치 여부라며 “주방과 음식 보관실에 온도계가 없으면 그때부터 문제가 심각해진다”고 말했다. 그는 또 페스트(해충) 관리는 가능하면 이름있는 전문업체에 맡기고 식당에 로그북을 비치해 두는 것이 문제의 소지를 사전에 방지하는 요령이라고 설명했다. 

오 본부장은 식품법에서 규정하는 식품안전감독관 교육을 이수 의무가 없는 직원들도 받도록 하고 있다며 “만약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직원 안전교육 유무는 업주 책임에 큰 차이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규정 몰랐다는 변명 안 통해”

참석자들은 업주들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보험 등의 대비와 관련 공부가 필요하다고 이구동성으로 지적했다. 특히 호주의 노동법을 잘 알아야 하며 한국적 사고 방식의 운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 본부장은 “사업을 하면서 일어날 수 있는 사건 사고 ‘경우의 수’가 너무 많다”며 “네트워크를 통해 업계 정보를 꾸준히 업데이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업계에서 수집한 사례로 “모 회사에서 호주인 동성연애자 남자 직원이 차별 대우를 당했다며 수십만불 배상을 청구했다. 다른 한국인 직원들이 그를 빼고 식사를 하러 가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는 것이 차별의 이유였다. 또 맹인안내견과 함께 시각장애인이 식당에 들어왔을 때 당황해 머뭇거리는 것을 장애인 차별로 여겨 문제 삼은 사례도 있다. 한국인들이 별다른 생각 없이 하는 행동이 호주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호주인들은 규정에 대한 학습과 이해가 생활화되어 있다”며 “한인 업주와 종업원들도 공부를 해야 하고 법을, 규정을, 영어를 몰라서라는 변명은 호주에서 통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오 본부장은 최근 호주 직장상해보험(워크커버)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가 한인 요식업계에도 발생하고 있다며 업주들은 항상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스시협회 필요성' 제안

일식·스시협회 구성 및 다른 커뮤니티와의 연대가 제안되기도 했다. 

참석자들은 한인 일식·스시 사업자들이 겪는 문제가 다른 아시안 커뮤니티에서도 비슷할 것이라며 우선 내부적으로 한인 일식·스시협회를 구성하고 이후 다른 커뮤니티와 연대를 통해 공동 문제 해결에 공조할 것을 제안했다. 

오 본부장은 “한인 커뮤니티가 결속력이 약하다는 지적을 받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며 “불합리한 규제 등으로 인한 문제가 바로 나의 일이라는 생각을 갖고 함께 힘을 모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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