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은 2015년 호주리서치센터에 의해 수행된 ‘21세기 호주 거주 한인들의 사회통합 실태조사’ 결과에 기초하여 작성되었다. 연구 참여자는 조사 시점 기준으로 12개월 이상 호주에서 거주 중인 18세 이상의 성인 남녀로서, 관광이나 가족 방문 등의 목적을 가진 단기 체류자는 본 조사에 포함되지 않았다.

2. 한인들의 경제적 지위는 어느 정도일까?

호주인 평균 소득의 64% 불과 
경제활동 참여율 높지만 고용 안정성 낮아
자영업 39%, 호주인 18% 보다 2배 넘어

고실업과 저소득
비영어권 이민자들 공통적 경험

이민자들이 이민 입국 후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는 분명 경제적인 정착과 재정적인 독립일 것이다. 굳이 매슬로우(A.H. Maslow)가 고안한 ‘욕구의 위계(needs hierarchy theory)’라는 개념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생계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다른 문화적, 정치적, 그리고 자아실현 욕구가 제대로 충족될 수 없다. 그러나, 이민자들이 겪는 경제적 불이익은 주지의 사실이다. 언어적 장벽, 모국에서의 기술과 교육에 대한 불인정, 구직 네트워크의 부재, 흔히 ‘대나무 천정(bamboo ceiling)’으로 표현되는, 아시안들이 경험하는 직장 내에서의 차별 대우 등은 많은 독자들의 산경험의 일부일 것이다. 그 결과 이민자들, 특히 비영어권 국가 출신의 이민자들은 상대적으로 높은 실업률과 고용불안정, 그리고 저소득을 경험하고 있다.

지난 칼럼에서 경제 분야는 다른 분야에 비해 한인 커뮤티니의 통합 정도가 상대적으로 높다는 조사 결과를 제시한 바 있다. 상기의 구조적 어려움을 극복하고, 경제적인 정착과 성공을 일구어 낸 다수의 한인 이민자들의 노력과 성취는 경이롭다. 본 칼럼에서는 2015년 현재 한인 이민자들의 경제적인 상태를 주요 지표별로 살펴보고자 한다. 경제통합을 구성하는 요인들은 다양하나, 유급 노동시장에 대한 참여와 고용상의 지위, 그리고 소득수준을 기준으로 살펴본다. 호주 전체 인구 통계와 비교를 함으로써 실제 한인 이민자들의 경제적 지위를 일별해 보고자 한다.

호주 한인들의 고용상 지위(%, 경제활동인구 기준)

한인 경제활동 참여율 75.5%, 실업률 4.4% 양호
정규직 피고용인 호주인 52%, 한인 30%

우선 경제활동 인구를 살펴보면, 4명 중 3명(75.5%)에 달하는 한인 성인들은 경제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나머지 25.5%의 비경제활동 인구로서 은퇴자, 학생, 전업주부 그리고 장애인 등을 포함한다. 호주 전체 인구의 경제활동 참여율이 대략 65% 정도임을 감안해 볼 때 한인 커뮤니티의 경제활동 인구 비율은 상대적으로 높다고 볼 수 있다. 실업률도 4.4%에 머물러, 호주 전체 실업률이 대략 6%에 근접함을 감안해 볼 때 한인들의 실업률은 높지 않아 고무적이다. 전체적으로 경제 활동 참여율은 호주 전체 인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편으로 평가된다. 

비경제활동 인구를 제외한 상태에서 고용상의 지위를 살펴본 결과, 한인 경제활동 인구의 약 5명 중 2명은(38.6%) 자영업에 종사하고 있으며, 나머지 3명 정도는(57.0%)는 피고용인이다. 한인들의 고용상의 지위는 호주 전체 인구의 그것과 상당한 불일치를 보이고 있다. 즉, 호주 전체 인구의 자영업자 비율은 18%(기업 소유주 포함)이며, 대다수가(76.3%)가 피고용인이다. 피고용인 범주 내에서도 고용상의 지위는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호주 전체 경제활동 인구의 절반(52.1%)이 정규직 피고용인임에 비해 한인 정규직 피고용인은 29.8%에 머문다. 피고용인만을 대상으로 통계를 재작성, 비교해본 결과, 호주 전체 피고용인의 경우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각각 68.3%와 31.7%임에 반해, 한인들의 경우 그 비율은 52.3%와 47.7%로 대조적이다. 

연간 가구소득 호주 평균 10만7천불
한인 약 6만9천불..64% 불과
고용의 질, 안정성, 낮은 소득 해결 과제

이러한 경제 활동 참여의 결과물인 소득은 어느 정도인지 자연스러운 궁금점이 생긴다. 2011년 호주 센서스에 의하면, 한인 이민자들의 개인 소득은 주당 $352이었다 (15세 이상 중간 소득 기준). 이는 호주 전체 인구 소득의(주당 $577) 61.0%에 불과한 수준이다. 또한, 이민자 전체의 소득에(주당 $538) 비해서도 현저히 낮아 소득 면에서 큰 불이익을 경험하고 있음이 제시된 바 있다. 본 조사는 가구 단위의 소득을 측정했으며, 한인들의 연간 가구소득은 평균 $68,698로 기록됐다. 2013-14년 현재 호주 전체 가구의 평균 소득은 $107,276이며, 한인 가구의 소득은 이의 64.0%에 해당한다. 한인들의 소득이 다소 과소 추정되었을 가능성은 존재한다. 한인들의 자영업자 비율이 높은 점, 그리고 자영업 소득의 상당 부분이 통계에 반영되지 않는 점(미신고 소득)을 고려해 볼 때 한인들의 실질 소득은 이보다 높을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한인들의 중간소득 (달러, 2011년 주당 개인소득 기준)

비영어권 출신 이민자 
경제통합 지원 등한시 결과

요약하자면, 한인들은 높은 경제활동 참여 욕구를 가지고 있으며, 실제 경제 활동 참여율은 대체로 높은 편이었다. 이에 반해 고용의 질 및 고용의 안정성, 그리고 소득 면에서 상당한 불이익을 경험하고 있었다. 이 결과는 호주 사회에서 이민자들의 경제통합 욕구가 충분히 해소되고 있지 못함을 시사했다. 이민과 경제의 관계에 대해서 호주에서는 많은 논의가 있어 왔다. 그러나, 논의의 주된 주제는 이민 유입이 호주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었다. 

즉, 이민자가 국가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느냐, 혹은 이민이 어떤 사회경제적 비용과 혜택을 가져오는가 등의 논의가 대부분을 치지해 왔다. 이러한 경향은 이민자들을 국내 경제 활성화의 수단으로 바라보는 관점이 지배해 왔음을 반영한다. 이에 반해 이민자들의 경제적 통합 욕구과 노력을 지지하기 위한 호주 사회의 지원은 상대적으로 등한시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림에서 추론되듯이 이민자의 언어적 배경은 소득에 있어 유의미한 차이를 만들고 있고, 영어권 이민자들은 호주 현지인들에 비해 더 높은 경제적 성취를 나타내고 있다. 따라서, 한인 커뮤니티를 비롯한 비영어권 이민자들의 경제통합을 위한 특별한 정책적 배려가 촉구되고 있다. 다음 칼럼에서는 한인 이민자들의 소득과 빈곤 문제를 조금 더 자세히 다루어 볼 예정이다.

정용문 박사(시드니대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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