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최대 은행인 커먼웰스은행(이하 CBA)이 자회사인 생명보험사 컴인슈어(CommInsure)의 ‘갑질 스캔들’로 또 다시 망신을 당하고 있다. 

ABC 방송의 포 코너즈(4 Corners)와 시드니모닝헤럴드지 비즈니스데이(BusinessDay)의 아델 퍼거슨(Adele Ferguson) 기자가 이번 주 컴인슈어가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 Post-traumatic stress disorder)로 고통을 당한 CBA의 전 직원 매튜 아드워터(32)의 보험 신청을 교묘히 거부하고 몇 년 째 지연시킨 횡포를 폭로했다. 

아트워터는 정신과의사로부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고통을 받고 있다는 판정을 받았지만 컴인슈어는 오래된 심장병 정의를 고집하며 피해 보상 신청을 거부했고 또 지연시켰다. 은행측은 방송이 아트워터를 인터뷰하며 탐사보도를 시작하면서 문제를 지적하자 이번 달 그의 보험 신청을 ‘신속 승인’했다. 언론이 개입하자 불가 판정을 갑자기 승인으로 바꾼 것인데 승인 판정에 무려 2년 반이 걸렸다. 이 기간 동안 아트워터는 재정적인 어려움으로 자동차 안에서 잠을 자야할 정도로 고통을 당했다고 한다. 그는 CBA에서 2010년 최우수 직원상을 받았던 유능한 직원이었다. 

이 사례 외에도 말기 시한부 환자 고객에 대한 보상 지연 등 여러 명의 보험 가입자들이 컴인슈어의 횡포로 인해 생명보험 클레임이 거부됐거나 지연되는 등 피해를 당했다는 사례가 폭로됐다. 

이처럼 문제가 드러나자 정신질환 피해자들을 상담하며 자살예방 켐페인을 하는 민간 복지단체 비욘드 블루(Beyond Blue)의 회장인 제프 케넷 전 빅토리아 주총리는 “비싼 보험료를 매년 받아가며 전직 직원들의 정당한 보험 신청에 대한 지불을 거부한 것은 막대한 이익을 낸 거대 은행이 힘없는 개인들의 권리를 깔아뭉갠 횡포다. 컴인슈어는 비윤리적이며 악랄한 행태에 대해 변명의 여지가 없다. 모기업인 커먼웰스 은행 행태도 수치스럽다”라고 강력하게 성토했다. 그는 “호주 최대 은행이기 때문에 그냥 넘어가려는 행태는 용납할 수 없다. 보험사가 이익 욕심으로 선의의 피해자를 만들면 절대 안 된다”라고 비난했다. 

언론 보도로 문제가 폭로되면서 금융권 감독기관인 ASIC(호주증권투자감독청)가 뒤늦게 조사에 착수했다. 대기업 눈치를 보면서 또 뒷북을 치는 모양새다. 야당은 정부에게 특검(로얄커미션)을 통해 보험사의 횡포와 부당 행위에 대해 조사를 하라고 촉구했다. 
포 코너즈와 인터뷰에서 이안 나레브 커먼웰스은행 CEO는 “정신질환 문제로 고통을 당한 직원들을 은행이 제대로 돕는 이슈에서 CBA는 아직 멀었다”라고 솔직하게 문제를 시인했다.

CBA는 2003년~2012년 기간 중 재무설계 부문에서 수천명 고객들이 맡긴 돈을 고객 승인없이 위험성이 높은 금융상품에 투자를 했다가 큰 손실을 보게 만든 사태로 나레브 CEO가 2014년에도 사과를 한 바 있다. CBA는 많은 손실을 본 고객들에게 형편없는 보상을 제시해 큰 비난을 당했다. 이 사태로 정부가 재무설계 투자관련법을 개정할 정도로 파문이 컸었다.
  
CBA는 지난해 후반기(7~12월)에 46억달러의 막대한 세후 순익(NPAT: net profit after tax)을 냈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1~6월까지 2015/16 회계년도에 약 90억달러 이상의 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순 자산 수익률(Cash Return on Equity)이 17.2%에 달한다. 

호주는 물론 세계적으로 가장 수익성이 높은 은행으로 부러움을 받고 있다. 
그러나 두 번의 대형 스캔들로 CBA는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연속 스캔들은 호주 최대 은행의 이미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 분명하다.

ASIC의 조사 후 필요하다면 로얄커미션을 통한 철저한 조사를 해야 할 것이다. 호주 5대 기업인 CBA, 덩치값 좀 했으면 좋겠다. 규모에 걸맞는 행태를 보이지 않은 경우 이번처럼 언론으로부터 계속 얻어맞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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