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콤 턴불 정부의 총선 공약 중 첫 아젠다인 동성결혼 합법화를 위한 국민투표안이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11일 연방 야당이 의원총회에서 2017년 2월 11일로 제안된 국민투표(plebiscite)에 반대 당론을 공식화했기 때문이다. 반대 이유는 국민투표보다 의원들의 양심 투표를 통한 의회표결로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막대한(약 2억 달러) 국민투표 비용도 예산 낭비라고 야당은 반대했다. 

노동당은 또 턴불 총리의 국민투표안을 동성결혼 합법화에 강력 반대하는 자유당내 강경 보수파의 반발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일종의 꼼수이며 ‘정략적 타협안’이라고 폄하했다. 턴불 총리는 개인적으로 동성결혼 합법화를 지지하는 정치인이다. 이를 오래 전부터 공개적으로 밝혔지만 당권을 장악할 때, 보수파의 지지를 얻어야 하는 상황에서 정치적 타협책으로 국민투표 통과 조건에 합의를 했다는 것이 야당의 시각이다. 

빌 쇼튼 야당대표와 노동당, 녹색당, 일부 군소정당 및 무소속 의원들은 “국민투표는 의무 규정 없는 전국 여론조사(a non-binding national opinion poll)에 불과하다”면서 반대하고 의회 표결로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상원에서 현재 예상은 국민투표안 찬성 35표, 반대 37표로 초박빙 부결이 예상된다. 지난 달 뉴스폴 여론조사에서 국민투표안 찬성이 70%에서 39%로 크게 줄었다. 48%가 의회 표결을 선호했다. 

최근 동성결혼 여론조사에서는 찬성이 62%로 반대 32%를 크게 압도했다. (6% 미정) 보수 정당인 자유-국민 연립 지지자는 47%가 국민투표안을 찬성했고 44%가 의회 표결을 지지해 비슷하게 양분됐다.

물론 턴불 총리는 야당의 타협안 주장을 일축하고 “총선에서 호주 유권자들로부터 국민투표 시행을 위임(mandate)받았다”라고 반박했다. 그는 통신 장관이나 야당 의원 시절, 국민투표에 반대했고 의회 표결(양심투표)을 분명히 선호했었다. 왜 이런 입장이 바뀌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없다. 여론조사에서 절반 이상이 찬성을 하기 때문에 국민투표가 통과될 것이며 이 경우 의회에서 자연스럽게 찬성 표결로 법제화될 수 있으며 이것이 가장 효율적이며 현실적으로 적합한 방법이라는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그러나 점차 설득력을 잃어가고 있다.
   
국민투표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우려 중 하나는 찬반 양론 홍보와 설전 대립의 격화에 따른 증오발언, 인신공격의 난무로 게이 커뮤니티와 동성결혼 찬성론자들이 마음에 큰 상처를 받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의회 표결로 상원에서 국민투표 시행안이 통과될 경우, 정부는 찬반 논쟁과 홍보 광고(찬성과 반대)에 동일한 광고비(각각 8백만 달러씩)를 지원할 계획이다.  
국민투표안에는 실질적으로 3번의 투표가 뒤따라야 한다. 첫째, 의회에서 국민투표 시행안이 상하 양원을 통과해야 한다. 두 번째, 실제 국민투표에서 찬성표가 반대표보다 많아야 한다. 가결될 경우, 다시 의회에서 결혼법 개정을 위해 입법안이 통과되어야 한다. 물론 국민투표에서 통과된 것을 의회가 거부할 수 없을 것이라는 예상이 대세이지만 강경 반대 의원들은 정치 생명을 걸고서라도 지역구 여론 또는 종교적 신념 등을 명분으로 개인적 결정을 할 수 있다. 
국민투표안은 이처럼 3단계의 번거로운 표결을 거쳐야 한다. 찬반양론의 대립으로 인한 국론분열과 증오 발언 난무도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이 될 수 있다. 노동당과 녹색당 의원들은 자유당 내 강경 보수파가 3번의 표결 중 반대표 결집으로 무산 또는 연기 시키려는 전략을 취할 것이라는 의혹을 갖고 있다.
 
호주는 모든 중요한 법안을 국민들이 선출한 대의원인 의원들이 투표로 결정하는 의원내각제 국가다. 그런데 유독 동성결혼 합법화만 국민투표를 거치자는 턴불 총리의 제안은 법정변호사인 그 스스로에게도 사실상 설득력이 약할 것이다. 국민투표를 통해 결정한 아일랜드 사례를 거론하지만 호주와는 상황이 다르다.  

국민투표에서 반대로 동성결혼 합법화가 무산된다면 자유당 강경 보수파가 의회 양심표결을 절대 불허할 것이기 때문에 턴불 총리 임기 3년 동안 이 문제는 연기될 것이다. 노동당은 차기 총선에서 집권당이 돼 의회 표결을 추진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야당이 반대 당론을 밝혔으니 턴불 총리의 리더십과 협상력이 더욱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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