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콤 턴불 총리가 하원(150석)에서 매직넘버인 76석으로 힘겹게 ‘과반 +1’을 확보하며 자력 재집권에 가까스로 성공했다. 
19일 연방 총독 앞에서 2기 턴불 내각이 취임 선서를 했다. 지난 2월 개각을 한지 6개월도 되지 않았기에 예상한대로 또 총선 전 그가 밝힌대로 주요 장관직은 거의 유임됐고 하위 내각 위주로 소폭 개각을 단행했다. 이번 개각에서 최대 관심사는 토니 애봇 전 총리의 각료직 등용 여부였는데 턴불 총리는 일부 보수 강경파 의원들의 요구를 단호하게 거부했다. 

2기 턴불 내각에서 주요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남호주에 지역구를 둔 크리스토퍼 파인 의원을 국방산업장관(defence industry minister)으로 임명하며 1,950억 달러 규모의 호주 잠수함 개편 사업을 관장하도록 했다. 파인 장관은 턴불 총리의 최측근으로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다. 애봇 총리 때 교육장관에서 턴불 정부 1기 때 산업 과학 장관이었고 이번에 국방산업 장관의 중책을 맡았다.
둘째, 환경과 에너지 부서를 통합해 조시 프라이든버그 장관이 겸직하도록 했다. 자원 및 노던 오스트레일리아 담당 부서는 국민당의 매트 카나반 의원이 맡았다. 국민당 의원의 장관직을 1명 늘린 것은 총선에서 자유당이 13석 상실로 부진했지만 국민당은 종전보다 1석을 늘려 이에 대한 보상책인 셈이다. 그렉 헌트 전 환경 장관은 파인 장관이 맡았던 혁신 산업 과학장관으로 이동했다. 이 부서는 턴불 총리의 총선 슬로건인 경제 성장 정책의 핵심이다.    
셋째, 나머지 주요 부서는 대부분 유임됐다. 스콧 모리슨 재무, 마티아스 코만 예산, 켈리 오드와이어 전 재무차관은 세입 및 금융서비스 차관으로 명칭이 바뀌었다. 

총선 후 첫(18일) 연립 의원 총회에서 턴불 총리는 예산적자 개선을 차기 총선(3년 후)까지 최우선 순위임을 강조하면서 “유권자들로부터 선거를 통해 정책 집행의 정당성(a mandate)을 승인받았다”고 말했다. 총선 캠페인 기간 중 일부 자유당 의원들이 강력하게 비난했던  퇴직연금 세제혜택 제한은 시행상의 문제점을 감안하겠지만 고수할 계획을 분명히 했다. 턴불 정부에게 ‘지상 과제’인 예산 적자 개선을 위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3대 국제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스탠다드 앤드 푸어스(Standard & Poor's)는 호주 정부의 예산적자 개선에 최대 1년 동안 결과를 지켜볼 것이라고 준비 기간을 주었다. 그러나 여당이 통제할 수 없는 상원에서 예산안 개선 관련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이 최우선 과제인데 이는 턴불 총리의 정치협상력을 심판받는 기회가 될 것이다. 

호주의 수출과 세수를 주도하는 철광석, 석탄 및 다른 자원 가격에 대한 불확실한 전망 때문에 예산이 스스로 통제할 수 없다는 점을 턴불 정부 경제팀이 반드시 알아야 한다. 동시에 경제팀은 10년 단계적 법인세 인하 등 일과 저축, 투자를 장려하는 인센티브를 강력하게 제시해 상원에서 예산절감 정책이 통과될 수 있도록 확신을 줄 필요가 있다 
브렉시트, 남중국해 긴장, 터키의 구테타 시도 등 최근의 국제적 소용돌이는 얼마나 새로운 외부 충격 사태가 모든 것을 붕괴시킬 수 있는지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새 정부는 판에 박힌(평범해서는) 자세로는 안 되며 탁월해야 할 필요가 있다. 턴불 총리가 이런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최고의 팀을 선정했는지 여부는 시간이 알려줄 것이다. 능력 발휘를 제대로 하지 못한 각료들이 늘어날 경우, 2기 턴불 정부의 앞날에 먹구름이 낄 것이다. 각료들에게 실력 발휘의 마지막 기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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