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ego on my mind (Self-portrait as Tehuana), 1943

NSW 주립 미술관은 요즘 관람객으로 매우 붐비고있다. 다름아닌 프리다 칼로(Frida Kahlo,1907-1954)와 디에고 리베라(Diego Rivera,1886-1957)의 전시 때문이다. 

전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20세기 초현실주의 여성 화가 프리다 칼로와 그녀가 평생을 두고 사랑한 남자 디에고 리베라의 특별한 예술과 삶에 관한 전시이다. 프리다는 수많은 초상화를 통해 자신의 육체적 그리고 정신적인 고통을 자서전을 쓰듯 그려나갔다. 반면 디에고는 멕시코의 영웅적인 국민화가로 민중의 모습과 노동 현장을 사회주의 시각으로 표현한 멕시코 벽화 미술의 거장이었다. 또한 프리다 칼로의 스승이자 그녀의 멘토, 그녀의 뮤즈, 그녀의 남편, 그녀의 고통 그리고 그녀의 목마름이었다.

프리다(Frida)는 유럽식 이름으로 ‘평화’의 뜻을 지녔다한다. 하지만 그녀는 결코 평화롭지못한 질풍노도와 같은 삶을 살았다. 버스의 철봉이 몸을 뚫고 지나가는 교통사고 이후 볼트와 너트처럼 끼워 맞춰진 몸으로 47세까지 살아냈다. 200여점이 넘는 그녀의 자화상은 그녀 삶의 잔혹서사를 가감없이 보여주는 충격적인 장면들로 넘쳐난다. 때로 불편하기조차 한 그 장면들은 그녀의 신체적 고통뿐 아니라 디에고와의 채워지지않는 관계에서 오는 정신적 피폐에 대해 말하고 있다. 프리다의 작품은 어쩌면 단순한 고통의 표현이라기보다 디에고라는 프리즘을 통해 자신을  알아가는 극히 개인적인-그러나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자기발견의 과정이라 할 수 있을것이다 

교통사고로 인한 후유증은 사랑하는 남자의 아이를 갖지못하는 절망으로 이어졌고 거기에 더해 디에고의 타고난 바람기가 활성화될때마다 프리다는 좌절했다. 하지만 디에고는 반복되는 결혼과  이혼 사이사이 수많은 여성편력에도 불구하고  프리다의 평생동안 그녀곁에 있으며 그녀에게 미술과 작가로의 길을 안내하고 지지한 동반자였다. 다만 프리다에게는 디에고가 세상의 전부였던 반면 디에고에게는 프리다보다 자신의 예술세계가 먼저였고, 매우 특별한 도덕관념을 가졌다는게 프리다의 비극이었다.

Diego Rivera and Frida Kahlo. (Photo: Bettmann/CORBIS)

프리다와 디에고는 지금으로서도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열린(?) 부부관계로 진입한다. 멕시코 국민의 열렬한 존경과 지지를 받던 세계적인 화가 디에고의 화려한 필모그라피만을 보면 결코 짐작하기 힘들지만, 그는 여자와 침대로 뛰어드는게 평생의 취미였다. 와이프의 여동생하고까지 그 취미생활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의 정신세계가 매우 궁금하기는 하지만 이후 프리다도 만만치 않은 경력을 만들게 된다. 

디에고에 대한 반작용이라고 프리다의 페미니스트 팬들은 그녀를 감싸지만, 프리다 역시 마음가는 남자들과 여자들을 두루 사랑하며 지낸 자유로운 영혼이었다. 둘은 일부일처제 사회적 시스템 아래서 누가 더랄것도 없이 무차별적 혼외정사를 일삼으면서도 끝내 결혼생활을 유지한다. 아이러니하지만 그럴 수 있던 힘은 두사람의 서로를 향한 깊은 사랑, 그리고 예술에 대한 공유였으리라.

분야를 통틀어 맥시코 최고의 샐레브리티가 된 프리다 칼로가 고통과 열정 사이에서 창조해낸 작품들은 이후 많은 여성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특히 신디 셔먼이나 트레이시 에민같은 여성 아티스트들이 프리다 칼로에게 많은 영향을 받았다. 또한 마돈나는 칼로의 ‘원숭이와 함께한 자화상’과 ‘나의 출생’을 소장하고 있으며, 만약 누군가 ‘나의 출생’을 싫어한다면 자신과는 친구가 될 수 없을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칼로의 팬이라 한다. 

모든 분야에서 마찬가지이지만 타인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가장 파워풀한 요소는 솔직함이다. 칼로의 작품과 인생이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는 이유 또한 그녀의 거침없는 솔직함일 것이다. 더불어 인생이, 사랑이 아무리 힘들어도 끊임없이 열정을 가지고 멈추지 않는것 또한 후회없는 인생을 사는 방법일 것이다. 

멜번 출신 인디 밴드 ‘Tinpan Orange’ 노래 ‘Song for Frida Kahlo’의 가사가 들려온다. 

And they say, life is a lion, love is despair…
Your heart never stopped trying…
when you cut off your hair…

이규미(Community Ambassador / Art Gallery of NSW)

[Frida Kahlo and Diego Rivera 전시]

  • 10월 9일까지 계속
  • 뉴사우스웨일즈 주립 미술관
  • 관람료 어른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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