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4일 회계사/변호사 간담회. 왼쪽부터 홍경일 변호사(H&H 법무법인), 이종석 변호사(좋은법률), 허재환 회계사(삼정회계), 최성호 회계사(UG회계)

호주 법규 준수는 기본, 장기적 안목 필요

한호일보는 창간 기획으로 지난 1월부터 3월 14일까지 7회에 걸쳐 ‘한인 주요 업종 간담회’를 주관했다. 요식업 3회(한식·중식-1월 25일, 일식·스시-2월 1일, 카페-2월 15일), 건설업(2월 22일), 미용업(2월 29일), 청소업(3월 7일) 간담회가 진행돼 매주 연재됐다. 마지막인 회계사/변호사 간담회가 3월 14일 본사 사옥에서 열렸다. 동포 사업자들에게 회계/법률 서비스를 비롯 중요한 자문 역할을 수행하는 회계사와 변호사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요약했다. - 편집자 주(註) 

참석자: 이종석 변호사(좋은법률), 최성호 회계사(UG회계), 허재환 회계사(삼정회계), 홍경일 변호사(H&H 법무법인) 이상 가나다순. 사회: 고직순 한호일보 편집인  

"NSW 한국계 변호사 약 300명 추산"

참석자 4명은 각자 법률/회계 서비스를 먼저 소개했다. 

홍경일 변호사(H&H 법무법인)는 “1996년 설립된 시티소재 H&H 법무법인에서 근무하고 있다. 일본인 변호사와 공동 대표 변호사직을 맡고 있고 기업법무, 소상공인 자문, 개인법률자문, 이민, 형사사건 소송 등이 주 업무분야다. 호주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법인 설립 등 법률 자문도 돕고 있다”고 밝혔다. 이종석 변호사(좋은법률, 이스트우드 소재)는 “한인 사업체와 개인들이 주 고객이며 비즈니스/부동산 양도, 가정법 상담, 민형사 소송, 이민 업무를 주로 담당하고 있다”고 밝혔다. 

허재환 회계사(삼정회계)와 최성호 회계사(UG회계)는 “개인과 사업체들의 세금 신고, 회사 설립과 호주증권투자감독청(ASIC) 등록, 사업 구조 상담, ATO와 분쟁 등 회계 업무와 전반적 경영 자문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호주 또는 NSW에서 활동하는 한국계 변호사와 회계사 숫자에 대해 아직 구체적인 통계는 없는 상태다. 

호주한인변호사협회장을 역임한 홍경일 변호사는 “NSW주에서 활동 중인 한국계 변호사는 약 300명 내외로 파악된다. 드러나지 않은 숫자가 더 있을 것이다. 다른 주에서는 두 자릿수(수십 명) 정도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홍 변호사는 “한국계 변호사들이 다양한 분야에 진출해 있다. 주요 정부기관과 민간기업, 대형 로펌에서 근무하는 한인 2세대 변호사들의 활동도 활발하다”고 말했다.

허재환 회계사는 “회계학 전공자가 꽤 많이 있지만 실제 사무소를 열고 활동 중인 한인 회계사 숫자는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다”고 밝혔다.

 

“경기 부진, 이민 축소와 세대 교체 영향”

한인 사업체들의 재무상황을 가까이서 들여다보고 있는 참석자들은 현재 한인 경기 상황이 좋지 않다는데 동의하고 그 원인으로는 좁아진 이민 문과 세대 교체 등을 지목했다.

최성호 회계사는 “한인 사회 사업 경기가 계속 나빠진다는 느낌이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우선 2010년 이래 이민 문이 크게 좁아진 것을 지적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기술이민 숙련기술직업군 축소, 영어점수 및 사업이민 투자금액 강화로 한국인 이민이 급속하게 줄어들었고 기술이민은 고용주 스폰서 외에 사실상 문이 닫힌 상태”라며 “과거 활발했던 한국인들의 이민이 줄어들면서 한인 시장 경기에 직접적 영향을 주고 있다. 부동산시장을 보더라도 추가 수요가 있어야 집값도 오르고 매매도 늘어난다”고 강조했다. 

홍경일 변호사는 “이민이 어려워진 것은 사실이다. 세계적으로 경제가 안 좋다보니 그 여파가 호주에도 미친다. 정부가 실업률에 신경을 쓰고 자국민 보호를 위한 이민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정권에 따라서 이민 문이 더 좁아질 수도 있다”고 밝혔다. 허재환 회계사는 “호주가 잘 버티다가 자원산업 붐이 꺼지면서 어려워지고 있다. 올해가 제일 힘든 해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호주로 오는 한인 워홀러들이 줄면서 소규모 사업체들이 직원 구하기 힘들다는 이야기가 들린다”고 말했다. 

한인 사회 경기에 세대 교체가 영향을 준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최성호 회계사는 “교민 1세대가 나이가 많이 들었다. 1세대가 과거 경쟁력 있고 ‘한국인 기술력 최고’라는 소리를 듣던 용접, 타일, 청소, 스시 등의 사업 분야가 성장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일부는 분명 포화상태일 수 있다.미용, 카페, 학원 등이 나름 명맥을 잇고 있지만 과거의 영화를 누리기 어렵다. 1세대가 내놓는 매물은 늘어나는데 사려는 사람은 적다. 카페와 요식업 등에서 1.5세대와 2세대의 성공 스토리도 종종 들리지만 ‘중간층’이 얇아지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부익부 빈익빈’이 여기서도 현실화되어 간다”고 말했다. 그는 “호주 가면 먹고 사는데 어렵지 않다는 이야기가 나와야 한국으로부터의 이민도 늘어난다. 세대 교체 과정에서 한인 사업체들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종석 변호사는 “이민 정책이 중장기적으로 어떻게 변할지 현재로선 전혀 감을 잡을 수 없다. 한인 사업체들 스스로 생존력을 키우고 중국인과 호주인을 상대로 시장을 확대하는 전략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홍경일 변호사는 “한인 2세대들이 1세대가 가진 성실함을 물려받고 한인사회에 대한 애정을 갖고 사업을 펼친다면 우리에게도 희망이 있다. 이민 정책은 우리가 제어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 상황에 맞춰 조정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지 말자”

회계/법률 전문가들은 한인 사업자들이 기존 관행을 과감히 개선하고 현지법을 잘 지켜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최성호 회계사는 “한인 사업자들이 세무적인 개념이 상당히 약하다. GST 세금이나 법정 인건비를 반영 안하고 이익이 남는 비즈니스라며 사고 팔기도 한다. 수익 구조가 불투명한 매물은 호주 사람에게는 팔 수도 없다. 현금 거래, 임금, 세금 신고가 투명해져야 한다. 엉터리 회계 뒤에는 옴부즈맨, 국세청이 버티고 있다. 예전에는 전산화도 덜 되어 있고 관심을 크게 안 가졌지만 이제는 그림이 바뀌고 있다. 기존 사업자나 창업자들 모두 5년-10년을 내다보고 사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재환 회계사는 “국세청의 세무 감사는 직원 퇴직연금이나 임금 등 특정 분야에만 실시될 수도 있고 고용주 개인의 은행계좌와 신용카드 내역까지 뒤지는 전반적 감사가 있을 수 있다”며 “인건비 등 각종 회계처리에 있어서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투명하게 운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종석 변호사는 “한인 사업자들이 가장 기본적인 법률조차 모르고 사업을 운영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며 “노동법에서는 인력을 고용할 때 계약서 작성은 물론 피고용인의 기본 인적사항을 일정 기간 보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것을 소홀히 하면 나중에 문제가 될 수 있다. 법을 몰라서 못하는 분, 알아도 안 한다는 분들이 있는데 법 준수가 결국은 스트레스를 줄이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홍경일 변호사는 “회사에서 일본인 고객들을 꽤 많이 상대한다. 이들을 보며 느끼는 것이 있다. 준비성이 매우 철저하다는 것이다. 한인 고객들은 약간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동업 계약서 같은 것이다. 한인들은 파트너십 계약서를 작성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만들더라도 1장짜리 한글로 된 간략한 문서에 지장을 찍는 게 전부다. 동업자를 믿고 시장에 빨리 들어가는 것은 장점이 될 수도 있지만 잘못되면 후폭풍이 너무 크다. 분쟁을 해결하느라 막대한 비용을 들이고 나서 나중에 후회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업은 멀리 봐야 하고 기존의 ‘적당히’ 관행은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형 한인 로펌, 한인 판사 탄생 기대”

앞으로 규모 있는 한인 로펌의 등장과 한인 판사 탄생을 기대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홍 변호사는 “한인 사회에 대형 로펌이 없고 현지 법률회사에서 파트너급 변호사로 일하는 한인 변호사도 많지 않다. 또 호주에서 아직 한인 판사도 배출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인 변호사들이 가정법, 형사법, 노동법 등 수요가 많은 분야에서 전문성을 키우고 경력을 쌓아 대형 로펌이나 거물급 법조인 탄생을 위한 토양을 마련해야 한다. 일반 변호사(Solicitor)뿐 아니라 법정 변호사(Barrister)도 다수 배출돼야 한인 판사가 나올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서너 명의 한국계 법정 변호사가 활동하고 있다.

이종석 변호사는 한인 변호사에 대한 선호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현지인들은 물론 한인 사회에서도 소송 등을 진행할 때 대체로 호주인 변호사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중국인 커뮤니티는 대형 법률회사도 꽤 많고 중국인 법정 변호사도 많이 배출하고 있다. 한인 사회에서도 긴 안목으로 한인 법조인들을 키워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문직 업계의 자정 필요성도 강조됐다. 이 변호사는 “비윤리적 행동으로 변호사협회에서 제명되는 사례가 한인 업계에서도 종종 나와 안타깝다. 연줄을 내세워 문제를 해결해 주겠다는 식의 전근대적인 접근 방식, 수임료를 위해 소송을 부추기는 행위, 과장 광고 등 고객 이익에 배치되는 행동을 하는 이들은 마땅히 걸러져야 한다”고 말했다. 

홍 변호사는 “법률자문은 고도의 윤리성이 요구되는 분야다. 윤리규정을 어기는 변호사가 있으면 업계 전체가 욕을 먹는다. 사실 ‘문제성’ 변호사는 업계에서 먼저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다른 변호사들이 먼저 나서서 변호사협회에 신고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한인 커뮤니티의 이미지를 흐리지 않도록 또한 프로페셔널리즘을 지키기 위해 모두가 단호해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재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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