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4월 연방상원의 다국적 기업 조세회피 청문회에 출두한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애플 호주 법인 대표들

호주서 사업 중인 대형 다국적기업들이 지불하는 법인세가 법정 세율의 절반에 불과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UTS대 로스 맥클러, 로만 라니스, 브렛 고번디르 교수 연구팀이 2013-2014년 호주서 영업이익을 낸 76개 대형 다국적기업의 재무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들 기업의 수익 대비 법인세 비율이 평균 16.2%로 법정 세율 30%의 절반 수준이었다. 기업들이 2년간 ‘절세’한 금액은 54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UTS 연구팀에 따르면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정보기술분야 다국적기업들은 수익 대비 평균 7.5% 법인세를 냈다. 또 프록터앤드갬블, 로슈, 글락소스미스클라인, 사노피-아벤티스, 화이자 등 다국적 제약회사들이 지불한 법인세는 평균 5.7%에 불과했다.  

UTS 연구팀은 다국적기업들의 주된 절세 기법이 ‘부채 얹기’(debt-loading)라고 지적했다. 이는 해외 다른 지사가 안고 있는 채무 이자를 호주 지사가 갚도록 해 장부상 과세 소득을 인위적으로 낮추는 것이다. 또 호주 현지 수익을 해외 지사로 이전하는 방법도 동원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조세 피난지나 저세율 지역의 다른 지사에게 호주 지사가 고액의 지적재산권료를 지불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UTS 연구팀의 이번 조사활동을 지원한 사회운동단체 ‘겟업!’(GetUp!)의 대니 파둘 대변인은 “다국적기업들의 세금회피는 국내에 마땅히 환원해야 할 부분을 강탈하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그는 “이번 조사는 76개 대형 다국적기업만을 대상으로 했다. 국내 모든 다국적기업을 포함한다면 세금회피 규모는 훨씬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개인들이 애플, 구글, 셰브런 같은 억만장자 회사보다 더 높은 세율로 세금을 내고 있다. 일부 기업들이 손실을 부풀리고 수익을 해외로 이전하면서 국내에 마땅히 환원되고 투자돼야 할 부분을 강탈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다국적기업들의 조세회피 행태는 이른바 ‘파나마 페이퍼스’ 스캔들이 전 세계를 강타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 다시 한번 조명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4월 초 파나마 로펌 ‘모색 폰세카’의 유출 자료 폭로로 촉발된 ‘파나마 페이퍼스’ 스캔들은 세계 유력 정치인들과 부유층, 기업들이 조세 피난지를 이용해 세금을 피해온 행태를 고스란히 드러내 보였다. 

호주 정치권은 조세회피 문제를 올해 총선에서 주요 이슈로 다룰 전망이다. 

턴불 정부는 5월 3일 발표 예정인 새 예산안에 조세회피 제재 방안을 담거나 예산안 발표 직후 실시할 캠페인 광고에서 탈세 단속 강화를 강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당은 국내 수익을 해외로 이전해 과세 소득을 낮추는 행태를 제한하는 세금 정책을 추진할 예정이다. 노동당은 이를 통해 4년간 20억 달러 세금 손실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연방 상원은 특별청문회를 열어 크리스 조던 호주국세청장으로부터 국제 조세회피 대응 방안을 들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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