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 연방 총선에서 호주 유권자들은 말콤 턴불 총리의 선거 아젠다인 ‘성장과 고용’을 대체로 지지하지 않았다. 경제의 낙수효과(trickle-down effect)도 믿지 않았다. 유권자들은 장기적인 혜택 가능성보다 바로 기대할 수 있는 가시적인 경제정책을 더 기대했다.
 
이제 연립 정부가 하원의 절반보다 불과 2석이 많은 77석을  확보하며 재집권을 하게 됐지만 국가적으로 가장 시급한 화두는 호주의 AAA 신용등급이 강등되지 않도록 정부가 경제 관리 능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경제 성장을 지속하면서 한편으로 예산 적자를 줄이는 정책을 강력히 시행해야한다. 그러나 문제는 상원에서 이른바 크로스벤치(무소속 및 군소 정당 의원들)가 더욱 늘어날 전망으로 연립 여당이 협상력을 발휘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세계 3대 신용평가사 중 스탠다드 앤드 푸어즈(Standard & Poor's, 이하 S&P)는 이미 호주의 신용등급 전망을 'AAA 네거티브'로 한 단계 낮추면서 상태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아직 다른 신용평가사들(무디스와 핏치)는 조정을 하지 않고 관망 중이다.
S&P의 경고는  호주가 예산 및 경상수지 적자를 만성적으로 벗어나지 못하는 나라이며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당분간 불가능할 것이라는 우려를 해외 채권국들이 갖고 있다는 신호인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적 불안정과 유럽 스타일의 약체 정부는 호주처럼 자원 수출 의존도가 높고 많은 자본을 해외에서 차입하는 나라에게 적합하지 않다는 판단을 내릴 수 있게 한다.
호주의 예산적자 해결이 10년 이상 걸릴 수 있는 분석도 호주에게 불리한 요인 중 하나다.  

이런 정치적 불안정은 심각한 문제를 내포한다. 호주의 막대한 복지 예산은 납세자의 다수가 소득세를 납부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상대적으로 소수인 고소득층과 기업에 의존도가 커질 수 밖에 없다. 

만약 또 한 번의 금융위기가 발생할 경우, 호주의 주요 은행 중 하나가 구제신청을 해야하는 상황에 놓인다면 호주 정부가 동원할 수단이 거의 없다. 따라서 S&P는 호주 4대 은행의 신용등급을 ‘AA 네거티브’로 미리 낮춘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 의회에서 노동당과 녹색당은 은행권 특검을 밀어붙일 기세다. 

현재까지 호주 정부 부채가 북반구 선진국 수준까지 악화되지 않았다는 점이 많이 고려됐었다. 그러나 다른 나라보다 월등히 빠른 속도로 급등하고 있다. 
특히 민간 부채, 가계 부채(홈론)가 화약고가 될 수 있다. 지난 20년 동안 호주 가계 부채는 가구소득의 60%에서 160%로 껑충 뛰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다른 나라와 달리 호주 가구는 부채를 줄어들지 않았다. 순 외채가 국가소득의 60% 이상으로 커졌다. 호주는 매년 외채 이자를 상환하기 위해 800억 달러를 빌려와야 하는 상황이다.

AAA 등급이 하락하면 경제 위축 파급 효과가 확산될 수 있다. S&P의 경고는 20년 동안 유지된 호주 경제 호황이 종료됐으며 국가적으로 또 정치적으로 리더십을 발휘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지 못한다면 위기가 올 것임을 일깨운 것이다.
새로운 턴불 정부가 가장 시급한 대책을 내 놓아야 할 분야가 어디인지 명확해졌다. 성장 동력을 찾으면서 AAA 신용등급을 유지할 수 있는 처방을 제시하는 것이다. 다음 주 개각과 함께 턴불 정부의 발표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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