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정부는 난민선을 이용해 호주 영해에 들어오는 난민신청자들(보트 피플)을 예외 없이 해외(마누스섬, 나우루섬)로 보내 억류하면서 난민심사를 받도록 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호주 정부는 이들이 훗날 난민으로 판정될 경우에도 호주 본토에 정착하지 못할 것임을 누누이 밝혀왔다. 난민들은 PNG(파푸아뉴기니)에 정착하든지 아니면 출신국으로 귀국을 해야 한다.  

이른바 호주의 ‘강제 해외심사 정책’은 난민보호와 권리를 무시한 비인도적 처사라는 이유로 국내외에서 상당한 비난을 받고 있지만 여야 모두 지지 입장이다. 토니 애봇 전 총리는 2013년 총선 켐페인에서 이런 유형의 난민신청자들을 원천 봉쇄하겠다는 의미인 ‘난민선 차단(Stop the boat)’ 구호로 톡톡히 재미를 봤다. 

그러나 26일 PNG 최고 법원이 이같은 호주의 해외억류 정책에 제동을 걸었다. PNG 최고 법원은 “마누스섬 난민심사센터는 불법이자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이로써 PNG 정부는 조만간 난민수용소를 폐지하고 억류자들을 모두 석방해야 한다. 이같은 사태 전개로 양국은 논의를 시작했는데 어떤 결론이 내려질지 의문이다. 

PNG 법원은 호주의 난민정책을 ‘코미디 같은 허풍(bullshit)’이라고 힐난했다. ‘허풍’ 비난은 호주 정부의 이중적인 태도를 꼬집은 것이다. 호주의 난민정책은 나우루처럼 마누스섬에서도 법적 환상을 만들려고 한다. 한편으로는 난민보호조약(Refugee Convention)을 기대하며 호주로 온 난민신청자들에 대해서 국제법상 의무를 준수하는 시늉을 한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2개의 해외 난민수용소는 다른 예비 난민신청자들의 호주행에 쐐기를 박으려는 ‘인간적 억제제’로 사용되고 있다. “아무리 애를 써서 보트(밀입국선)로 호주에 와도 본토 정착은 불허되며 마누스 또는 나우루 난민수용소에 억류되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주는 것이 목적이다. 호주 유권자들에게 정부가 이만큼 강력한 차단 정책을 효율적으로 펼치고 있다는 선전 효과도 물론 중요한 목적이다. 일단 해외로 보내 호주 미디어의 취재를 차단하면 국민들의 관심사로부터 이 이슈를 멀게 만들 수 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마누스섬과 나우루 수용소를 운영하는데 소요되는 막대한 비용과 소리 없이 쌓이는 후유증은 고스란히 호주의 몫이 된다. 한마디로 ‘눈 가리고 아웅’하는 모양새다.  

그동안 난민신청자들은 그들의 의사는 무시된 채 호주 연방경찰의 감시를 받으며 마누스섬으로 보내졌고 억류됐다. PNG 정부는 마누스섬 합의를 지지하는 법적 효력을 제공하기 위해 급하게 PNG 헌법을 수정해 치명적인 약점이 포함됐다. 
PNG 헌법은 “기소된 범죄인 같은 특정 사례를 제외하고 어느 누구도 개인적 자유 의지를 박탈당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예외 명단에 마누스섬 난민센터가 포함되지 않았다. 

PNG 이민장관은 법적 요건을 마련하기 위해 마누스섬으로 보내진 난민신청자들에게 비자를 발급했다. 바로 이점에서 허구가 무너졌다. 난민신청자들이 자유롭게 마누스섬으로 보내진 것이 아니며 그들이 선택해 PNG에 입국해 체류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PNG 법원은 “난민신청자들의 개인적 자유가 침해될 수 없다. 그렇게 하는 법적 근거가 있지 않을 경우 또는 그런 근거가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불법”이라고 판결했다. 칸다카시 판사(Justice Kandakasi)는 “그들(난민신청자들)은 수감자(prisoners)로 붙잡혀 있었다”라고 판결했다. 수감자는 이 이슈에서 호주 정부와 사법부가 애써 피하고 싶은 단어지만 이제 어쩔 수 없이 법원 판결로 수감자로 강제 억류해 왔음이 드러났다.   

PNG 최고법원의 판결이 호주 정부에게 명령할 권한은 분명 없다. 피터 더튼 호주 이민장관은 “PNG 최고법원 판결에 신경을 안 쓴다. 마누스섬에 억류된 난민신청자들은 호주로 오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같은 양국 정부의 이견 대립 상황에서 네가지 옵션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 제 3국 수용 방안인데 현실성이 매우 낮다. 둘째, 나우루로 보내는 방안이다. 피터 더튼 이민장관은 28일 이 방안을 언급했다. 셋째, 호주로 보내 다시 크리스마스섬 수용소에 억류시키는 방안이다. 세 대안들 중 어떤 대안도 마누스섬 사태를 누그러뜨릴 수 없어 보인다. 마지막 대안은 PNG 의회가 마누스 수용소 억류를 합법이라고 만들 수 있는 헌법 수정 또 관련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는 것이다. PNG가 독립국으로서 자존심이 걸린 사안이다.  

이제 PNG 정부는 최고 법원 명령을 지체없이 시행해야 할 의무가 있다. 판결이 난 이상, 어떤 경우에도 마누스섬 심사센터는 즉각 폐쇄되어야 한다. 현재 억류 중인 마누스 심사센터를 폐쇄하고 모든 억류자들(약 850명)을 석방해야 한다. 그들이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는 혼미 상태가 국제적인 문제가 됐다. 

PNG 최고법원의 마누스섬 난민센터 불법 판결로 호주의 ‘수치스러운(disgraceful)’ 해외억류정책이 끝나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말콤 턴불 총리는 “마누스섬 억류자들이 절대 호주 본토에 정착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하면서 국민들에게 감상적이 되지 말라는 당부까지 했다. 그러나 PNG 최고법원의 용감한 판결은 호주에게 국제적인 타격이며 호주의 수치 중 하나인 난민 해외억류정책에서 변화의 여지가 커진 것은 분명하다. 본지는 PNG 최고법원이 마누스섬에 대해 판결한 것처럼 호주 대법원도 차제에 나우루섬 폐쇄를 결정하고 이 문제를 기본권 원칙에서 재심의해야 한다고 판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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