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은 2015년 호주리서치센터에 의해 수행된 ‘21세기 호주 거주 한인들의 사회통합 실태조사’ 결과에 기초하여 작성되었다. 연구 참여자는 조사 시점 기준으로 12개월 이상 호주에서 거주 중인 18세 이상의 성인 남녀로서, 관광이나 가족 방문 등의 목적을 가진 단기 체류자는 본 조사에 포함되지 않았다.

3회 한인들이 경험하는 소득 불평등 

30% 상대적 빈곤.. 심각한 사회 이슈
주거비 부담 커 가처분 소득 저하 우려

한인 자택소유 48%, 세입자 50%
호주인 자택소유 67.2% 세입자 31% 

지난 칼럼에서 한인 이민자들은 고용과 소득 면에서 상대적 불이익을 경험하고 있음을 논의한 바 있다. 응답자들의 소득 수준이 다소 과소추정되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언급된 바 있으나, 본 칼럼에서는 기록된 수치를 가지고 한인들의 재정 현황, 특히 주거, 빈곤, 그리고 소득 불평등에 대해 조금 더 탐색해 보고자 한다. 

우선 주거 현황부터 살펴보면, 대체로 한인들의 절반은(48.0%) 자택 소유자들이며, 나머지 절반은(50.0%) 세입자들이다. 호주 전체 인구의 주거 형태와 비교해 보면 임대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고 자가 소유율이 낮은 편이다.

주택담보대출이 수반되어 있지 않은 완전 자가 소유율은 호주 전체 가구에 비해 현저하게 낮아 주거 안정성 면에서도 상대적인 불이익이 경험되고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 완전 자가 소유율은 가구주의 연령과 긍정적인 상관관계가 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한인 이민자들의 완전 자가 소유율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한인 이민자들이 다른 가구에 비해 주택융자 상환과 임대료 등에 더 많은 주거 비용을 지불하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소득 수준은 상대적으로 낮고, 가구 지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거비 지출은 상대적으로 높아 결과적으로 가처분 소득은(disposable income) 낮다는 결론에 이른다.

한인의 주거 형태(%)

한인 가구 10% ‘생계 위협’ 경험
본 연구는 한인들이 경험하는 재정적 불이익을 공식적으로 통용되는 몇 가지 지표들을 이용하여 측정해 보았다. 재정적인 불이익을 측정하는 개념적 도구에는 크게 소득 불평등과 빈곤이 있다. 불평등과 빈곤은 서로 연관되지만 동일한 개념은 아니다. 불평등이 반드시 빈곤을 초래하지는 않을 수 있으며, 빈곤은 불평등의 극단적인 형태로 볼 수 있다. 

빈곤은 다시 절대적 빈곤과 상대적 빈곤으로 구분되는데, 불평등과 상대적 빈곤 개념 간에는 다소 중첩되는 부분이 있기는 하다. 우선 의식주 등 기본적인 욕구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를 의미하는 절대적 빈곤 개념을 적용해 보았다. 절대적 빈곤율은 통상 가구 소득이 최저생계비에 미치지 못하는 가구의 비율로 측정되는데, 한국과 달리 호주 정부는 공식적인 최저생계비를 산출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본 연구는 응답자들에게 ‘나 혹은 나의 가족은 음식을 살 돈이 부족하여 집에 음식이 떨어질까봐 걱정했다’, 그리고 ‘직장, 학교 혹은 취업 인터뷰 등에 적합한 옷을 새로 구입할 경제적 여유가 없었다’는 문구에 대한 동의 정도를 통해 절대 빈곤 경험을 물어 보았다. 조사 결과, 대략 응답자 10명 중 1명 정도가 음식과 의복 등 기본적인 생계 욕구를 충족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다고 대답했다. 음식 비용 조달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호주 전체 가구가 약 10%임을 감안할 때 한인 커뮤니티의 절대 빈곤율은 이와 비슷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한인 커뮤니티의 절대빈곤율(%)

한인 가구 30% ‘상대적 빈곤층’
다음으로 국제 통계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상대적 빈곤 개념을 적용하여 한인 가구들의 빈곤 정도를 다시 살펴보았다. 상대적 빈곤 가구란 가구, 가구 소득이 전체 가구의 중간 소득(median household income)의 50%에 미치지 못하는 가구를 의미하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측정한 호주 전체의 상대적 빈곤율은 2014년 현재 14.4%다. 

2013-14 회계연도의 호주의 중간 가구 소득은 80,704달러로서, 연간 가구 소득이 이의 50%인 40,352달러에 미치지 못하는 한인 가구는 30.9%에 이른다. 한인 커뮤니티의 상대적 빈곤율이 호주 전체 가구에 비해 두 배 이상 높은 것을 추정되어 상대적 빈곤이 한인 커뮤니티가 직면하고 있는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었다. 상대적 빈곤은 생존이 직접적으로 위협받는 상태는 아니지만,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인 가구들을 위해 한인 커뮤니티 차원에서의 각별한 관심이 요구된다.

상대적 소득 분포(%)

“한국에서 경제적으로 더 잘 살았을 것”

응답자들에게 현재 자신의 소득의 위치를 직접 평가해 줄 것을 요청해 본 결과, 다수의(61.2%) 한인들은 자신의 소득을 다른 가구보다 낮다고 평가하고 있었다. 즉, 주관적으로 느끼는 소득 분포 역시 실제 소득에 기초한 분포와 어느 정도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어서, ‘만약에 한국에 계속 살았더라면 귀하의 가구 소득이 다른 한국 가정들과 비교해 볼 때 어디에 위치할 것으로 보십니까?’라는 질문에는 오히려 다수의(56.4%) 응답자가 중간 이상이었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즉, 호주로의 이민이 경제적인 면에서는 다소 취약한 상태로 귀결되었으며, 상대적 박탈감의 경험으로 이어지고 있음이 관찰됐다. 

물론 전반적인 삶의 질이 오로지 경제적인 요인에 의해 결정되지는 않으며, 한인 이민자들은 경제적 불이익을 상쇄시키는 많은 긍정적인 요인들을 중요시하고 있다. 이후 칼럼에서는 이러한 삶의 질의 다차원성과 사회통합의 역동성을 더 논의하고자 한다.

정용문 박사(시드니대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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