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미용업 간담회. 왼쪽부터 이경숙 올어바웃헤어스킨&뷰티 원장, 오경숙 OKS헤어&뷰티살롱 원장, 임상진 케이팝헤어 원장, 제니정 케이팝헤어 부원장, 최현정 B&R 원장

한호일보의 창간 기획 ‘한인 주요 업종 간담회’ 중 요식업(1월 25일-한식·중식, 2월 1일-일식·스시, 2월 15일-카페)와 건설업(2월 22일)에 이어 미용업 사용자 간담회가 29일 본사 사옥에서 열렸다. 미용업의 경기 동향과 애로사항, 발전 방향 등에 대해 현장의 다양한 목소리를 요약했다. - 편집자 주(註) 

[참석자: 이경숙 올어바웃헤어스킨&뷰티 원장, 오경숙 OKS헤어&뷰티살롱 원장, 임상진 케이팝헤어 원장, 제니정 케이팝헤어 부원장, 최현정 B&R 원장, 고직순 한호일보 편집인]

 “고객 특성 파악, 현지인 시장 공략 필요”

간담회 참석자들이 밝힌 미용업계 체감 경기는 조금씩 달랐다. 

오경숙 OKS헤어&뷰티살롱 원장은 “3개 숍을 운영하고 있고 각 지점 매출에 큰 기복은 없다. 이스트우드 지점은 최근 길거리 업그레이드 공사와 주차난 영향을 좀 받고 있다. 업계 전반적 경기는 썩 좋지는 않은 것 같다. 호주 경제 침체로 소비자들의 심리적 위축이 있다”고 말했다. 

이경숙 올어바웃헤어스킨&뷰티 원장은 “2002년부터 미용 영업을 하고 있다. 시드니올림픽파크에 숍이 있고 고객 대다수는 호주인이다. 전체 업계 상황은 안 좋다고 본다. 손님들이 긴축 소비를 하면서 집에서 염색을 많이 하고 미용실 방문 횟수가 줄어든다. 이벤트(세일)를 하면 고객 수가 잠깐 늘겠지만 지속적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임상진 케이팝헤어 원장은 “한국에서 25년 정도 미용실을 했다. 시드니에 와서 영업한지 2-3년 됐다. 서울보다 시드니의 미용 가격이 더 싼 것 같고 임대료가 높은 이곳에서 살아남기 위해 기술로 승부하기로 했다. 요즘 경기가 나쁘다고들 하는데 저는 기술개발로 이를 극복하고 있다. 손님 수가 크게 늘지 않아도 기술개발로 단가 인상이 가능해져 매출은 훨씬 좋아졌다”고 밝혔다. 

최현정 B&R 원장은 “한국과 미국, 영국 등지에서도 미용업에 종사했다”며 “이스트우드 지역에서 미용실을 운영한지 3-4년 됐다. 난이도를 따지자면 호주 시장이 제일 어려운 것 같다. 이스트우드는 한인과 중국인들도 많이 사는 곳인데 돈을 많이 쓰는 소비층이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인과 호주인 고객의 특성을 파악하고 시장을 넓혀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오경숙 원장은 “언어 장벽 문제도 있고 한인 미용사들은 아무래도 동양인 머리 스타일에 익숙하다 보니 서양인 시장에서 자연스레 분리되는 측면이 있다”며 “한인 시장을 기반으로 중국인 등 아시안 마켓을 흡수하고 고객 기반을 넓혀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경숙 원장은 “호주인과 한인 고객들 사이에 차이가 있다”며 “한국인들은 유행을 쫓는 경향이 강한데 비해 다문화 사회인 호주에서는 인종별, 민족별로 고정적인 선호 스타일이 있다. 또 미용료를 지불하는 방법도 백인계 호주인들은 거의 대부분 카드를 사용하고 한인이나 중국인, 인도인 등은 현금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고객들은 단골이 되면 3대가 함께 찾아오기도 하고 머리 스타일이 마음에 들면 고맙다며 돈을 더 지불하기도 한다”며 “호주인 마켓을 잘 뚫고 들어가면 사업을 탄탄하게 꾸려갈 수 있다”고 경험담을 전했다.

현지 미용업계의 과학적 인력양성 프로그램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이경숙 원장은 “커리어를 중시하는 현지 미용사들은 경력개발평가가 강조된다. 스킨 등 다른 뷰티 업종에서 아시안계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지만 헤어 쪽은 아직도 정통 미용 교육을 받는 서구인들이 강한 측면이 있다. 영국계 미용사들은 ‘웰라’ 같은 브랜드 기업의 토털매니지먼트 교육을 통해 상당히 과학적인 방식으로 육성된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또 호주인 미용업소들은 분업이 잘 이뤄져 있다며 “내부적으로 경영자, 전문 마케터, 헤어디자이너, 홍보 담당자 등이 구분돼 업소를 체계적으로 이끌어간다. 한인 업주들도 실무에만 매달리지 말고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상진 원장은 “호주에 와서 호주인 업소들을 들여다보니 한국과 주력 아이템이 약간 틀리고 서로 상대적 우위에 있는 기술분야가 존재하는 것 같다”며 “호주인 미용사들이 호일이나 커트, 곱슬머리 매직 스트레이트가 약한 것으로 보이는데 우리 한인 미용사들이 이런 분야 기술을 더욱 개발해 기술 차별화를 이루면 좋겠다”고 말했다. 


“모발학 및 pH 조절법 연구, 기술력으로 시장 승부”

한인 미용사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모발 관련학을 연구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임상진 원장은 “서구의 기업형 미용 교육을 따라잡기 위해 한국 업계에서도 모발학이나 모발생리학, pH지수 조절법 등의 연구가 강조되고 있다. 이제 이러한 지식을 갖추지 않으면 미용인들도 경쟁력이 떨어지는 시대가 됐다. 서울 시내 2만여개 미용실이 있지만 한해 5%씩 폐업한다고 한다. 어설픈 지식과 기술을 가지고 가격으로만 경쟁하려 하다가는 큰 코 다친다는 것이다. 호주에서 미용업에 종사하는 분들도 모발학의 기본사항부터 잘 다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경숙 원장은 “일요일 교회에 나가면 사람들의 뒷머리를 유심히 보게 된다. 호주는 자외선이 강해 선번(sunburn)이 심한데다 적절치 못한 약품 처리로 머리결이 상한 것을 보면 실력이 부족한 미용인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임상진 원장은 “한류 열풍으로 호주인들이 한인 미용실을 방문할 때 상당한 큰 기대를 하고 온다. 경험과 기술이 부족한 직원을 채용해 고객 머리를 손상시키는 일은 없어야 한다. 그래야 미용 한류가 이어지고 우리 한인 미용실의 입지가 올라간다”고 강조했다. 

제니정 케이팝헤어 부원장은 “사실 손님들이 두피와 모발케어 상식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미용실에서 이러한 정보를 알려주고 케어서비스도 함께 해주면 좋을 것이다. 숍에 찾아오는 고객들에게 두피 상태 진단과 관리를 해주었더니 만족도가 상당히 높았다”고 말했다.   

 

“인력 부족, 자체 양성 방안 찾아야”

미용업은 지난 2010년 연방정부의 독립기술이민 숙련기술직업군(SOL) 조정 때 리스트에서 탈락했다. 이후 고용주 스폰서 외에 기술이민 문이 사실상 닫히면서 한국에서 들어오는 미용인력이 급감했다. 한인 기술인력 부족 문제를 자체 인력 양성으로 해결하자는 의견이 많았다.

오경숙 원장은 “한국인 기술인력 부족은 한인 미용업계의 공통 애로사항”이라며 “변수 많은 정부 이민정책만 쳐다보지 말고 우리 업계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개인이 막대한 돈을 투자해 특화된 교육기관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은 만큼 정부나 단체의 지원 방법을 찾을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경숙 원장은 “과거 한인 미용인력 양성기관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시스템과 운영방식에 문제가 있었다고 본다”며 “까다로운 현지 노동법 등을 생각하면, 언어가 통하는 한인들을 직원으로 쓰고 싶다. 제대로 된 한인 미용훈련기관이 있으면 좋겠다”고 동의했다. 

최현정 원장도 “해외 미용전문가를 불러 직원들을 대상으로 정기적으로 세미나도 연다. 직원들의 실력 업그레이드가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자질 있고 기술력 좋은 한인 인력을 쓰고 싶다. 한국에서 들어오는 인력이 부족하다면 여기서 자체적으로 양성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임상진 원장은 인력난 해결을 위해서 가격 현실화도 중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는 “한국에서 고급 기술인력이 호주로 오고 싶어도 호주의 고물가와 시급 20달러 수준 급여를 보고는 솔직히 망설일 수 밖에 없다. 업계가 저가 경쟁을 하지 않고 가격을 현실화한다면 급여도 충분히 올릴 수 있고 인력 유치가 용이해진다. 이민과 비자 문제는 이러한 급여 문제와는 별개 사안”이라고 말했다. 

한인미용협회 결성 공감대

참석자들은 미용협회 설립 필요성에 모두 공감했다. 

이경숙 원장은 “업계 종사자들이 서로 바빠 만날 시간도 없고 정보 교환도 부족하다. 불합리한 대우를 받거나 법을 잘 몰라 피해가 생겨도 자문을 구할 곳을 찾기가 어렵다. 한인미용협회가 설립된다면 우리 미용인들을 대변하면서 훌륭한 울타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경숙 원장은 “협회가 생기고 잘 유지되려면 미용인들이 경쟁을 떠나 서로 마음을 비우고 공동 문제를 함께 하나씩 해결해 나간다는 자세가 중요할 것이다. 이민자 자영업자들은 외롭다. 한국에서는 비즈니스 오너들이 모이는 커뮤니티가 꽤 많은데 이곳은 바닥은 좁은데도 소문만 무성하고 그런 모임 만들기는 더 어렵다”고 말했다.  

최현정 원장은 “유럽 등 외국에서는 헤어디자이너가 선망 직종”이라며 “한국이나 이민자 1세대에서는 약간 보수적 시각이 남아있지만 미용업 종사자들이 자신의 직업에 자부심을 갖고 단합을 이뤘으면 좋겠다. 특히 교민 1.5-2세대들이 미용업 전문가로 진출하기를 권장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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