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면, 경우에 따라서 검사에게 변호사 비용 청구를 할 수 있다. 민사소송과는 달리 무죄판결을 받았다고 무조건 신청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일정 조건들이 충족되어야 법원은 검사에게 피고인의 변호사 비용을 지불하라고 명령할 수 있다. 

우선 지방법원(Local Court)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면 다음 네 가지 사항을 판단하여 판사가 결정을 한다. 

1. 해당 범죄의 수사가 불합리하거나 부적절하였다.
2. 형사소송이 정당한 사유가 없거나 부정직하게 시작되었거나, 검사의 행동이 부적절하였다. 
3. 검사가 관련있는 사항을 알거나 알아야 하는 상황이였음에도 불구하고 조사하지 않았다. 
4. 다른 특별한 상황으로 변호사 비용을 청구할만 하다. 

각 조항을 보면 기본적으로 검사나 경찰이 무언가 잘못을 했을 경우 변호사 비용 청구가 가능한 것이다. 증인이 위증을 했거나, 증언을 잘못하여 무죄 판결이 나는 경우 검사의 책임이 아니기에 비용을 청구할 수 없는 것이다. 경찰은 신고를 받고 피해자로부터 진술서를 받은 후 형사기소를 하고 재판을 진행한다. 경찰이 피해자의 진술이 사실인지 여부를 확인할 의무는 없다. 물론 너무 말이 안되는 내용이라던지, 피해자의 진술이 의문이 가는 정황들이 있다면 조사를 한다. 

일반적으로 가정폭력 사건의 경우, 물증이나 다른 증거가 없고 피해자의 진술만 있다. 이런 경우 1대1의 증언이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피해자는 맞았다고 주장을 하고, 피고인은 때리지 않았다고 주장할 경우, 다른 증거가 있지 않다면 경찰은 기소를 하는 것이다. 이런 경우 피고인이 정말 때리지 않았다면 기소가 되고 재판을 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억울할 수 있다. 또한 피해자가 법원에 출두하지 않거나, 증언을 잘못하여 무죄판결이 났다할 지라도 변호사 비용 청구를 할 수 없다. 경찰은 자신의 의무를 다 한 것 뿐이고, 피해자가 거짓증언을 했다고 할 만한 정황도 없었다면 책임이 없는 것이다. 호주사회를 보면 신뢰를 바탕으로 진실성을 중요시 여기기에 일반적으로 경찰에게 거짓 신고를 할거라고 생각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최근 거짓증언이 많아지면서 이런 부분도 많이 바뀌고 있는 것 같다. 아마도 조만간 경찰의 수사 방법이나, 위의 법조항도 바뀌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형법칼럼 7에서 언급되었던 K군의 사건은 3번 조항이 적용되었다. K군은 RMS 에게 자신이 운전자가 아니였다고 전달하였고, 법정신고(Statutory declaration)가 거짓으로 작성되었다고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RMS는 조사하지 않았다. RMS의 검사는 이러한 의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Statutory Declaration을 거짓 작성한 사람들에게 가서 질문조차 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런 경우 당연히 변호사 비용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가장 많이 적용되는 조항은 1번과 2번이다.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증거가 불충분했음에도 불구하고 검사가 무리하게 기소를 한 경우를 말한다. 경찰은 우선 기소를 하고 보는 경우가 많다. 증거를 수집하고 있는 중이고 충분히 확보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먼저 기소를 하는 것이다. 그리고 피고인이 유죄를 인정하면, 증거물을 제출할 의무도 없고, 무슨 증거가 있었는지는 경찰만이 아는 것이다. 또한, 증거가 불충분한지 알면서도 기소를 하는 경우도 있다. 대중과 언론이 관심 있는 부분은 체포와 기소 여부이지 그후 재판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길게는 1~2년 씩 걸리는 재판결과가 나올 때쯤이면 이미 대중의 관심은 식었고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필자가 검사시절에도 이런 경우가 종종 있었다. 증거가 불충분 하기에 기소 취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윗선에서 받아들여지지 않고 기소유지 명령을 한 경우였다. 결국 재판을 무리하게 진행하였고, 피고인은 무죄 판결을 받았다. 변호사 비용 2만불 지불하라는 판결까지 받았다. 

해당 사건은 피자헛 운전기사 강도사건이었다. 어느날 저녁 한 피자헛에서 배달 주문을 받는다. 운전기사의 배달 주소는 유닛이었고, 도착해보니 유닛 넘버가 없었다. 주문한 번호로 전화를 했지만 받지 않았고, 한 쪽에서 두명의 남자가 발라클라바를 쓰고 나타났다. 한명은 총을 들고 있었고 운전기사를 협박하여 그가 가지고 있던 모든 현금과 피자를 가지고 달아났다. 

경찰은 수사를 했고, 전화기의 주인을 찾았다. 그의 집을 압수수색했고 침대 밑에서 운전기사가 묘사했던 총과 비슷한 장난감 총이 발견되었다. 경찰은 이 전화기 주인을 심문했고 그는 범행당일 자신의 휴대폰을 다른 친구가 빌려 썼다고 진술했다. 친구에게 휴대폰을 빌려준 후 둘은 헤어졌고, 빌려준 휴대폰은 그 다음 날 받았다고 했다. 경찰은 그의 말을 믿고 친구를 찾아 그를 기소하였다. 다른 증거는 없었다. 

정말 이해가 안되는 상황이였다. 범죄자는 두명이였고, 비슷한 총기가 한명에게 발견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를 기소하지 않고 증인으로 세우겠다고 한 것이다. 또한 피해자는 범죄자들을 약 180cm 의 30대정도의 남성과, 170cm 정도의 20대 남성 둘이라고 했는데, 이 둘은 약 160cm의 15세 남자였다. 이런 상황에서는 당연히 수사를 더 했어야 하고, 다른 증거가 있는지 확인했어야 한다. 총기에서 누구의 DNA가 검출이 되었는지, 집에서 발견된 발라클라바에서 어떤 DNA가 검출되는지 등, 전화기 통화내역을 확인해 사건 주변 어느 누구와 통화했는지, 지역은 어디였는지 등 조사 해야 했지만 하지 않았다. 경찰은 휴대폰 주인의 증언만을 믿고 기소를 했다. 

필자는 경찰에게 증거가 더 필요하다고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결국 기소 취하를 해야 한다고 했지만, 이 또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에서 휴대폰 주인은 자신이 경찰에게 진술했던 내용을 번복하였고 결국 그는 판사가 판단하기에 믿을 수 없는 증인이었다. 유일한 증거라고는 그의 증언밖에 없었던 이 사건은 결국 무죄판결과 변호사 비용 지불로 종결되었다. 판사의 판결은 필자가 기소 취하해야 한다고 작성한 리포트의 내용과 동일하였지만, 이 사건은 아무의 책임도 없이 종결되었다. 하지만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은 아무런 죄값을 받지 않고 사라진 것이다. 

형사사건의 변호사 비용 청구 관련 법조항은 이와같은 상황들을 막기 위함이다. 경찰/검찰이 자신의 역할을 잘 해준다면 이렇게 국민들의 세금으로 변호사 비용을 내야하는 상황이 줄어들 것이다. 또한 무고하게 기소된 피고인의 경우도 때론 피해보상을 조금이나마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저작권자 © 한호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