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C방송과 대담을 한 스티브 킨 교수

비관적인 경제 전망으로 잘 알려진 경제학자 스티브 킨 교수(Professor Steve Keen)가 “이르면 내년 호주 집값이 무려 40~70% 폭락하고 실업률이 폭등하는 등 호주 경제가 불황에 빠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글로벌 금융위기(GFC) 때 호주 집값의 대폭락을 전망한 킨 교수는 다른 경제학자들과 내기를 했다가 졌다. 이 패배로 켄버라에서 호주 최고봉인 코시우스코산(Mount Kosciusko)까지 수백 km를 걸어서 등반했다. 

그러나 킨 교수는 ABC방송의 더 비즈니스(The Business)와의 대담에서 “이번엔 내가 맞을 것이다. 호주 국민들은 부채(홈론)가 산더미처럼 쌓였고 이를 감당하기 위해 계속 빚을 늘려갔다. 이런 악순환은 더 이상 지속될 수 없다”고 말했다.

웨스턴시드니대 경제학 부교수를 역임한 뒤 현재 런던 킹스톤대학(Kingston University)에서 근무하는 그는 “호주중앙은행(RBA)의 장기 저금리 정책이 부동산 시장을 자산버블(asset bubbles)로 이끈 주원인이다. 그들은 그들이 무엇을 하는지 모르는 것 같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국제결제은행(Bank of International Settlements)에 따르면 호주의 부채는 GDP(국내총생산)의 150%에서 210%로 악화됐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다른 선진국들이 불황에 빠진 반면 호주가 유지한 경제성장에서 가구부채의 60% 급증이 큰 몫을 차지했다”고 지적하며 위험성을 경고했다.  

그는 “아일랜드는 스스로 ‘켈틱 타이거(the Celtic Tiger)’로 부르며 같은 일을 겪었다. 더 이상 그렇게 부르지 않는다. 스페인도 주택 버블을 거치며 같은 과정을 반복했다. 호주가 같은 실수를 하고 있다. 호주는 더욱 심각하다”고 주장했다.  

킨 교수는 “경제 성장이 둔화되면서 호주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현재의 1.75%에서 제로 수준으로 낮추도록 압력을 받겠지만 부채 급증의 붕괴를 막을 수 없을 것”이라면서 정부의 예산적자 증가도 매우 우려되는 점으로 지적했다. 그는 “교역조건 악화, 투자 감소 지속, 연방 정부의 어리석은(stupid) 예산흑자 추진이 불황의 자극제”라고 지적하고 “솔직히 정부가 경제에 대해 어리석다. 경제가 좋지 않을 때 흑자로 전환하려는데 집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총생산의 10~15%로 예산적자를 줄이고 해외 투자를 특히 주택으로 대폭 늘리는 정부의 경기 부양책으로 불황을 피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그러나 두 가지 옵션 모두 정치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킨 교수는 “막대한 정부의 예산적자에 대한 걱정은 과장됐다. 정부는 가계와 같지 않고 은행과 같다. 정부가 예산균형을 유지하는 것은 은행이 예금만큼 대출을 하는 것과 같다. 따라서 돈의 공급이 커지지 않고 이것 없이 경제 성장이 없다. 경제학자들과 정부 관료들이 예산 적자 이슈에서 완전 잘못 생각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다가오는 불황을 가장 잘 준비하는 것은 자산을 매각하고 부채를 줄이는 것이지만 이는 신용경색을 초래할 수 있다”고 단점을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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