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내가 휘파람을 불며 서 있다
멜로디가 새벽 찬 거리에 쏟아진다
건너편에는 여자가 마주 서 있다
사내의 멜로디가 묻은 바람이 그녀의 머리를 스친다

신호를 기다리며 출발선에 멈춘
사람들은 저마다 건너야 할 이유를 가지고 있다
계절을 횡단하여 꽃은 피고
별은 빛나기 위해 어둠을 지난다

간밤에 카멜리아 꽃이 졌다
비와 바람을 거슬러 피었던 한 때도 스스로
저물때를 알고 진다
다시 피기 위해
다시 돌아 오기 위해
삶은 잠시 숨을 고르는 중
그리하여 누군가의 건널목이 되어 주는 일
파란등이 되는 일
아름답게 정지하는 법을 익혀야 한다

세상이 신호에 따라 움직인다
삶이 횡단한다
잠시 멈추어야 할 때까지

박기현(시동인 캥거루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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